일단 써보자!
글을 쓰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글인가?' 질문을 바꿔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세상에 남들에게 보여줄 만큼 괜찮은 글이 있던가?' 세상에 남들에게 보여줄 만큼 괜찮은 글이 많았다고 생각하신다면, 우리의 글도 그럴 수 있습니다. 괜찮은 글이 별로 없었던 거 같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글을 썼는데, 우리라고 못 쓸 이유가 있을까요? 그냥 다 괜찮지 않을까요? 글을 쓰는 사람 중에는 전문가도 있지만 그냥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 이야기가 더 재밌는 거 같기도 하고요.
혹시 '나는 그냥 내 생각을 글로 기록하고 싶은 거지, 남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것은 아닌데요?'라고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냥 쓰시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것에는 타인과 감정적 교감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어느 정도 포함되었을 확률이 커요. 제 아무리 자기만족이라 할지라도 내 감정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 건 인지상정이잖아요! 또 혹시 모르죠! 책이라도 한 권 낼 수 있을지도? 포털 메인에 내 글이 올라가 있을지도? 씨앗 하나를 던지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우람한 숲을 만들 수 있는 게 사람이기 때문에 이미 어딘가 공개적인 곳에 글을 쓴다면 거기까지 상상이 미쳤을 거예요. 혹여나 남에게 평가받을 각오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잘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글을 쓰지 않는 것은, 딱히 글을 쓰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봐도 될 거 같아요.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 똥글을 쓰는 것보다 책임감 있게 쓰고 싶은 마음은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다행히 이 온라인 세계에 발행하는 글은 남들이 마음에 안 들면 안 보는 수가 있거든요. 내 글을 읽어줄 의무가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그래서 볼지 말지는 그들에게 맡기고, 나는 그냥 똥글도 쓰고 보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글을 좀 더 세련된 맛이 있도록 쓰고 싶을 수는 있어요. 그럴 때는 글을 잘 쓰는 법을 공부하면 됩니다. 이건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닌 거 같긴 해요. 아직 저도 글을 세련되게 쓰는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세련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씻어내고 제련할 구석 없이 매끈하다는 뜻이라고 해요. 글을 읽을 때 어떤 글이 세련되었는지를 생각해보니, 단순하게, 덤덤하게 쓰면 세련되어 보이더라고요. 공감의 여지가 많을수록 글이 세련될 확률이 높은 것 같아요. 읽는 사람이 이해가 쏙쏙 되려면 글이 간결해야 하고, 공감이 되도록 잘 쓰여야 하잖아요. 온갖 화려한 말을 갖다 붙인 문장이 세련되지 않은 이유, 따라서 평범한 우리도 세련된 글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봐도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물론 제 글이 아직 세련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요! 저는 아직 아기자기한 장신구를 많이 들이고 싶은 때인 것 같아요. 이런저런 튜닝을 해봤다가 꾸민 것들을 빼기도 해 보면 어느새 순정, 혹은 최적화된 상태가 가까워질 거라고 믿으면서 그냥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어려워하지 않고 그냥 쓰면 될 거 같아요. 제가 과거에 많이 실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요. 실천하지 않고 상상하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키보드 앞에서 느낄 막막함, 우리가 재밌게 본 에세이를 쓴 작가의 유명세, 그 정도가 다입니다. 답답하지 않나요? 그러니 이 답답함을 벗어나기 위해 그냥 써보자고요! 어떻게든 되겠다 생각하고 말이에요! 실제로 어떻게든 될 거니까요. 글쓰기에 실패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실패를 실패로 두지 않을 약간의 의지를 가지세요. 더 나아질 스스로를 믿으세요.
일단 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