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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Sep 30. 2022

남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대가를 바라지 않기

어찌 보면 매정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다. 남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건. 하지만 결코 차가운 이야기는 아니니, 안심하고 봐주셔도 될 것 같다.


나는 남자친구와 교제한 지가 꽤 되었다. 중간에 헤어져 있던 시간을 빼고 7년 정도 된다. 그러면 다들 그 비결을 궁금해하곤 한다. 이렇게 대답한다.

"저랑 제 남자친구는 서로에게 기대가 없어요."

그러면 사람들은 너무 쿨한 거 아니냐, 사랑하는 게 맞긴 하냐, 하고 물어본다. 물론 우리는 우리의 관계가 아주 구질구질하고 안 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음, 당연히 사랑하니 만나는 거다.


'서로에게 기대가 없다'는 것은 내가 나일 수 있게, 상대가 상대일 수 있게 두는 것이다. 물론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인간 자체가 크게 결격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기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우리는 상대방이 내 마음처럼 대해줄 거라는 기대, 상대가 나 대신 무언가를 해줄 거라는 기대, 상대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거의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다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친구, 동료 사이에서도 서로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 관계가 건전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에게 뭔가를 바라는 순간 그 사이는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사이가 된다. 물론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내가 의지를 할 수 있는 사람, 나를 배려해주는 사람, 내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등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친 정서적 의존, 물질적, 금전적 대가에 대한 기대는 상대에게 부담을 주게 되고 끝내는 관계를 해친다. 어렵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나라는 사람의 평판을 만들게 되고 어떤 식으로든 좋은 결과를 데리고 올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려 한다. 속마음을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남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을 만들었다.


'상대가 어디에 가서 내 이야기를 전해도 상관없다 싶은 이야기는 어려워하지 않고 말한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입을 타고 와전된다고 해도 상대를 원망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상대가 나와의 이야기를 우리만의 대화로 남기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이 그렇게 하지 않아 주는 게 가장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입 밖으로 말이 나가기 전에 하나의 여과 장치를 걸어두는 것이다. 결국 말이 새어나간 최초의 원천은 미운 내 입이기 때문이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제 3자의 이야기를 끌고 올 때를 생각해보면 얼마나 많은 정보가 생략되고 얼마나 많은 오해를 낳는지는 단번에 알 수 있다. 내가 좋아하고 믿는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옮길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말한다. 기대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생각하고 말하게 되고, 겸손하게 말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또한 나와 의리를 지켜준 사람들에게 더 많이 감사하게 되고, 좋은 사람들을 확실히 가려낼 수 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몇 번 입증된 사람에게는 모든 속내를 다 끄집어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남에게 기대하기보다는 나 자신이 더 많이 생각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솔직한 매력을 보이는 게 스스로와 상대방 모두가 가장 편한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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