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수 없어서
왜 열심히 사냐고 물어보면, 군더더기 없는 답변이 떠오른다.
“별 수 없어서요.”
별다른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열심히 사는 것 말고는 방법을 모르는 거니까.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 방법을 알기 위해 나는 열심히 살아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시간과 노력과 체력을 들여 열심히 살지 않으면서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면 그렇게 살아볼 요량이다.
다만 내가 그간의 내 모습을 돌이켜보건대 나에게 있어 ‘잘 산다’는 것은 열심히 사는 그 자체이기도 하다. 항상 뭔가 할 일이 있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다시 시도하고 이뤄내고. 놀 때도 있고 쉬어갈 때도 있지만 내가 자아를 실현하는 방식이 열심히 사는 것이다. 다행히 한참을 지쳤다가 다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또 한 번 열심히 살아가는 그 자체가 재밌다.
“그냥 현실에 만족하면 되지 않나요?”
맞다. 그냥 만족하면 된다. 그런데 나는 지금 내가 조성한 이 현실에 만족한다. 내 감정은 내가 만들 수 있다. 물론 나의 일상은 만족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내 감정을 만드는 방법에는 감정을 조정하는 방법과 행동을 조정함으로써 감정까지도 조정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는 것이고, 나는 전자보다는 후자를 택했을 뿐이다. 결괏값을 만족한 상태, 즐거운 하루로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사는 것이다.
남들도 ‘내가 열심히 사는 것처럼’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열심히의 범위와 기준도 저마다 다르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긴 해도 내가 남의 인생에 참견할 권리도 없고 딱히 그러고 싶지도 않다. 심지어는 열심히 안 살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그렇게 살게 될 거고, 아직은 규정짓기 어려운 나의 희망사항 중에 ‘그냥 맛있는 거 먹고 생각 없이 놀기’도 어렴풋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내게는 지금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이 ‘그냥 만족하는’ 그 상태다.
다시 말해, 온전히 지금의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리로 열심히 사는 게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마음 역시 그게 좋다고 한다.
열심히 사는 게 만족스러운, 그게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