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OO하구나
메타인지는 '생각에 관한 생각'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고 깨닫는 것이다. 메타인지를 하면 스트레스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상황을 관조적으로 보고 별일 아닌 거라고 생각하고 잘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메타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생각, 감정, 능력이다.
생각은 '내가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대화를 할 때, 특히 상대방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을 때 메타인지를 한다. '내가 지금 이 사람 생각에 반대하고 싶구나'. 그리고 곧바로 이어서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입장이 있고, 대부분의 생각은 그 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잘못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감정적으로 반대하기보다는 상대의 의견을 이해하는 쪽이어야 이 사람을 설득하고자 하는 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나는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생각이 과하게 복잡해지는 것도 경계하는 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관여하는 사람 수가 많아지면서 어느 순간에는 일이 꽤나 복잡해진 게 느껴진다.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내 머릿속이 복잡하구나.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지? 한 번 정리를 해봐야겠다' 하고 쉬어간다. 그러면 적당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노트를 꺼내서 메모를 한다든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그간 흘러온 일의 방향에 대해 쭈욱 줄글을 한 번 써본다든지, 마인드맵을 그려본다든지 하는 것이다.
감정은 '내가 지금 이렇게 느끼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좋지 않은 감정이 찾아왔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불안한 미래가 걱정될 때, 스스로가 의연하지 못한 것이 크게 다가올 때, 또는 그냥 막연히 우울해지거나 자신감이 없어질 때 그 감정을 인지한다. 마치 만화영화의 주인공 옆에서 알짱거리는 작은 몬스터나 요정처럼 나 자신에게 말을 건다.
"야하 너 지금 우울하구나? 그 기분 빨리 해치우는 게 좋을 텐데?!"
일단은 왜 나쁜 감정이 찾아왔는지를 생각해본다. 내가 왜 불안한 건지, 오늘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를 생각한다. 가끔은 남이 되어 보기도 한다. 만약 내 친구가 지금 나의 고민을 갖고 있다고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나는 그에게 어떤 말을 해줄 것인가? 아마도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지금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은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인 거 같은데?'라고 말해주겠지? 잠시 내가 아닌 남이 되어 나를 바라본다면 조금 더 따뜻하게 나를 대해줄 수 있다.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파악하고서는 긍정적인 감정을 심어준다.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생각(할 수 있다, 하면 된다)을 심어주는 것도 좋고, 맛있는 거 먹기, 노래 듣기, 산책, 주변을 정리 정돈하거나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것도 좋다. 어떤 방식이든 내 생각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다. 과거에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기도 한다. 잘 떠오르지 않으면, '거봐 힘든 때가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1도 기억 안 나네' 생각하면 되고, 떠오르는 사례가 있다면 '그것도 결국 다 지나가고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었단 걸 알잖아?' 하고 생각한다.
타인을 대할 때에도 내 감정을 인지하고 잘 대응하려고 하는 편이다. 상대가 나에게 나쁜 감정을 심어줄 때 '나 지금 기분 매우 나쁘다. 근데 어떻게 할까. 한 번만 더 친절하게 대해보자. 그러고도 아니면 손절!.' 생각한다. 그러면 대체로 일도 잘 마무리되고, 나 자신을 잘 제어한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내가 원하는 감정이 찾아왔을 때도 내 감정을 제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나 역시 재밌게 살고 싶은 마음,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 순간을 잘 잡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재밌다. 나 지금 재밌어하네, 행복해하네. 왜 재밌어하지? 재미란 무엇이지? 나는 어떨 때 재미를 느끼는 거지? 다음에 이런 일을 더 만들어야겠다.
행복하다. 여행을 오면 행복하구나. 문화권이 비슷하지 않은 곳을 여행하는 게 행복하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하면 행복하구나
그러면 내가 언제 재미를 느끼고 행복한지 인지할 수 있고, 다음에 유사한 환경을 스스로 세팅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 긍정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무언가에 집착할 때'에도 신경을 쓴다.
내가 이걸 해야 한다/하지 말아야 한다에 매우 집착하고 있구나. 계속 이렇게 집착하는 상태로 갈 것인가? 이 집착이 나에게 건전한 것인가? 내가 집착에 잡아먹히고 있나? 쉬어야 하나?
이렇게 생각을 하다 보면 여유를 갖고 대처할 수 있다.
능력은 '내가 이 정도를 할 수 있구나'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일을 벌일 때 목표를 잘 수립하기 위함이다. 목표를 세울 때에는 나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야 터무니없이 높은 목표를 세워서 자괴감이 들거나 터무니없이 낮은 목표를 세워서 허무해지는 일을 없앨 수 있다. 그래서 목표를 어떻게 설정했을 때 기분이 좋은 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목표를 내 능력에 비해 높게 세우고 설령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향해 달려 나가는 게 좋은지, 내 능력에 비해 낮게 세우고 그걸 훌쩍 뛰어넘게 달성하는 것이 행복한지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목표를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메타인지에 도움이 되는 것을 꼽자면 책 읽기와 글쓰기를 말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 어떤 메시지가 머릿속에 남는다. 그러면 평상시에 유사한 상황이 오면 그 메시지가 신경 쓰이게 된다. 예를 들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고 '남에게 비난을 하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메시지를 얻었다. 일을 하면서 나와 반대의 입장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할 때, '나 지금 한 마디 하고 싶지? 지금이 바로 그 메시지를 쓸 때야!' 하고 생각한다(원래도 그렇게 비난을 일삼던 사람은 아니지만^^;;). 신경이 쓰이는 메시지를 만들어두면 메타인지에 도움이 되고, 그 메시지를 얻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사실 유튜브를 봐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글쓰기는 사실 말할 것도 없는데, 무난하게 일기 쓰기를 추천하고 싶다. 내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종종 인용하는 강연 중 하나가 김경일 교수님이 세바시에 나와서 하신 이야기이다. 위대한 사람은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꾸역꾸역 버틸 이유를 찾는다고 하셨다. 내가 언제 기뻤는지, 어떤 게 나를 위로해줬는지 그 장치나 해결책을 적어두는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그것을 다시 꺼내어 적용하는 것이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순간마다 메타인지를 하는 것을 놓칠 수 있지만, 하루를 마무리할 때 다시 오늘을 돌아보면서 나의 감정과 대처, 또는 이렇게 했으면 좋았겠다 싶은 해결책을 기록한다면 그것 역시 메타인지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