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잘 사는 진리 Nov 21. 2022

평온, 즐거움, 보람

기분 좋음의 종류

“요즘 잘 지내? 좋아?“


상대는 모르겠지만 그가 던진 말에 내 머릿속에는 제법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잘 지낸다는 건 무엇인가?‘

‘좋다는 건 뭐가 좋다는 것인가?’


이 피곤한 성격을 어쩌지, 생각하면서도 결국엔 내가 생각하는 좋음에 대해 골똘히 살펴볼 수밖에 없다.


늘 좋다. 대체로 좋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찝찝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그냥 안 좋기도 하다. 0과 1의 문제라기보다는 스펙트럼의 문제 같기도 하고, 내가 좋다고 이야기할 만한 정도가 되려면 충족되어야 하는 ‘좋음’이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음은 얼추 생각해본 나의 좋음들이다.


평온

평온은 건강과 관련된 좋음이다. 평온하려면 나를 괴롭히는 잡다한 생각들이 없어야 한다. 몸이 건강해야 하고, 스트레스가 없거나 적은 상태여야 하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고, 마음이 안정적인 상태여야 한다. 여러 '좋음' 중에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가장 어렵기도 하다.


즐거움

즐거움은 소소한 게 제맛이다. 소소한 즐거움이 잦은 삶은 꽤나 풍요로워 보인다. 맛있는 음식, 유쾌한 사람들과의 약속, 사소한 취미, 나의 유머 코드를 자극하는 유튜브 영상 보기 등 늘 비슷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소소한 기대를 걸 수 있는 이벤트들을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보람

성취로 할까, 보람으로 할까 고민이 되었는데, '보람'이 더 귀여운 말 같아서 보람을 선택했다(이런 게 나의 즐거움인지라^^).

누구나 스스로의 능력을 확인하고, 인정받고, 성장해나가는 과정, 그 느낌을 필요로 한다.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느낌 말이다.

모두에게 중요한 보람이라는 좋음이, 나에게는 정말로 중요한 것이어서, 보람이 없을 때, 다른 걸로 치자면 분명 좋아야 할 그때에도 나는 내가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없었다.


세 가지가 상호 배타적이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의식 속에서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되고 있을 때 나는 자신 있게 내가 잘 지내고 있다고, 더없이 좋은 요즘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왕 내 감정을 설명한 김에 조금만 더 따지자면 평온이 근간이 되어야 하고, 나머지는 조금씩만 있어주면 ‘좋음’의 최소 조건은 충족했다고 할 수 있는 정도다.


물론 나의 사회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 대체로는,

“좋죠! 잘 지내시죠?”

하고 상대에게 얼른 배턴을 넘겨버린다든지,

“안 좋을 이유가 없죠~”

하고 좋음에 대한 조건을 따지고 있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는 정도로 갈무리 하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생각을 생각하기, 메타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