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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Dec 09. 2022

내가 말을 덜 못 하려고 신경 쓰는 것

더 나아질 수 있어요

요즘 사람들은 말을 왜 이렇게 잘하는지, 또 얼마나 창의적인지! 어딜 가나 그들의 드립력에 놀랄 때가 많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회사에서, 가게에서, 모임에서 대화를 하다 보면, 제대로 된 대화가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그러한 경우를 타산지석 삼아 나 자신을 돌아보며 신경을 쓰게 된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지시 대명사를 남용하지 않는다.

'그거'라고 말할 만한 것이 앞에 나오지 않았는데 '그게 있거든요' 등의 문장을 종종 쓰는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그게 뭔데요?’ 하고 스무고개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맥락으로 추측할 수 있는 '그것'들도 있지만, 그게 아닌 경우도 많다.

물론 나도 단어를 까먹을 때도 있고, 심지어는 잘못 말할 때도 있지만, 이미 앞서 말한 것을 다시 짚어주기 위한 게 아니면 지시대명사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상대방이 어련히 알아듣겠거니 하고 지시대명사를 쓰기보다는 최대한 내가 의도한 단어를 제자리에 써주는 게 좋다.


둘째, 말을 끝맺는다.

말을 끝맺지 않으면 상대방이 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고, 무엇보다 말하는 사람의 자신감이 떨어져 보인다. ‘얘 할 말 다했나? 다한 거 맞나?‘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다 합이 안 맞으면 두 사람 다 운을 뗐다가 오디오가 겹쳐 황급히 입을 꾹 닫는 것이다.

말을 끝맺으려고 노력하되 마음이 더 급해서 온전한 문장으로 끝내기 어렵다면, 끝났다는 시그널이라도 주는 게 낫다. 차라리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방을 보며 마무리하는 것도 괜찮다.

당연하게도, 생략이 되었을 때 더 낭만적인 여운이 남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나 일을 할 때에는 말을 잘 끝맺어주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에 효과적이다.


셋째,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정리가 됐을 때 말을 한다.

상대방의 말에 0.1초 만에 반응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나도 그런 편이다. 하지만 애써 빨리 답하려 하기보다는 5초 정도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게 낫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 침묵을 견디고 더 잘 이야기하는 게 양쪽의 시간 낭비를 줄인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는 게 좋다. 무능해 보이지 않는다. 책임감 있어 보인다. 말을 못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신중해 보인다.


넷째, 말에 구성을 둔다.

글을 쓸 때를 생각해보면, 구성이 없으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무작정 긴 글보다는 단락을 구분한 글이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강약 조절이 되어 있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말은 그냥 흘러가버리기 때문에 어쩌면 글보다 구성이 더 중요한 것이 말이다.

그래서 말을 할 때에도 중간중간에 예고와 표지를 넣어주려고 신경을 쓴다. 지금부터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언질을 주고, 내가 할 이야기의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를 눈치채게 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는 말을 잘하려고 애씁니다‘라는 문장 뒤에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앞으로는 이걸 할 거예요’라는 말을 붙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는, 마지막은, 첫째, 둘째’ 등의 표지를 이용하여 내가 할 이야기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고, 순간적으로 집중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좋다.

또 하나의 방법은 두괄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방도 내 주장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나 역시 말을 하다가 딴 길로 샐 일이 줄어든다. 물론 미괄식으로, 소위 말하는 빌드업을 잘해서 빵 터뜨리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도 있다. 개그맨 같은 사람들이 그렇다. 그런데 개그의 경우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과 관객이 어느 정도 암묵적인 합의를 한 상태이다. 지금 하는 이 말들이 나중에 회수가 되든지 터지는 순간이 있든지 하겠지, 유행어가 언젠가 터지겠지. 끝 모를 이야기들이 오히려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그렇지만 일상 속에서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의 맥락을 파악하기가 어려우면 그저 답답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야기를 잘 꾸려나갈 자신이 있거나 미리 소재를 준비하고 대화할 수 있는 자리에서는 미괄식으로 말해도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두괄식으로 이야기하는 게 낫다.


핵심은 상대방이 불안감을 적당한 시간 내에 해소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아슬아슬 긴장감을 주는 대화도 재밌겠지만(?), 대화를 통해 내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게 우선이다. 말하는 방식을 고친다는 게 쉽지 않지만, 이 정도만 신경 써도 좀 더 듣기 편한 대화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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