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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Dec 16. 2022

[2022 결산] 가장 기분 좋았던 말 3가지

기분 좋은 칭찬의 조건

칭찬을 들었다고 자랑하는 셈이라 민망하지만, 말을 듣는 나보다는 말을 하던 분들의 선한 마음이 더 잘 느껴져서 좋았던 말들이 있다. 그 말들을 상기하며,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봤다. 내용이야 나에 대한 좋은 말이니까 그렇다 치고, 좋은 말이 나오기 위해 필요했던 다른 조건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걸 알게 된다면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좋은 말을 돌려줄 수 있으니까.


첫 번째는 출간을 하면서 만나게 된 대리님의 편지였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내 집에 살고 싶을 뿐이야>는 유진님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은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책을 편집하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 '유진님의 성실과 열심'이 참 대단하다는 것이었거든요. 어린 나이에 부동산을 공부해서 이뤄낸 업적들도 멋지고 존경스러웠지만, 그 이전에 삶을 대하는 태도라든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음가짐에서 더욱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던 것 같아요. 독자분들께서도 아마 저와 같은 마음을 느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느끼기에, 나보다는 대리님이 정말로 더 좋은 분이셨다. 책을 대하는 사람들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편견을 갖게 해 준 사람들은 많지만,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대리님이다.


나는 늘 진심인 사람들이 좋다. 언젠가부터 진지한 것을 재미없고 지루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버려서 아쉽다. 그런데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을 진지하게 드러낼 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멋진지! 대리님은 그런 멋진 분이다.


친절하고도 확실하게 일하시는 대리님을 만난 덕에 마음에 쏙 드는 나의 첫 번째 저서가 나왔고, 같이 편집 작업을 하는 내내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북 토크를 한 날에는 또 한 번 작은 쪽지와 함께 본인이 쓴 에세이를 전해주시는데, 자신의 마음과 기분을 담담히 적어 내려 간 책을 선물로 줄 수 있다는 것이, 왠지 내가 그의 좋은 작업 메이트였던 것을 증명해주는 것 같아 기뻤다.


늘 느끼는 거지만, 칭찬을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은 건, 칭찬을 해주는 상대방이 좋은 사람일 때인 것 같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마음을 주려면 나 역시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지. 역시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두 번째는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만난 분의 나에 대한 관찰일기(?)였다. 12월에 밥을 같이 먹으면서 '사람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선임님, 선임님의 매력을 모르시겠어요? 저는 알겠는데?"

라고 하셨다.

"네? 저도 모르는 제 매력을요? 그게 뭔데요?"

했더니 내년 7월 13일에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진짜 7월 13일에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셨다.

(생략) 친해지고 싶고 실제로도 잘 다가가게 해 주지만 쉬운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더 좋다.
(생략) 똑똑한 사람인데 겸손하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본인을 내려놓는다.
(생략) 여러 면에서 철저한데, 공감능력이 좋고 배려를 참 잘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그게 뭐야 오글거리게~'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분과 어느 정도 상호작용이 있었고, 같이 일할 때에는 서로 배려하면서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전혀 부담스러운 느낌은 아니었다.


이 말들이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내가 스스로에게 이러한 모습을 갖추길 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모습이 이렇게 좋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또는 그러려는 노력을 잡아내어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 분한테 딱히 보상을 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닌데도 이렇게 이야기해주신 게 또 하나의 감동 포인트였다. 꼭 이런 형식이 아니더라도 진심으로 상대를 알아봐 줄 수 있다면, 누군가의 하루에 잊히지 않을 좋은 날을 선물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는 대학교 때 만나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언니가 해준 말이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나를 두고 언니는,


"넌 진짜 대단한 것 같아. 근데 나는 다른 사람들이랑 나를 비교하면서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편인데, 이상하게 너한테는 샘이 하나도 안 난다? 나 진짜 너를 좋아하나 봐!"


라고 말했다.


사실 누군가가 좋은 말을 들었다며 행복해할 만한 이야기에는 늘 진심이 담겨있다. 중요한 것은 그. 진심을 뒷받침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언니의 말을 곱씹으며, 그 답이 시간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좋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나쁜 사람이 한 번 좋은 일을 할 때 좋게 보기보다는 늘 좋았던 사람이 또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 더 응원하고 감사해하겠다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늘 내 곁에 남아주는 사람에게 더 감사하다. 나 역시 그 사람에게 오랜 시간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설레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 또한 이 한 해 동안 누군가에게 충분한 응원의 메시지를 줬을지,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부족했던 거 같기도 하고. 누군가의 좋은 면모와 희망을 늘 진심으로 응원하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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