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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Jan 04. 2023

저장만 해놓고 안 보는 동기부여 영상 있죠?

스트레스라도 받지 말기

세상에는 무수한 동기부여 콘텐츠가 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 그런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자극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중 저장만 해놓고 안 보는 영상, 안 보는 기사, 안 보는 책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이상한 승부욕이 있는 나는 그것들이 쌓이는 속도가 해결되는 속도보다 빠른 게 은근 자존심 상했다. 그간 나의 행동을 돌이켜 보면, 동기부여가 될 만한 영상, 나에게 꿀 정보가 있을 것 같은 영상을 저장해 둔다. 안 본다. 안 본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또 안 본다. 다음 것이 또 쌓인다. 스스로를 한심해하다가 지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고민하는 시간에 봤으면 될 일을 또 고민만 하다가 둔다 순이었다. 정말 웃긴 일이다.


내 근래의 의사결정은 모두 욕심만 많아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쪽으로 이뤄졌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으면 안 해도 되는 일을 찾아서 잘라내는 식이다. 그래서 이제는 본 것 중에 좋은 것만 저장해두기로 했다. 안 본 것을 나중에 보겠다며 저장하는 행동은 안 하기로 했다. 스트레스까진 아니고 거슬리는 정도인데, 하여튼 그 거슬림도 없앴다. 어차피 안 보고 저장해두느라 저장 공간만 낭비되고 스마트폰 세상이 복잡해지기만 하기 때문에 실효성도 있다.


돌이켜보면 불안해서 그랬던 것 같다. 하루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는데, 그 가운데에서 나는 도태되는 건 아닐지, 내가 모르는 것 없이 싹 다 봐야 하는 거 아닌지, 내가 나 자신을 들들 볶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볶음(?)이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랬기 때문에 더 많이 공부하려고 했고,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려고 했으며, 그 노력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모든 것에 욕심을 내지 않아도 되고, 모든 연사들에게 내 머릿속 클라우드 공간을 내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들이 하는 얘기가 결국엔 엇비슷한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행이다, 불안함이 사그라들어서.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이를테면 소설 읽기, 예능 클립 보기 같은 것들)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의 재능은 갖게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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