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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Jan 06. 2023

내가 더 이상 자기 계발 책을 열심히 안 읽으려는 이유

가끔은 읽을 것임!

자기 계발 책을 읽다 보면 현타가 올 때가 있다. 내가 지금 이게 뭐 하는 건가 싶다. 그 얘기가 그 얘기이기 때문이며,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 다름이 없는 것은 책을 덜 읽어서 그럴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나 고민을 좀 했지만, 아직 나는 한참 부족하다며 겸손을 떨며 언제까지나 책을 읽고 앉아있을 수는 없다.


물론 자기 계발서를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참 책을 읽어나갈 때에는 효과가 제법 좋다. 자극이 된다. "오~ 오오~" 하게 된다. 그다음에는 나와 같이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들의 행태가 눈에 띈다. 또래 압박이 있는 것처럼 자기 계발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압박을 받기도 한다. 그게 때로는 좋은 자극이지만 때로는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하게 한달까. 이 책을 안 읽으면 자기 계발러들 사이에서 대화가 어려울 것 같다든지,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게 불안하다든지 하는 것이다. 그렇게 점차 한계 효용이 떨어진다.


혹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실행을 하지 않아서, 돈이 되지 않아서 생기는 성과의 부재, 아쉬움이다. 자기 계발 관련 책을 안 읽어서 그럴리는 없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움직일 것인가의 문제다. 한 권만 읽어도 움직이는 사람이 있고, 여러 권을 읽어도 도무지 움직여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효율을 따지자면 전자가 훨씬 더 낫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데 하나 재밌는 것은 '자기 계발'의 영역에서 꾸준히 무언가를 생산해내기만 한다면 기존의 책과 영상을 소비하는 것으로부터 효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계발 콘텐츠를 소비함으로써 내가 더 이상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는 없지만 콘텐츠를 생산하여 남을 자극받게 할 수는 있으므로 그것이 다시 나에게 효용의 형태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자기 계발 콘텐츠의 소비자를 분류해 보자면, 소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행동하지 않는 사람,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옳다고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줄 응원단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 '팬'의 유형도 있다. 자기 계발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사람의 실력과 매력에 매료된 사람들이 팬을 자처하며 지속적으로 생산자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 자기 계발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늘 새롭게 생긴다. 비유하자면, 내가 올해 수능을 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면 현재 고3인 학생들이 졸업해도 일자리를 잃지 않는다. 새로운 고3들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자기 계발 분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그게 나쁘거나 정직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또 다른 생산자들이 생겨나고, 세상의 수많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해주기 때문이다.


만약 생산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돈을 버는 법, 기분을 다루는 법, 내 관심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법에 관련된 책을 한 자라도 더 읽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낫다. 아니면 차라리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지식을 늘려나가는 것도 좋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는 열심히 해라, 오늘부터 해라, 자신을 믿고 해라 하는 이야기를 던져주는 것이고, 결국은 실전이다. 그렇게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생산자가 될 생각이 없다면 스트레스가 풀리게 웃음을 주는 재미난 영상을 보는 게 낫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자기 계발서를 아예 거들떠도 안 보겠다는 것은 아니고, 콘텐츠를 생산해내기 위해서, 일을 해나가는 데에 흥미나 지속성이 떨어질 때쯤엔 한 권씩 읽어볼 것이다. 나도 노는 게 좋고 그냥 드러누워 있는 게 좋다. 본능적으로 좋다. 자기 계발하는 것,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고 계속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이고 무언가를 해나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다짐해줄 필요도 있다. 결국엔 그 자체로부터 전혀 새로운 내용과 신선한 자극을 받기는 어려울 뿐, 안 신선한 자극은 늘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 읽기 싫다는 소리를 길고 정성스럽게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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