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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Jan 09. 2023

이번 연예 대상, 연기 대상을 보면서 느낀 점

도전

어렸을 때는 연말 시상식을 즐겨 봤다. 보신각 종을 치는 걸 방송으로 봐야 한 해가 새롭게 온 느낌이 제대로 왔달까? 어느 순간부터 연말 시상식을 제대로 보진 않았는데, 이번에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돌아다니는 클립을 몇 개 보게 됐다. 연말 시상식을 보면서 한 번도 감명을 받은 적은 없었는데,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역을 바꿔 도전해서 성공해 내다니, 대단하다”


연예인들의 다른 면모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딱 이 부분만 놓고 생각해 보자면, 어찌 됐든 존경심이 들었다. 자신이 원래 가던 길을 내려놓거나 병행하면서 다른 길을 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연예대상을 받은 전현무 님은 아나운서였지만 예능으로 나서서 대상을 받았고, 소녀시대 윤아 언니와 수영 언니(사랑해요 소녀시대)는 연기로도 인정을 받았다. 배우 박진주 님은 예능으로 넘어와서 신인상을 받았다.


전현무 님이 하신 소감 중에 “이 길이 아닌가 싶은 적도 많았어요. 근데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면서요”라는 말이나, 박진주 님이 하신 소감 중에 “저는 평생 연기만 해 왔고, 또 겁이 엄청 많고 그릇이 작아 새로운 걸 두려워하는데, 너는 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알려주시며 낭떠러지로 저를 밀어주신 유재석 선배님, 밀어주셔서 감사하다. 너무 무섭다” 했던 말을 들으면서 그 사람들이 했을 고민이 얼마나 깊었을지, 얼마나 걱정되었을지를 가늠해보게 됐다.


출처: 이데일리


이전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상을 받은 것도 처음은 아니지만, 올해 유독 이들의 도전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인생에 대해 고민하면서 최근에 느낀 것은 내 의사든 다른 사람들의 의사든, 20대 초중반에 결정된 길을 쭉 갈 수는 없으며, 따라서 언제가 되었든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상상 속 어른이 된 내 모습은 늘 상당히 젊었다. 20대 후반 정도가 되면 뭔가 완성되어 있을 줄 알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정작 그 나이가 되어 보니, 나는 그냥 살아가고 있을 뿐, 앞으로의 길은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영원히 편안하게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영원히 이 회사의 일원으로 죽을 살 수도 없고 나 역시 언젠가는 울타리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도, 내 기대 수명은 생각보다 길다는 것도 알아채 버렸다.


그래서 이번 연말 시상식의 풍경이 더 와닿았나 보다. 한 길을 걷는 것이 뚝심 있는 것도 맞지만 다른 길을 가보는 것 역시 대단한 일이다. 특히 이들은 이미 원래의 위치에서 인정을 받고 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대단해 보였다. 소녀시대는 15년 전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했을 때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었지만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렇게 도전을 지속하면서 끝내 한 명 한 명이 연기자의 길에서도 빛나게 되었다니, 멋있었다. 이 길이 맞나 의심하고 고뇌하면서도 용기를 냈을 그들이 존경스러웠다.


아마 이들에게도 귀인이 있었을 테고, 이전의 길에서 이미 성공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되었을 테지만, 엄청나게 노력하며 스스로를 다독이지 않았다면 지금의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매정한 세상에서 새로운 분야로 갔을 때 기존에 하던 것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지 않은가?


나는 어떤 도전을 하게 될지, 이들이 전한 수상소감처럼 기쁘게 회포를 풀어놓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수상을 하신 분들은 날 모르시지만 무튼 깨달음을 주신 분들께 다시금 축하와 감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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