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너그러운 당신에게
누군가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나 너무 힘들어서 좀 쉬고 싶은데 괜찮을까?'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물론이지! 쉬엄쉬엄 해도 되잖아. 그리고 좀 쉬면서 해야 멀리까지 갈 수 있다고!'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에게는 모질다. 좀 더 해야지, 좀 더 참아야지, 좀 더 버텨야지. 얌마! 정신 차려!
또 다른 누군가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나 너무 호구인 거 같아. 거절도 잘 못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싫은 소리도 못하겠어.”
또 그에게 이야기하길,
“야, 남은 너 신경도 안 써! 어떻게 모든 사람이랑 사이좋게 지내겠어? 좀 더 너를 신경 쓰면서 살아도 돼! 내가 아니면 나를 누가 챙겨줘~”
그러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그렇게 행동하질 못하는 게 나다.
놀랍게도 나는 양쪽에 다 진심이다. 스스로에게 관대하라는, 남에게 해주는 조언이 진심이면서도, 내가 혹시라도 쉬이 포기해버릴까 봐 걱정하는 마음도 진심이다. 언젠가부터, 그 두 가지 모습이 사뭇 다른 것이 거슬렸다. 나를 좀 놓아주든, 남에게 그런 조언을 하지를 말든 해야지, 생각하고선 그게 잘 안 돼서 삐걱대던 날들이 이어졌다.
그럼 어느 쪽을 양보해야 하는 건지 고민을 하다가, 나를 좀 더 느슨하게 둬도 되는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의 채찍질엔 방향이 없었으니까. 그냥 스스로에게 막연한 굴레를 씌운 게 다였으니까.
남에게는 세상 친절하면서 나에게는 한껏 엄격한 사람들이 많다. 힘들고 지칠 땐 남 대하듯 나를 대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남들에게 건네는 무의미한, 어쩌면 가장 객관적이고 너그러운, 그런 조언이 나에게도 필요하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수 차례 위로가 되는 말을 들어도, 결국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따르게 되니까, 조금은 너그러질 필요가 있다. 좀 더 멀리 보고, 좀 더 확신을 갖고, 지금의 시련이 좀 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해줄 필요가 있다.
남에게 관대한 만큼 나에게도 조금은 관대한 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