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에 대한 확고한 취향 그리고 심심함
국에 밥 말아먹지 않기
국을 먹더라도 밥 따로 국 따로 먹는다. 밥이 꼬들꼬들한 상태인 게 좋다. 그래서 밥을 말아먹는 걸 싫어한다. 국밥도 밥 따로 국 따로 나오면 따로따로 먹는다. 근데 엄마도 어렸을 땐 그랬다는 걸 보면 나도 조금 더 나이 들면 바뀔지도. 이미 어렸을 때 극혐하던 미나리, 다시마, 굴은 잘 먹는다.
메인 토핑이 끝나면 그만 먹기
오므라이스 달걀지단이 끝나면 밥만 먹긴 싫다. 그래서 처음부터 배분을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달걀의 폼폼한 식감을 많이 느끼고 싶을 때도 있어서 먹다가 달걀지단과 밥의 균형이 안 맞으면 밥을 그만 먹는다. 텐동이나 오야꼬동 같은 것도 마찬가지.
사람 지나가면 숨 참기
사람이 지나가면 여러 향 또는 냄새가 나는데, 어렸을 때 한 번 지나가던 사람한테서 담배 냄새와 땀 냄새가 섞인 안 좋은 냄새를 맡고서 생긴 버릇이다. 여러 명이 천천히 가는 곳은 괜찮고, 지나가는 사람이 쌩- 하고 바람을 일으키면서 냄새가 크게 다가오는 길거리에서는 잠시 숨을 참거나 호기와 흡기(?)를 컨트롤한다. 물론 매 순간 그러지는 않는 듯.
자동차 번호판 보면 계산하기
어렸을 때 차를 타고 학교를 가면서 엄마가 심심해하는 나에게 제안했던 게임이었다. 처음엔 네 자리를 더해보기, 두 자리씩 끊어서 더해보기, 차 두 대의 네 자리 숫자를 더해보기. 학교에서 사다리꼴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을 배웠을 때는 첫자리와 두 번째 자리가 각각 윗변과 아랫변, 셋째 자리가 높이인 걸로, 마지막 자리는 그냥 나누기를 해주는 식으로 변형했다. 그 뒤로는 제곱근을 배워서 근사치를 찾는 정도. 업그레이드가 안 됐다. 많이 심심했던 게 분명하다.
차 타고 가면서 가로등과 가로등, 나무와 나무 사이의 중간 지점쯤으로 보이는 곳에서 발 까딱 하기
이 습관은 도대체 왜 생겼는지 근원을 모르겠는데, 아까 번호판을 보면 계산하는 것처럼 차를 타고 다니다가 생긴 버릇이다. 학교에서 산술평균을 찾는 것, 중간점을 찾는 것을 배웠을 때부터 했던 버릇인 것 같다. 물론 이제는 공식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진짜 중간에서 까딱 했는지 답을 확인할 겨를도 없지만 차의 속도를 어느 정도는 고려해서 얼추 중간에 가깝게 까딱 했다 싶을 때 만족감이 느껴진다.
또 생각나면 추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