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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Jan 16. 2023

나는 오늘 내가 참 예쁘다

자뻑의 향연


어릴 때는 딱히 내가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오히려 어른이 되고서는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날이 가뭄에 콩 나듯 생기곤 했다. 외모가 아니라 하는 짓이 어여쁜 그런 거 말이다.


어릴 때는 항상 빛이 났기에, 늘 새로운 모습으로 나날이 성장하는 모습이 매 순간 예뻐서 잘 몰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면 어떤 모습도 그저 예쁘다고 하는 게 그런 마음일까? 어른이 되고서는 스스로를 어여삐 여길 일이 없다. 마음이 깎여 모난 내 모습을 보는 것은 괴롭기만 하다. 어렸을 때 빛나던 그때를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고.


나는 애석하게도 스스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언가를 해내야 스스로를 조금 예뻐하는 편이다. 대학생 때는 너무 스파르타식이었기 때문에 직장인이 되면 풀어주려나 했더니, 각인된 미의 기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운이 좋았다. 노력한 것에 비해 과분한 성과를 얻었다. 그래서 더 노력했다. 그러지 않으면 그 운이 나를 밉게 보고선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그랬고, 제법 큰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을 때도 그랬다. 성취에 대한 감사표현은 언제나 더 큰 노력이었다. 그 가늘고 긴 줄이 뚝 끊겨 버렸을 때 나의 방황이 시작되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고, 여태껏 나를 지켜주던 운도 떠났다.


떠나간 운을 다시 찾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우리 엄마는 늘 나에게 나 정도면 사춘기를 가볍게 앓은 편이라며, 밥만 주면 잘 먹고 잘 자고 딩가딩가 춤도 춰서 쉽게 키웠다고 이야기해 줬다. 어릴 때의 사진을 보면서 '이때가 춤을 추던 때인 모양이군' 했었는데, 20대 중반에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는 떠날 줄을 모르고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를 괴롭혔다. 내 쓰임이 고작 이거였나, 내가 기대하던 여유와 자유라는 건 결국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나 생각하다가 성미에 안 맞게 좌절하고 앉아 있는 게 싫어서 억지로 몸을 이끌고 어디로든 가보자 생각했다.


하다가 만 것도 있고, 생각만 하고 하지도 않은 것도 있고, 충동적으로 결단을 내리기도 했고, 내릴 뻔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글을 썼고, 책을 냈고, 온라인 강의를 오픈했고, 오프라인 강의도 했다. 그것도 1년 전에 강의를 들으러 연차를 내고 찾아갔던 사업가가 직접 섭외를 해주셨다. 기뻤다. 같이 성장해 보자는 그 말이, 나에게는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한참을 타이핑을 멈추게 할 만큼 좋은 그런 말이었다. 재미있게 강연을 했고 자신의 위치에서 멋지게 빛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평소와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와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 운이 슬금슬금 다시 내게로 온 건가 싶었다.


힘이 들어야만, 시련을 겪어야만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싫다. 내가 조금은 어른스러워졌다는 것을, 나보다 멋진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질투가 담겨 있지 않다는 것에서 느꼈다. 나보다 훨씬 멋진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도, 나 역시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뭐라도 되어 있을 거라는 믿음을 다지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제법 어른스럽다고 느꼈다.


나는 모르는 게 많다. 어떤 게 좋은 삶인지도 모르고, 어떤 게 진짜 성취인지도 모르고, 어떤 게 옳은지도 잘 모른다. 다만, 거기에 정답이 있든 없든 오늘 나는 내가 참 예쁘다. 못나던 때를 생각하니 더 예쁘다. 사실은 방황하던 그 시기조차 안쓰럽고 어여쁘다. 신데렐라의 마법은 언젠가 풀린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한 것도 동화 속에서나 해피엔딩이지 실제로는 파국으로 치달았을지도 모른다는 시덥잖고 현실적인 생각도 한다. 그렇지만 오늘은 내가 예쁘단 말이지. 며칠이 지나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이 감정을 글로 새기고 눈과 마음에 새기고 싶었다. 마음은 마법과도 같아서 좋을 때 충분히 누리지 않으면 곧잘 소멸되니까.


오랜만에 내가 틀리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내가 믿는 대로 꾸준히 가다 보면 무언가 되어 갈 거라는 확신을 받은 시간이었다. 행복하다. 그리고 기대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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