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분류 미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잘 사는 진리 Feb 22. 2023

광고와 진실성에 관하여

광고에 대한 생각

광고 자체는 '널리 알리다'라는 뜻의 가치 중립적인 단어이지만, 그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사람들은 광고를 싫어한다. 왜 싫어할까? 머릿속에 '광고=소비자를 기만하는 것, 돈을 억지로 쓰게 하는 것'이라는 공식이 서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영상이나 블로그 포스팅 등 광고의 댓가를 받은 사람들이 거짓되거나 과장된 정보를 담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머릿속에서 광고는 '진실되지 않은 것', '잘못된 유혹'의 다른 말같은 것이다.


광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는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려는 오디세우스와 비슷하다. '내 결코 저 광고에 넘어가지 않으리!' 하는 강렬한 의지가 엿보인다. 사람들이 긴 시간과 과도한 유혹을 허락해주지 않는 탓에 광고는 점점 짧아지고, 재밌어지고, 탄탄한 스토리라인이나 진실성같은 것들을 담을 수밖에 없어졌다.


광고는 우리의 모든 생활 속에 들어와 있으며, 모든 사람들은 광고를 집행하거나 광고를 받아들이는 역할 중 하나를 수행하게 되어 있다. 광고를 거부하고 싶다면 TV를 봐서는 안 되고, 길거리를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SNS를 해서도 안 되며, 포털에 접속해서도 안 된다. 광고를 안 보기 위해서는 광고 차단 프로그램의 광고를 봐야 한다. 연예인들은 광고 모델은 커녕 옷을 걸쳐서도 안 될 것이다. 물론 광고를 거부할 수 없는 것과 광고의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은 다른 이야기이다. 거부할 수 없다고 해서 그냥 좋게 생각하라고 이야기할 순 없다.


선호의 문제라는 전제 하에 개인적인 호불호를 말하자면, 나는 광고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긴 유난인 것 같지만 광고를 싫어하거나 광고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광고는 제품에 대한 가장 첫인상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그것을 광고해야 하는 사람의 모든 직관과 이성과 감성의 집합체가 된다. 그래서 상당히 흥미로운 콘텐츠에 속한다. 또한 광고를 통해 기존에 알지 못했던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알게 되는 일이 생각보다 잦다.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광고료를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접하는 광고가 허위광고나 과장광고는 아니라는 전제 하에, 잘못된 광고를 걸러낼 지식이 있고, 지출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게 서있다면 나쁘게 볼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모른 척 충동 소비를 해버리는 게 재미이기도 하고.


광고에 관해 관찰되는 재밌는 현상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중 하나는, 연예인이 광고 모델이 되는 것과 유튜버가 직접 제품을 받아서 써보고 광고를 하는 것에서 사람들의 반응이 상당히 갈린다는 것이다. 광고 모델이 되는 것은 제품에 대한 관여도와 무관하다. 잘생기고 예뻐서, 모델이 가진 느낌적인 느낌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아 떨어져서 광고 모델이 될 뿐이다. 블랙핑크 제니는 헤라의 립스틱이 어떤 점에서 좋은지, 지속력이나 발림성은 어떤지, 각질부각은 어떤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 광고 모델을 한다(나도 넋 놓고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설령 헤라가 잘못을 하더라도 제니는 욕 먹을 일이 없다. 반면, 뷰티 유튜버가 헤라의 립스틱을 제품을 직접 써보고서 리뷰를 할 때에는 아무리 솔직하게 리뷰를 한다고 말해도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여기에서 두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첫째는 유명할수록 광고에 임하는 진실성에 대한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며, 둘째는 광고의 대상에 대한 지식이 없을수록 광고에 임하는 진실성에 대한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종합해 보자면, 광고의 댓가가 비쌀수록 제품에 대해서는 무지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유튜브 판에서도 구독자 수가 적을수록 보통 사람의 시선에 가깝게 애를 써서 리뷰를 하고 낮은 고료를 받으며, 구독자가 많을수록, 겟레디윗미와 함께 가볍게 언급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료를 많이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광고효과는 당연히 구독자가 많은 쪽에서 톡톡히 볼 수 있다. 즉, 광고를 보고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과는 별개로, 현실 세계에서 내가 직접 구현하기 어려운 감성과 환경에 사람들은 더 기꺼이 현혹되며, 거기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것이다. 입증되지 않은 사람일수록 진실성을 강요받으며 본인들도 그것을 강조하게 되고, 사람들은 진실성에 대한 책임을 예민하게 따진다.


또 하나 재밌다고 생각하는 점은 '광고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감정'을 '이용하는 자'들의 모습이다. 유튜브를 워낙 많이 보다 보니 몇 가지 유형들이 보인다. 사람들이 광고를 싫어한다는 것을 이미 사실로 받아들인 상태다.


어떤 사람은 광고를 잘 하지 않음을 내세워 본인의 진실성을 호소한다. '광고x', '내돈내산' 등의 키워드로 사람들을 후킹하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대놓고 광고를 해버린다. 그냥 그런 포지션을 잡아버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되려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거나 재밌어 한다.


다른 누군가는 메인 콘텐츠에 해당하는 것은 절대 거짓이 아니지만, 메인 콘텐츠와 관계가 없는 광고는 적극 환영한다고 어필한다. '우리가 다른 것에서 진실할 테니, 이 정도는 우리도 좀 먹고 살자, 봐줘' 하는 식이다. 이런 영상에서는 시청자들이 이제는 광고가 잘 되면 프로그램도 풍성해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댓글창에는 오래오래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PPL 많이 받으라고 덕담도 던진다. 멍청이 대기업들 광고 안 주고 뭐하냐는 댓글도 달린다.


광고를 하지 않는 콘텐츠 생산자는 거의 없다. 설령 광고를 다른 업체에서 받아서 하지 않더라도 유튜브라는 채널의 존재 기반, 정체성이 바로 광고 그 자체이다. 만약 광고를 하지 않는 채널이 있다면 그 채널 목적은 유튜브 영상을 통한 수익창출이 아니다. 본인만의 브랜드나 상품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부동산 강의같은 것이 거기에 해당될 수 있다.


지켜 보는 것만으로도 진짜 너무 재밌는 게 광고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소비 행위를 시작한 이래 광고에 대한 나를 비롯한 소비자들의 이성적이지 못한, 모순적인 모습을 지켜 보면서, 또 광고를 몇 번 집행해 보면서 내가 세워둔 최소한의 원칙은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능성이 있는 상품군, 식품이나 의료와 관련된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 광고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겠다는 것 정도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미 검증이 된 것들을 하자는 것이고, 해보니까 막상 신경을 많이 써야 해서 자주는 못할 거 같다는 것 정도?


학회 할 때부터 관심 많았던 주제인 광고에 대한 더 많은 생각이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매거진의 이전글 이거 안 보면 후회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