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 시골
유재석님이 나오는 예능을 즐겨봅니다. 재밌습니다. 어느 정도 기획이 탄탄한 작품이 제안될 것이고, 유느님이 성공하는 방향으로 만들기도 하겠지요. 아무래도 유느님의 존재 자체가 마음의 장벽을 낮추고 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단지 까불이로, 어떤 때는 박식한 데다가 유머코드까지 갖춘 인터뷰어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자기 관리는 얼마나 철저하신데요! 유느님은 누가 봐도 ‘성공’한 사람입니다.
어느 방송에서인가 누군가가 유느님께 성공비결을 물었습니다. 유느님은 ‘주어진 걸 열심히 하다 보니 이 자리에 와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글쎄요?
인과관계로 따지자면 ‘주어진 걸 열심히 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말인데, 주어진 걸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의 반열에 드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한 사람들 중 절대다수가 그런 특징이 있는 것은 사실이겠지만요.
유느님의 말이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은 ‘직업적 특성’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매체에 ‘일단 노출’되었던 거죠. TV에 나오는 걸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창밖의 세상이 거대한 도시입니다. 사람이 많고, 기회도 많아요. 창밖에 낙엽만 날리고 사람이 몇 안 지나가는 곳이라면 내가 아무리 창문 바로 앞에서 막춤을 추고 몸을 반쯤 내밀어 떨어지다시피 해도 주목하는 사람이 몇 없을 것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성공하고 싶다면서도 그러한 ‘추상적 시골’에 살아가면서 이사할 생각은 없이 의아해합니다.
‘왜 나는 안 되지?’
또는 우리 집 창밖의 시장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합니다.
‘왜 열심히 해도 고작 이거지?’
지나가는 사람이 몇 없어요.
아주 크게 성공하고 싶다면 창밖이 아주 거대한 도시인 집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 상태에서 창문을 열어두고 춤을 춰야 합니다. 춤을 춰도 안 될 수는 있지만, 하여튼 내가 원하는 성공의 크기와 창밖 도시의 규모는 비례해야 합니다. 그게 아마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설 용기와도 상관이 있겠죠?
이상 지나가는 행인 27689365로서 유느님 출연 프로그램을 보며 즐거움을 얻는 도시의 노동자가 유느님의 성공비결을 들으며 느낀 점이었습니다. 오늘도 잘 때 런닝맨 클립 켜두고 잘 거예요~
유느님&조셉님 이미지 출처: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