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 거인의 노트
기록을 ‘잘’ 한다는 것
대한민국 1호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님의 저서 <거인의 노트>를 읽었습니다. 사실은 다 읽지는 않았고 초반부를 읽다가 소름이 오소소 돋은 게 있어서 얼른 서평을 쓰고 싶었습니다.
책의 대목 중에 이런 부분이 있었어요.
그렇다면 (성장하기 위한) 미친 지속성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바로 어긋난 부분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목표와 일상, 습관을 일치시키면 된다.
목표와 일상, 습관을 일치시키면 된다는 부분에 감명을 받았는데요.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려면 제가 행복하지 않았던 때를 떠올려봐야 합니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건 어렵지 않은데, 뭐가 그렇게 힘들고 괴로웠는지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던 때가 있었어요. 처음엔 그 마음을 부정하려고 했습니다. 그때는 또 한참 ‘당신은 이미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나 글귀가 유행했던 때거든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거죠.
‘아닌데? 나 이대로 살면 후회할 것 같은데?’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지금의 내가 나를 꽤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왜 싫지? 그걸 생각해 보니 언젠가부터 저는 제 미래를 어둠 속에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연히 돈 문제도 있었고 실제로 그걸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이 있었어요.
‘재밌게 살고 싶은데, 회사 동료들이랑 수다 떠는 거, 유튜브 보면서 시시덕거리는 거 말고는 딱히 재미가 없다’
‘이대로 쭉 산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이 뭐가 있을까?’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해보니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게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로 했어요. 이루고 싶은 목표, 내가 원하는 삶의 형태를 잡았습니다. 긍정확언이니 자기 암시니, 생각하는 대로 이루리라는, 다소 미신 같은 이야기들도 넘쳐날 때였어요. 근데 그것만으로는 또 부족했습니다.
‘목표만 잡아놓고 지금 이 모습대로 살아서는 어떻게 내가 원하는 길로 가겠어? 거기를 향해 가고 있다는 믿음이 생겨야 말이지?‘
그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은 나의 행동이었습니다. 운동을 하는 것, 책을 읽는 것, 글을 쓰는 것, 남들에게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내놓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저는 저만의 행복 공식(!)을 세우기에 이릅니다.
‘내가 행복하려면, 현재의 즐거움, 미래에 대한 희망, 현재가 모여 미래의 희망이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나의 마인드와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저도 꽤나 머리를 굴려가며 만들었던 공식입니다.
<거인의 노트>에 쓰인 표현으로 치환하자면 일상과 목표, 습관인 셈입니다. 목표와 일상 사이를 습관으로 채워 조금씩 그 간극을 줄이는 것, 그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 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제가 사실 메타인지 클래스를 준비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행복에 관한 챕터가 있어요. 그중에 이 내용을 그대로 다루고 있는 클래스가 있습니다. PD님께 영상을 제출하기 전에 이 책을 봤다면 책 내용을 인용하면서 조금 더 그럴듯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은 좀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여기에서 교수님의 책을 다시금 인용하자면 목표와 일상, 습관을 일치시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중요하다기보다는 행복한 일입니다. 행복한 일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그래서 나의 일상이 만족스럽지 않은 분이 계시면 꼭 그 세 가지를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 목표가 ‘세계 최고의 부자 되기’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작은 목표 하나를 세워서 그걸 향해 달려 나갈 수 있게 하는 습관으로 일상을 만들어 나간다면 어제보다 더 즐겁게 사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렇게 목표를 키워가면 되겠죠, 뭐!
<거인의 노트>는 기록에 관한 책인데, 명색이 서평이라는 이 글에 ‘기록’에 대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네요. 기록은 내가 하루하루를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그것은 나중의 나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인사이트가 되기도 하고,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책에서 기록을 잘 해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시니, 꼭 참고하셔서 멋진 기록 남겨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책을 접한 덕분에 이것저것 이미 기록하는 것들을 보완하고 있는 중이에요.
언젠가 분명 감사할 수밖에 없을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