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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Feb 08. 2023

책 리뷰 | 내가 만일 인생을 다시 산다면 2/2

고립과 독립의 차이

나는 내가 속한 커뮤니티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고, 가능한 한 잘 지내려고 노력해 왔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사람들과 잘 지냈을 때 나에게도 좋은 일들이 생기곤 했다. 그런데 그게 좋다는 것을 세련되게, 확실하게 표현하기가 어려웠는데, '내가 만일 인생을 다시 산다면'에서 그 힌트와 해답을 얻었다. 책에는 '건강한 어른'에 대해 서술하는 내용이 나온다.


진정으로 ‘건강한 어른’은 가끔 어린아이로 되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생략) 건강한 어른은 떠날 수도 있고 혼자 남겨질 수도 있어야 한다. 또한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사랑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기댈 수 있어야 한다.
그녀(혜은 씨)는 독립적인 사람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을 매우 수치스럽게 여겼고 일이 안 풀릴 때조차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 밤을 새워서라도 혼자 끙끙거리며 문제를 풀어 나갔고 그런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꼈다. 게다가 독립성을 미덕으로 꼽는 현대사회는 그녀를 부추긴다. 독립성을 추구하는 분위기에서 타인에게 의존하게 되면 뭔가 미성숙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하지만 혜은 씨가 혼동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독립과 고립의 차이다. 독립은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데 사실 독립은 타인에게 의존해야 할 때 의존할 수 있는 능력을 전제로 한다.


내가 꽂힌 부분은 '독립과 고립'을 구분한 것이었다. 이 대목을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평소에 흩어져 있던 생각이 하나로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 사람'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를 일이지만, 요즘 사람들이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대목에 크게 공감했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너무 채찍질하거나 타인을 너무 밀어낸다. 독립이 무조건 고립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의심을 품어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독립은 고립과 의존 사이의 균형점이다. 다른 균형점이 그렇듯이, 독립이라는 것도 참 어려운 과제이다. 그래서 의존을 할 바에는 차라리 고립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공부든 뭐든 혼자 해내야 한다고 강요하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거절을 상대에 대한 부정이나 미움쯤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한몫한다. 나쁘게 말하면 내가 상대방을 도와주고 싶지 않으니 나 역시 차라리 도움을 받지 않는 길을 택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 역시 어느 정도는 그런 면모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냥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받아야지' 하고 생각한다. 물론 돈 많은 사람에게 돈을 쉽게 빌린다거나 염치가 없을 정도의 도움을 받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회사에서 일을 나눠서 한다거나 모르는 것을 물어본다거나 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기꺼이 도울 준비도 되어 있다.


차마 회식 같은 자리가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는 꺼려지지만(^^;;), 대화의 시간이나 자리는 필요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타인은 어떤 사람인지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가 함께 어떤 일을 해나갈 수 있을지, 각자의 장점과 흥미를 잘 살려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강구할 수 있다.


일을 잘하기가 싫대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긴 시간을 함께 하는 서로의 존재가 어떻게 하면 덜 피곤해질지, 그 하루를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일하기 싫은데 같이 일하는 사람까지 만나기 싫으면 내 하루도 엉망이 되니까.


아이는 어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은 어른이 완성된 존재여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 사회와 주변 이들의 도움을 받을 능력과 책임감과 사회성이 어른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아이가 아니라 어른의 입장이 된 우리가 더 잘 알고 있다. 내게 부족한 것을 남에게 도와달라고 할 줄 알고, 남이 부족한 것을 내가 도울 줄 아는 것이 훨씬 더 어른스러운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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