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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Feb 06. 2023

책 리뷰 | 내가 만일 인생을 다시 산다면 1/2

차선의 길에서도 가능성은 존재한다


'내가 만일 인생을 다시 산다면'을 읽었다.



김혜남 작가님의 정신과 의사 또는 저자로서의 경력도 보통 사람의 것이 아니었지만, 파킨슨병으로 인한 고난,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놀라웠다. 물론 작가님도 시행착오를 거쳐, 작가님 마음속 돌풍을 거쳐 평화와 행복의 상태에 도달하신 거지만 내 신체와 정신이 언제까지 온전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사명을 만들고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놓지 않는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았지만 분명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얼마 전 '만약 몸이 병들거나 아프게 된다면 어떻게 살 거냐, 그때도 지금처럼 열심히 사는 게 의미가 있겠냐'는 내용의 댓글을 받은 적이 있다. 글쎄, 사실 나도 확신하며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살 거라고 말했다. 그분은 '그 마음 변치 말길 바란다'는 답글을 남기고 떠나셨는데, 그분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도착점은 그 상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정한 계기가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떠올랐는데, 몇 개월 전 드로우앤드류님과 웹툰 작가 이대양 작가님의 북토크를 간 때였다. 이대양 작가님은 서울대학교 공학박사이시고, 육아일기를 웹툰으로 그려낸 작가이시고, 음원도 내보셨다고 했다. 인생을 재밌게 살아 나가시는 분이다. 그런데 이대양 작가님 역시 혈액암 투병 이력이 있고, 척추 골절을 경험한 적도 있는 분이셨다. 좌절감이 몰려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했다. 그 이야기는 자기 계발이나 동기부여 콘텐츠에 절여져 있던 나에게도 새로운, 심장이 철렁하는 이야기였다.


책의 내용도 비슷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나에게는 이대양 작가님이라는 좋은 선례가 있었으니, 김혜남 작가님이 한 번 더 다져주신 셈이다. 사회의 지성인이자 사명감 있는 의사로서, 영향력 있는 작가로서, 아이의 엄마,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작가님이 파킨슨병을 진단받았을 때, 나는 내가 그 기분을 고스란히 느낄 수는 없으리라고 장담했다. 작가님께 밀려든 감정이 바다와 같다면 나는 그 바다의 한 방울 정도의 감정을 느꼈으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서웠다. 공포라는 단어보다는 처연하고 두려움이라는 단어보다는 격한 감정을 느꼈다.


작가님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삶마저 두려워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을 만났다. 그 이전에는 가고 싶었던 길이 얼마나 윤택했을지 생각하며 코 앞에 닥친 현실을 원망하느라 주어진 현실을 잘 살아내지 못할 법한 상황도 만났다. 그런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차선의 길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고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길이 있을 수도 있는데 원하는 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문이 닫힌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그리고선 스스로를 채근하면서 살아왔던 삶을 반성하며 인생에서 정작 중요한 것, 잊고 살았던 것을 돌아봤다. 역설적이면서도 다행스럽게도 더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유쾌하게 살아 나갔다. 맡은 신분과 역할에 따른 책임 때문에 돌아보지도 못했던 오늘에 대한 기쁨을 되찾았다.


이 독후감의 결론은 뻔하다. 지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단, 건강을 잘 챙겨 가면서, 지금을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보면서,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기록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신체가 나이 들고 아플 때에도 갖고 갈 만한 건강한 정신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잠깐은 성격이 나빠질지라도 결국 돌아오게 될 지점을 만들어 둬야지.


작가님의 지혜와 경험이 어우러진 좋은 책이었다. 그런데 내가 제대로 꽂힌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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