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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Jul 03. 2023

??: 부동산이고 주식이고 현물이 짱이여

모르겠음 진짜

“이럴 거면 차나 바꿀걸!”

“그니까! 이 정도면 샤넬 백도 살 수 있는 돈이야!”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경제가 요동쳤다. 부동산, 주식, 코인,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사람들을 볶아댔다. 다들 이 시기를 계기로 앞으로의 투자 또는 재테크 향방을 결정한 듯하다. 버티는 이들도 많고 포기한 이들도 많다. 신물이 나버린 사람들은 재테크고 뭣이고 이럴 거면 현물이라도 살 걸, 가구를 바꾸고 옷을 사고 갖고 싶은 거라도 살 걸, 가만히 앉아서 얼마를 날린 거야, 맞지 맞지 하는 이야기를 나눈다. 애초에 재테크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은 본인의 선택이 맞았던 거라며 승자의 미소(?)를 짓는다.


나는 경제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지겹긴 하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의지가 한 풀 꺾였다. 아마 성취를 못 느껴서일 것이다. 성적은 올라야 맛이고, 다이어트는 빠져야 맛이고, 자산 가치 역시 올라야 맛이다. 집은 내가 살기라도 하니 나쁘지 않긴 한데, 나머지는 답이 없다. 사실 잃은 게 크지는 않다. 애초에 넣은 것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내 수준에서는 큰돈이다. 잃었으면 배운 거라도 있어야 플러스지 생각하며 몸소 느낀 걸 어디에 끄적이기는 하는데,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나중에도 유효할지 모르겠달까? 이제는 우스갯소리 하는 영상들로 채워져 버린 유튜브 알고리즘 틈새에서 간간이 경제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기도 한다. 상당한 의무감에서다.


나는 현물도 많이 샀다. 금, 은 말고 그냥 돈 쓰고 마는 것들 말이다. 인테리어도 했고, 옷도 사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대부분 샀다. 그러면 현물이 나은 게 정말 맞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진짜 절절이 갖고 싶었던 것도 이제는 감정이 둔해졌다. 마음먹고 산 거실 식탁 하나, 계절이 바뀌면서 안 샀으면 어쩔 뻔했나 싶은 에어컨 하나 잘 샀다 싶다. 나머지는 왜 갖고 싶어 했는지도 잊은 지 오래다.


현물을 빵빵하게 가진 것이든, 교훈을 잔뜩 얻은 것이든, 내가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를 생각할 수도 있는데도 못 가진 것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내 마음이 참으로 별로다. 마음의 추를 옮기려고 의식한다. 배운 것을 생각하자, 지금 가진 것을 생각하자. 배운 것이 없다면 다시 공부하자, 가진 것이 없다면 앞으로 가질 것들을 생각하자. 그렇게 되뇌다 보면 그리 나쁜 것도 없긴 한데, ‘으아아아 왜 이렇게’까지 썼는데 듣고 있던 노래에서

“재-미 없어 어쩌지~”

하는 뉴진스의 하입보이 중 한 파트가 흘러나오는 건 우연인가?


이럴 때일수록 컨디션을 챙겨야지! 오늘은 건강식을 해 먹고 편안한 속으로 마음도 편안하게 해 주고선 책을 읽다가 깊은 잠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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