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맞다고 해!
블로그, 브런치, 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사람들이 자신을 유혹의 구렁텅이(!)로 당겨주길 원한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설명하면, 본인의 욕망과 욕망의 발현을 합리화하고 부추겨주길 원합니다.
내 소비를 조장해 줘!
텅장이 되어도 좋으니 어서 내가 혹할 만한 예쁜 옷을 소개해줘!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말해줘!
내가 마음에 안 드는 인간이 있는데 그 인간을 미워해도 된다고 해!
게으르게 살아도 된다고 해!
결론은 이런 것일 수도 있어요.
“나만 그런 거 아니잖아! 너도 한심하잖아! 사람들이 바람직하다고 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살고 있는 내가 맞다고 해!”
저라고 예외라는 뜻은 아니고요. 위의 이야기들은 제 마음을 설명한 거랑 다름없습니다. 소비를 예로 들어 볼까요? 저는 패션 유튜브 보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잘하지 못하는 영역인데 잘하고 싶거든요. 유명 패션 유튜버의 광고에 넘어가서 카드 결제 문자가 와있기까지 한 날도 있어요. 중간 과정이 어땠는지 생각도 안 납니다. 물론 즐거워요. 돈은 쓰는 게 맛이니까요. 게다가 알 만한 사람이 몇 시간을 투자해서 준비한 내용이니 퀄리티를 의심할 필요도 없어요. 얼빠진 채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호로록 각종 유혹들에 내 영혼을 빼주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닌 듯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행동하고 추구하는 방향이 옳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깨달음을 얻고 싶어 하기보다는 내가 신경을 쓰고 있는 곳에서 공감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예요.
그래서 자꾸 생산자의 생각, 사업가의 생각은 달라야 한다, 고객의 마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나 봐요.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인간의 욕망 안에는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라는 사람은 뭘 이야기해 보면 좋으려나요? 오늘도 어떤 글을 써야 하나, 어떤 영상을 찍어야 하나 고민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