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 테스트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사실 지겹긴 해요. 왜 지겹냐.
첫째,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읽어야 할 것만 같은, 봐야 할 것만 같은 책과 영상이 쏟아집니다. 이미 유명한 책도 많고 오늘 새로 나온 책도 많습니다. 내가 책을 읽는 속도보다 책이 나오는 속도가 더 빠르죠. 마음이 조급해지기 십상입니다.
둘째, 나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가 무엇인지가 불투명하다. 자기 계발이 The end가 되는 끝이 있을까요? 내가 내 일을 잘하면? 그럼 ‘내 일‘이라는 건 도대체 뭐죠? 지금 하고 있는 일? 새로운 일? 이 모든 일에 적용되는 불닭볶음면 소스 같은 맛도리 원칙이 생길까요?
셋째, 얼마나 해야 하는 건지도 알 수 없다.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수준을 정하기 어려워요. 늘 해야 하는 게 자기 계발이니 습관으로 지속한다면 이 정도 독서량이면 된다, 이 정도 시간이면 된다 하는 거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고 보면 ‘열심히’라는 것의 경계도 모호하죠.
넷째, 그 과정에서 의심을 하게 돼요. ‘이 이야기가 맞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내가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걸지도?’, ‘열심히 안 해서 그런 걸지도?‘ 하고요. 그럴 땐 그냥 탱자탱자 놀까 싶기도 하고, 실제로 드러누워 버리는 날도 있습니다(사실 많아요).
그래서 제가 ‘이걸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생각을 한 게 있어요.
대차게 놀아보자! 머리가 아프도록 누워서 유튜브 보기, 친구들이랑 몇 날 며칠 동안 놀고 마시기, 새로운 경험 어쩌구 그런 거 말고, 그 과정에서도 배우는 게 있느니 이런 거 말고 그냥 진짜 시간만 가는 거 있잖아요.
대차게 놀아 보잖아요? 얼마 못 가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제 뭐 할 거냐?(긁적후비적)”
노는 것도 이제 재미없어요. 집 밖에서 놀면 지치고, 집 안에서 놀면 지겨워요. 그래서 다행히도(?) 회귀하게 되더라고요. 노는 것도 하루이틀이다 싶거나, 놀다가 갑자기 겁이 나거나, 찝찝한 마음이 있다면 그때 다시 시작해도 되더라고요. 노는 걸로 돈까지 벌고 자아실현도 한다면 더없이 좋기야 할 테고요.
제가 느낀 건데, 진짜 다행이자 불행인 건 아무리 자기 계발을 해도 아무 일이 안 일어난다면 그건 나의 선택임이 명확합니다. 그래서 그냥 내가 흡족한 수준으로 하는 거예요. 자기 계발은 양 치기가 될 수 없어요. 누군가는 100권의 책을 읽어도 몸을 일으키지 않고 누군가는 단 한 권의 한 문장만 읽어도 그걸 내 것으로 만들 거예요. 아마 전자가 더 많을 것이고, 심지어는 100권의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몇 안 되는 튀어 오르는 사람들이 또 잠깐 자기 계발 욕구를 불러일으켜 주고 나는 또 좌절하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이제 좌절 그만... 차라리 스트레스받지 말고 놀자...)
그래서 또 점검해봐야 할 것은 최종 목적지가 있느냐 하는 것인 것 같아요. 그게 커다란 꿈이든 장단기 목표든, 코 앞의 행동이든요. 내가 가야 할 곳이 있어야 거기로 어떻게 가지 고민을 하게 되고, 먼저 떠난 사람들이 써준 사용 설명서를 보게 되더라고요. 그러지 않은 채로 책을 읽고 영상을 보는 건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나 모른 채로 수업 시간에 앉아만 있고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목적지가 있어야만 가는 건 아니긴 한데, 높은 확률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면 그 자체를 즐기든가요. 그냥 재미로 한 번 찾아보는 거죠. ‘남이 먼저 어디로 어떻게 갔는고-?’ 하면서요. 자기 계발을 하면서 ‘내가 청춘을 바칠 의미가 있는가!’ 하고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아도, 이런 세상이 있구나 간접 경험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그 자체로 재미와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보다는 다시 돌아오더라도 한 걸음 내디뎌 보는 게 목적지와 방향성을 수정하기도 쉽고요.
그렇게 목적지가 어느 정도 정해진다면 자기 계발이라는 지루한 길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남이 가자 해서 간 길이 아니라 내가 가고 싶어서 가는 길이 되니까요. 2-3년 사이 ‘돈으로 이어지는 자기 계발’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폭발적이었어요. 거기에 편승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고요. 솔직히 재미보다는 스트레스가 컸어요. 난 답을 못 내렸는데 가자고 하니까 억지로 끌려가는 기분이었어요. 근데 또 막상 가보면 내가 할 만한 게 보이는 느낌 알죠? 난 너무 귀찮았는데 친구가 재밌다고 억지로 끌고 간 곳이 의외로 재밌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근데 또 그냥 재미보다는 콩알만 한 성취를 맛보는 게 지속하기에 좋긴 하더라고요. 성취라는 게 큰돈을 버는 게 될 수도 있을 텐데, 저는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그냥 뭔가 좋은 일이 생긴 것, 가능성이 보이는 것도 참 재밌는 일이었어요. 저는 더 이상 재밌는 일이 안 일어날 것 같아서 노잼 인생을 걱정하면서 자기 계발을 시작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고 유튜브를 시작했던 거거든요. 그 과정에서 출간 계약이라든지, 유튜브 구독자 1000명 달성이라든지 하는 일이 생겼어요. 자잘한 성취가 뿅뿅 터지니까 또 그런대로 재미가 있더라고요.
결론을 내리자면, 놀아 보자! 목적지를 정해보자! 자잘한 성취를 만들어 보자! 매일, 많이, 자주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그게 바로 ‘열심히 그러나 똑똑하게’다! 어찌 보면 다행이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