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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Jun 28. 2023

고등학교 때 연애를 해도 되느냐...? 크흠...

보통의 인내심을 가졌다면 안 하는 게 낫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 첫 연애를 했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고등학생 때 연애를 하나 안 하나 좋은 대학에 진학할 사람은 그렇게 되고, 아닌 사람은 아니게 돼요. 될놈될이라는 거죠. 공부의 본질을 깨우쳤다, 평가원 출제의 우주적 원리를 깨달았다, 눈을 감고 문제를 풀어도 맞는 답을 찾는다, 그러면 연애를 하든가 말든가 좋은 결과를 받는 거고요. 그게 아니면 마음 수양하듯이 계속 나를 공부할 수밖에 없게 해줘야 해요.


이분이 좋은 대학에 갈 생각이 있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연애는 확실히 방해가 됩니다. 제가 연애를 해보니까 연애는 정말 마음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서 연애를 하면 1000% 성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방법은 두 가지예요. 그 안 좋은 영향을 받아도 데미지가 없을 만큼 공부를 진짜 굳건하게 잘하거나, 아니면 연애를 안 하거나. 물론, 더 잘 보이려고 공부를 더 잘하는 경우의 수도 있을 수도 있을 수도 있긴 한데, 그건 성공 확률이 낮을 것 같습니다.



전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해야 할 때인데 연애를 왜 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지금 이분은 그런 게 아니잖아요. 혹시 나중에 결과가 잘 안 나왔을 때 내가 좋아했던 그 이성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다, 상대와 헤어지더라도 그냥 어렸을 때의 좋은 추억으로 남길 자신 있다. 그러면 교제하세요. 해도 괜찮아요. 앞선 이야기를 한 이유는, 그것 때문에 성적이 안 나왔다고 생각하거나 나의 소중한 추억을 나쁘게 해석하는 게 너무 모양 빠지기 때문에. 물론 사랑이라는 게 그렇게 찌질하고 모양 빠지는 것이긴 합니다만...


이 댓글 중에 또 하나의 포인트는 ‘이성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나서 방해된다’인데 두 가지인 것 같아요. 단지 연애가 엄청 해보고 싶다, 궁금하다 하는 것 하나와, 이미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


만약에 연애가 너무 궁금한 거다? 제가 이 마음을 잘 알긴 해요. 저는 고등학교 때는 스무 살 되기 전까지 연애라는 건 내 일상에 없는 일이다 하고 생각했지만, 스무 살이 되고 나서는 눈에 불을 켜고 ‘나도 연애라는 걸 해보고 싶다’ 생각했거든요. 궁금하잖아! 연애가 뭔지! 그게 도대체 무슨 특별한 감정이길래 교수님들도 나서서 연애를 많이 해보라고 하는지! 근데 어차피 그렇게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하려고 하면 연애다운 연애를 할 수 없어요. 심지어는 그냥 연애를 못할 수도 있어요. 그냥 ‘연애해볼 거야!’ 이렇게만 해가지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고 해야 하고, 내 장점을 보일 줄도 알아야 하고, 그런 것들이 다 안 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연애다운 연애를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에 마음에 드는 이성분이 이미 있으시다. 그 친구가 너무 좋아서 그 친구와 연애를 하고 싶은데 학생의 본분 어쩌고 하면서 참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벌써 몇 개월의 시간을 마음앓이하면서 공부에 집중을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면 연애를 해보세요. 어떡하겠어요. 이미 정신으로는 연애를 하고 있잖아요. 아마 학창 시절에 연애를 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고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도 많을 거예요. 저는 안 해봐서 모르지만. 근데 생각보다 많이 힘들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세요. 일단 연애라는 것 자체가 너무 좋고 너무 힘든 거라서 거기에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고요. 그리고 부모님이나 선생님한테 들켜도 문제, 안 들켜도 문제예요. 웬만큼 개방적인 분들이 아니라면 들키면 들키는 대로 ‘학생이 공부나 할 것이지, 헤어져!’라는 잔소리를 들으면서 고초를 겪을 것이고, 안 들키면 안 들키는 대로 안 들키려고 노력하느라 힘이 들 거예요. 저는 학창 시절에 연애를 안 했지만 제 친구들은 연애를 했기 때문에 지켜본 결과 그렇습니다. 웹툰에 나오는 것처럼, 웹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모범생스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연애는. 그리고 끝이 날 거라고도 생각하세요. 확률상 그래요. 몇몇의 드문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학창 시절의 연애는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주변의 사례를 봤을 때 고등학교 동창과 사회에서 다시 만나 결혼한 경우는 있어도, 고등학생 때부터 연애를 해서 결혼한 경우는 못 봤어요. 심지어는 그렇게 고등학생 때부터 10년을 만나도 결국 헤어지는 경우도 봤고요. 우리의 사랑은 특별할 거야?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의 사랑은 특별하고 모두의 사랑은 평범해요.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지극히 보통의 사람이거나 어쩌면 그 이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이건 연애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제 생각에는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하니까 더 해보고 싶은 게 연애인 것 같기도 해요. 누구에게나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저는 어떻게 생각했냐면, 내가 성적을 잘 받고 싶고 좋은 대학을 가고 싶은데 그것과 무관한 다른 것들을 지금 참아내지 않으면 나중에 더 많은 걸 참아야 하는 더 큰 일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를 테스트해보는 거죠. 얼마나 잘 참을 수 있는지.


입시를 위해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면 그냥 연애해 보시고요. 연애를 통해서 인간과 인생에 대해 꼭 배울 점을 만드시고요.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힌트를 얻으시고요. 근데 아마 잘 안 될 거예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보세요! 그럴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라는 건지 저도 모르겠네요. 저는 제가 생각하는 가능성과 장단점을 말씀드렸을 뿐이니까, 본인이 잘 생각해 보고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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