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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Jul 05. 2023

인간적 외로움과 솔로로서의 외로움 구분하기

연애가 답이 아닐지도

연애를 해보지 않았을 때는 연애를 안 해서 외롭다는 친구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연애를 안 해봐서 그 감정이 궁금했기 때문에 연애를 해보고 싶었지 외롭다고 생각해서 연애를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만약 연애를 해본 지금의 제가 솔로가 된다면 그런 종류의 외로움을 느낄 것 같긴 합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데, 저에게 주어지던 응원과 격려 중 제법 큰 부분이 없어질 거니까요.


연애 상태와는 별개로, 저는 결핍이 있을 때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나에게 뭔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요. 그게 꼭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꿈, 가치관,... 그런 것이 대부분이었어요. 이미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열등감이나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그걸 채우려고 노력할 때 외로움이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못난 마음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롭지만, ‘나의 외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외롭다’의 사전적 정의는 ‘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하다’입니다. 의지할 곳이 꼭 사람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을 꼬옥 붙일 곳은 꿈이 될 수도 있고, 일이 될 수도 있고, 소박한 취미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뚜렷하지는 않지만 내 삶의 전반적인 방향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누군가가 연애도 안 하고 외롭지 않냐고 물어봤을 때 그렇지 않다고, 즐겁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겠죠. 그들은 꿈이 있고, 할 일이 있고, 하루를 소소하게 채울 거리들이 있습니다.


‘채울 거리’ 그게 참 중요한 거 같아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덩그러니 놓였을 때 사람은 외로움을 느낍니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거죠. 그럴 땐 누군가가 날 끌어가줬으면 하기도 하고 마침내 누군가가 손을 잡아주었을 때는 ‘이 사람이 없다면?’ 하는 불안한 마음에 그 손에 나를 온전히 묶어버리기도 합니다.


혼자서 외로움을 대할 수 없는 사람은 연애를 하게 되어도 상대에게 주도권을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사실 주도권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여기에서 주도권이라는 건 우리의 시간을 누가 원하는 대로, 누구의 감정대로 채워갈지에 대한 결정권입니다. 상대에게 주도권이 있는 게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럴 수도 있어요. 어디까지나 내가 괜찮다면요. 하지만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혼자가 되어 외로움을 느낄 내가 걱정이 되어 그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는 상대방의 존재가 나의 외로움을 사그라들게 하는 데에 도움이 안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어야 하고, 같이 있는 시간 속에서도 나의 꿈이나 일이 있어야 합니다. 앞서 외로움을 ‘대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외로움은 극복의 대상도 아니고 없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묵묵히 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오지 말라고 해서 오지 않지 않는 월요일처럼, 그냥 맞이해야 하는 거죠.


그러니 혼자여서 외롭다면, 타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내가 느끼는 외로움의 진짜 실체를 분석해 보시면 좋겠어요. 나에게 필요한 건 타인의 존재가 아니라 나의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어렵겠지만 하나 기쁜 소식은, 그렇게 나를 찾는다면 아마도 그다음에 하는 연애는 더욱더 건강할 거라는 사실이에요. 어서 할 일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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