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치즈 파스타 : 성시경 레시피 애매하게 따라 하기

쉽게 그럴듯한 걸 먹고 싶을 때

by 잘 사는 진리

성시경 님의 유튜브 채널에 나온 브리치즈 파스타 레시피가 핫합니다. (사실 핫해진 게 오래전 일이긴 한데 그렇다고 칠게요) 제 주변에도 따라 해본 사람이 제법 많더라고요? 누군가는 브리치즈를 비싼 걸 쓰니 확실히 맛있다고 하고 누구는 바질이 ‘프레시’ 해야 맛있다고 하고 혹자는 그게 뭐 대단한 맛이냐고도 하는데, 제가 해보니 난이도에 비해 대단한 맛인 것 같긴 합니다.


재료

(1인분 기준)
파스타 면 1인분(주관적)
브리치즈 반 개
바질 한 움큼
방울토마토 원하는 만큼
마늘 3알+@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첫 번째 애매하게 따라 하기


브리치즈 파스타를 처음 시도했던 건 남자친구 집에서였습니다. 재료는 남자친구가 구비해 두면 제가 만들기로 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남자친구가 이마트에서 바질을 못 찾겠다며, 집에 있는 바질 페스토를 대신 넣자고 하더라고요.

“그게 대체가 되겠냐 이 양반아”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래, 그 대신 그 맛이 나진 않을 거 같아’라고 하고 나름 열심히 만들어봤어요. 근데 첫 번째 패착이 바질이 없다는 거였고, 두 번째 패착이 제가 파스타를 만들어본 경험이 별로 없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간이 아주 덜 되어 있더라고요. 남자친구가 파스타 간은 본인이 잘 맞춘다며 소금을 와장창 뿌려 갖고 오니 그제야 간이 맞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그러한 고충을 겪는 와중에 브리치즈가 희멀건 겉면만 남고 안쪽은 다 면에 녹아서 형체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면에 풍미가 벤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성시경 님이 말한 그 맛일리가 없다는 생각이 단번에 들었습니다. 같이 구운 소고기 빨로 흡입을 하고 저는 속으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다음에 혼자 해 먹으리라. 그때는 꼭 생 바질을 넣으리라.’


두 번째 애매하게 따라 하기


그렇게 두 번째는 집에서 혼자 만들었어요. 근데 또 문제가 생겼어요. 쿠팡 배송 오류로 바질이 도착하질 않았더라고요. 다른 재료는 다 마련해 두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어쩔 수 없이 B마트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최소 배달 금액을 맞추려고 아이스크림도 사고요. 이 김에 다른 요리도 해야겠다며 다른 재료들도 샀습니다.


그런데, B마트에 바질이 품절되고 없네요? 대안을 찾고 싶었습니다. 바질의 부드러운 향긋함은 없어도 은은한 쌉쌀함이 살아 있는 루꼴라를 선택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브리치즈 바질 파스타는 한 번도 만들어보질 못하고, 브리치즈 바질 페스토 파스타와 브리치즈 루꼴라 파스타를 만들어보게 되었어요. 다행히도 이 요리는 ‘브리치즈 파스타’라고 소개되어 저도 얼버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레시피 영상을 다시 보니 루꼴라도 괜찮을 것 같다 하시네요.)



파스타를 만들 때는 ‘소금을 그렇게 많이 넣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소금을 많이 넣어야 하더라고요. 요즘 많이 쓰는 게 그라인더 안에 담긴 히말라야 핑크 소금인데, 한동안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저는 답례품으로 받은 히.핑.소를 다섯 개 정도 갖고 있어요. 그걸로 반 바퀴씩 열 번 돌려주었습니다. 팔팔 끓는 물에 파스타 머리칼을 풀어헤쳐주었습니다. 그림처럼만 두면 바깥으로 삐져나온 면이 추욱 힘을 잃으면서 불에 타는 거 아시나요? 그 사태까지 가지 않으려면 면이 적당히 구부러질 때를 기다려 면을 온전히 냄비에 담가야 합니다.



저는 방울토마토 아니고 그냥 토마토를 썼는데요. 아무래도 방울토마토가 조금 더 상큼한 맛이 있긴 한데, 그냥 토마토도 먹기 좋은 크기로 썰면 쓸만하더라고요. 루꼴라는 면과 휘감기기 좋은 정도, 가위로 3등분 해주었습니다. 거기에 오늘의 주인공 브리치즈도 썰어주고요.



올리브오일 한 큰 술, 소금 간을 살짝 해주고요. 마늘 세 알을 쪼끄맣게 썰어 넣고 후추도 후추후추 흩뿌려 줍니다. 이 모든 것은 그저 개인의 기호에 맞게.

아, 내가 먹을 요리를 내 맘대로 하는 것! 이게 바로 주말이지!



10분 간 잘 익힌 면의 면수를 버리고 면의 온기로 브리치즈를 녹입니다. 적당히 녹이는 게 포인트예요. 특히 저는 브리치즈의 식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흐물흐물하게나마 형체가 남아 있되 어느 정도는 면에 녹아들게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아까 걔네, 빨강, 초록둥이들을 섞어줍니다. 루꼴라는 잎이 쌩쌩한 상태보다는 올리브오일과 토마토과즙, 마찰에 절여져 살짝 어두워진 색깔이 된 게 좋더라고요. 마치 시금치가 무쳐진 것처럼요.



그렇게 보기만 해도 신선한 브리치즈 파스타가 완성되었어요!


맛은 어땠을까?


쉽고 그럴듯하고 포만감 있고 센스 있고 다하더라고요. 루꼴라의 살짝 씁쓸한 맛, 토마토의 상큼한 맛, 마늘의 알싸한 맛, 면의 탱글탱글한 식감, 무엇보다도 입 속에서 맛 변화의 포물선을 그리는 브리치즈의 조금 꿈꿈한 맛이 아주 좋더라고요. 역시 브리치즈 형체를 살리길 잘했어요. 혹시 샐러드 파스타 드셔보신 분이라면 거기에서 단맛과 신맛을 빼고 건강한 느낌과 무게감을 제법 집어넣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아, 참고로 저는 샐러드까지 만들었기 때문에 이날 식사는 거의 풀밭을 뛰어댕겼다고 봐도 무방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답니다!



다시, 재료


그나저나 이 요리의 주인공인 브리치즈를 좋아하시나요? 전 좋아합니다. 브리치즈는 어린이 치즈와 어른 치즈 중간쯤 포지션인 거 같아요. 철이나 생각 따위는 없이 살고 싶은 마음과 그럴듯한 어른으로 살고 싶은 마음 중간쯤에 마음의 수를 놓아둔 제 어중간한 위치와 비슷해요.


브리치즈를 처음 먹어본 건 몇 년 전 집들이 선물로 받은 에어프라이어로 할 수 있는 와인안주가 뭘까 하고 찾아보고서였어요. 처음 먹어봤을 뿐 아니라 존재를 처음 알았어요. 피자처럼 슥슥(이라고 하기엔 뻑뻑하지만) 썰어서 견과류를 뿌리고 꿀을 뿌려주니 제가 아는 것 중 이보다 간단하고 맛난 와인 안주가 몇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브리치즈를 먹는 방법은 딱 거기까지였어요. 그런데 이번에 업그레이드가 된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그런데 브리치즈와 까망베르 치즈 사이에 혼란이 있죠. 저는 솔직히 차이를 잘 모르긴 하는데요. 이리저리 찾아보니 둘 다 소의 젖으로 만든 거고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치즈는 오리지널과는 완전히 다른 거라 더욱더 구분이 어렵다고 해요. 그러니 까망베르 치즈로 대체해도 문제는 없겠으나, 굳이 구분을 한다면 까망베르 치즈가 조금 더 흙내가 나고 브리치즈가 좀 더 버터 느낌에 가깝다고 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일반 콜라와 제로 콜라를 비교하듯, 그 둘도 비교를 해봐야겠어요.


샐러드와 파스타를 세련되게 먹으니 촌스럽게도 그럴듯하게 챙겨 먹은 느낌이 드네요. 재료를 다듬는 마음이 알록달록합니다. 다음 주말엔 뭘 해 먹을지 벌써 고민이에요.


역시, 잘 먹는 게 잘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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