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하는 리더와 일한다는 것
제가 지난 팀장님의 눈에 들고 싶어서 쓴 치트키가 있었습니다.
‘팀장님한테 책 추천해 달라고 하기’였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팀장님 눈에 들려고 했다기보다는 정말 좋은 분, 똑똑한 분이라 생각했기에 언젠가 팀장님과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멀어져 있는 동안에도 팀장님의 생각을 쫓아가고 싶었던 건데요. 그게 차마 기대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팀장님의 팀원으로 일하게 되었거든요. 나중에 팀장님께서 그게 참 고마웠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사실 이게 누구에게나 먹힐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방 발령이 나기 전에 ‘팀장이 되기 전 팀장님’과 같은 팀에서 일했는데, 팀장님이 애독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좋은 책을 권해주시거나 사주기도 하셨어요. 그래서 저 멀리 지방근무를 하게 되었을 때도 본사에 계시는 팀장님께 한 달에 책 한 권씩을 추천해 달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지요.
사실 실제로 추천을 해주실 거라 기대를 하지는 않았어요. 워낙 바쁘시니까요. 그런데 팀장님은 2년 간 꼬박꼬박 짬을 내서 책 링크를 보내주셨습니다. 두 달에 한 번, 세 달에 한 번 추천을 해주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책을 꾸준히 권해주셨어요. 팀장님은 후배와의 약속을 잊지 않으시는 따뜻한 선배님이셨거든요. 아마 그런 분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조금은 오글거리고 과하다 싶은 요구(?)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팀원으로서 팀장님 밑에서 일할 때는 다독하는 리더의 역량을 크게 체감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팀장님을 평가하기는 좀 그렇지만 뭘 하든 튼튼한 구조 아래에서 일할 수 있게 이끌어주셨거든요. 큰 틀을 두고 왜 제가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임했으면 좋겠는지,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 현재는 어디에 있는데 어디로 더 갔으면 좋겠는지 등을 명확하게 이야기해 주시고 그 길을 잘 갈 수 있게 인도해 주셨습니다.
팀장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들을 잘 읽었냐 하면, 일단 사긴 했고요. 벽돌 같은 책을 추천해 주실 때가 있어서 그건 솔직히 못 읽었습니다. 그래도 얇실한 건 잘 읽었고 두꺼운 책도 읽으려고 노력은 했다는 사실...^^
혹시 회사에 진짜 멘토로 삼고 싶은, 그게 인생의 멘토이든 회사 생활의 멘토이든, 그런 분이 계시다면 한 번 써먹어 보세요. 꼭 책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근데 아마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면 높은 확률로 책이 유효할 것 같네요.
흠, 이제 이 스킬은 다른 분한테는 못 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