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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r 09. 2021

집은 살아보지 않고는 모르길래 살아보고 하는 말

남의 집에 살면서 느낀 것들

 

 집은 살아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집은 살아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다시 말해, 내가 어떤 집에 사는 것이 가장 만족도가 높은지는 살아보지 않고는 함부로 결론지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경제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월세 이체내역으로 찍히는 것 외에 생각해야 할 요소가 있습니다. 저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중교통으로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월세가 저렴한 집에 살면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지역의 여러 집을 돌아다녀보면서, 또 직접 살아보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었고, 이제는 단순히 월세 말고도 다양한 것을 고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적어나갈 내용은 월셋집을 구하기 전에 생각했던 것들과 구하고 나서 살아보고서야 생각할 수 있었던 것들을 적절히 섞은 내용입니다.



도보 10분
vs. 환승 없이 30분
vs. 환승 2번 2시간



 지금까지 저는 회사에서 도보 10분 거리, 대중교통 환승 없이 30분 거리, 환승 두 번 2시간 거리의 집에 살아보았습니다. 도보 10분 거리의 집은 현재 살고 있는 월셋집입니다.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73만 원이지요. 대중교통 환승 없이 30분은 두 곳이 있었는데, 전세 9000만 원, 셰어하우스 월세 62만 원이었습니다. 환승 2번 2시간 거리는 인천 이모댁에서 다닐 때였습니다. 제가 살았던 집들은 거리와 월세가 상쇄되는 비교군입니다. 회사로부터 거리가 멀면 월세가 낮고, 거리가 가까우면 월세가 높습니다. 사실 인천 이모댁의 경우 이모댁이라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산 것이지 집을 구매했다거나 월세로 구했다면 돈이 많이 들었겠지요. 그러면 거리가 가까운 것, 월세가 싼 것 중에 더 중요한 기준을 따르면 됩니다. 물론 거리가 중요한 사람도 '이 정도로 비싸면 안 돼'라는 월세의 상한이 있을 것이고, 월세가 중요한 사람도 '이 이상 멀면 안 돼'라는 거리의 제한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제한 안에서 조율해가며 집을 구하면 됩니다.

 


이러려고 회사 다니나



 저는 도보 10분에 월세 73만 원 집에 살면서는 '와, 회사에서 번 돈 이렇게 월세로 호로록 날릴 거면 회사 왜 다니냐' 싶은 생각도 들었고, 환승 2번 2시간 거리의 이모댁에 살 때에는 '이야, 내가 이 고생을 해가면서까지 회사를 다녀야 하냐' 싶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래, 이렇게 좋은 집에 쾌적하게 살려고 돈 번 거지 뭐', '그래, 이렇게 몸테크 해서 돈 모으는 거지 뭐'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생각은 한 끗 차이이고, 어차피 회사를 그만 둘 게 아니라면 스스로 좀 더 납득이 되는 쪽의 손을 들어주면 되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먼 곳이라고 해서
월세가 싸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집을 찾아봤을 때는 서울에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0만 원 이하의 집은 거의 없었습니다. 반지하나 1층, 옥탑, 고시원이나 6평 이하의 집 중에는 그 정도의 가격대를 내세운 곳이 있었고,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깊숙이 들어가는 곳이나 고시촌 같은 곳은 월세가 더 싸기도 했지만, 그런 곳은 제외하면 최소 50만 원 안팎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50만 원은 든다는 뜻이었습니다. 앞서 '서울대입구역 오피스텔과 강남 빌라는 이런 모습이었습니다'에서 소개한 내용대로 역에서 5분 이내, 회사에서 대중교통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6평짜리 집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을 상회했습니다.

 30분~1시간 거리라면 월세가 저렴한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강남에 있는 회사에서 30분~1시간 거리의 경우 아예 서울 외곽으로 가거나 또 다른 업무 지구인 여의도나 종로와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러면 서울 이내에서는 거리가 멀다고 해서 월세가 의미 있게 싸지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회사에서 최대 30~40분 정도의 거리에 집을 구하는 게 맞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그리고 애매하게 가깝거나 애매하게 멀어서 회사까지 걸어갈 수는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긴 해야 하는데, 월세는 회사 근처와 비슷한 곳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회사까지 도보로 최대 15분 이내의 시간이 소요되는 곳으로 집을 잡거나 그게 안 되면 아예 서울대입구역쪽으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실질적으로 알아봐야 할 지역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교통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항목입니다

 


 교통비는 거리에 정비례 하는 것은 아니고 거리와 환승에 따라 달라지지만, 과금체계가 일반 대중교통과 다른 GTX와 같은 대중교통을 제외하고는 30분 이내의 가까운 거리는 월 5만 원, 1시간 이상의 먼 거리는 10만 원 정도를 잡으면 됩니다. 제 경우에 적용해보면 서울대입구역에서 강남까지 교통비는 대략 5만 원 정도로 잡고 서울대입구역에서 구할 수 있는 월세가 60만 원이라면 동일한 조건의 집을 강남에 구할 때는 65만 원으로 잡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금전적인 비용만 드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에너지도 들어갑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아, 출근하기 싫다'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에 뒤따르는 생각이 '언제 준비해서 언제 가나'인 것과, '그래도 코 앞이지롱'인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분명 지옥철을 겪지 않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시간적, 심적 여유가 존재합니다. 저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큰 피로를 느끼는 편이고, 그에 따라 생산성과 컨디션이 떨어진다면 회사 근처에 집을 구할 때의 월세 상한을 조금 더 넉넉하게 측정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네마다 집의 모습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집 컨디션이 동일할 때의 이야기이고, 동네마다 집의 모습은 천차만별입니다. 같은 면적을 딛고 서있는 건물이라도 어떤 동네에서는 그 건물을 최대한 많이 쪼개어 작은 방 안에 주방과 화장실, 방을 효율적으로 집어넣고 있고, 다른 어떤 동네에서는 적당히 넓은 면적으로 나누어 적당히 살 만하게 만들어두기도 합니다. 어떤 동네에는 오피스텔이 많고, 어떤 동네에는 빌라가 많지요. 어떤 집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무조건 예산을 축소하는 쪽보다는 조금 더 여유를 두고 다양한 집을 구경하고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원룸에서 6평과 8평은 꽤 큰 차이입니다



 월세를 알아볼 때에는 전용면적을 살펴봐야 합니다. 전용면적은 내가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이고, 공급면적은 엘리베이터, 계단과 같은 공동공간까지 포함한 개념이기 때문에 전용면적을 고려해야 합니다. 원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면적이 19.23제곱미터, 23.14제곱미터, 26.44제곱미터 정도입니다. 각각 6평, 7평, 8평이지요. 그런데 6평과 8평 집을 방문해보면 고작 2평 차이일 뿐인데 6평에 비해 8평이 훨씬 넓어보입니다. 전용면적에는 방, 주방, 화장실이 포함되는데, 전용면적이 2평 늘어난다고 해서 모든 공간이 그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2평이라는 증가분의 대부분이 방이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원룸끼리 비교를 할 때에는 주방과 화장실은 차이가 나봐야 0.3~0.5평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전용면적 차이의 대부분이 방에 반영되니 실제로 방문해보면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저는 평의 개념이 쉽게 와닿지 않았는데, 침대 사이즈로 생각하면 좀 쉽습니다. 1평은 3.3제곱미터인데, 가로 1.6미터, 세로 2미터인 킹 사이즈 침대가 3.2제곱미터입니다. 킹 사이즈 침대가 1평 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지요. 6평짜리 집에 가서는 '아, 여기에 킹 사이즈 침대 두 개 정도의 면적을 더 붙이면 8평인 거구나', 8평 집에 가서는 '아, 여기에서 킹 사이즈 침대 두 개 정도를 빼면 6평이구나' 생각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8평짜리 집에 킹사이즈 침대를 하나 들여놓아도, 킹사이즈 침대를 하나 더 놓을 공간과 6평의 면적이 남는 것입니다. 반면, 6평짜리 집에서는 침대를 놓으면 남는 면적이 더 줄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면적을 따져보면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집을 유독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집이라는 공간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해왔습니다. 아마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있어서 테스트를 받게 된다면 또래에 비해서 훨씬 높은 수준으로 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집을 구할 때 그런 저의 성향을 좀 더 확실하게 알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위에서 이런저런 요소들을 따지는 과정에도 집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이 많이 반영되어 있겠지요. 비록 최종적으로 구하게 된 월셋집인 강남의 빌라가 절대적인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집의 면적이나 채광, 분위기, 구조, 공간활용도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젊을 때, 결혼하기 전에는 아낄 수 있는 만큼 아끼는 것도 어쩌면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저도 나중에는 '아유, 그때 몸테크 하면서 천 만 원 더 모았어야 하는데'라고 후회할지도 모르고요. 모든 것이 그렇듯 집에 대한 기준 또한 사람마다 다릅니다. 다만, 절대적인 월세 외에도 이런저런 요소들을 고려해보면 결정을 하는 것이 좀 더 쉬워집니다. 지금 이렇게 원룸 월세를 구할 때에 고려해야 하는 요소를 숙지해두고 여기에 좀 더 살을 붙여나가면 방이 더 많은 넓은 집을 구입하고 그곳에 거주할 때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고요.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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