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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r 28. 2021

20대는 왜 집을 사면 안 되나요?

내 집 마련은 안전, 애정과 소속 욕구의 발현입니다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월세 살면 되지"



 회사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집에 대해서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집을 잘 사서 차익을 통해 재미를 본 다른 선배들 이야기, 그 시대적 흐름의 와중에도 재미를 못 본 선배 이야기, 금수저라는 소문이 자자한 직원이 갖고 있는 강남의 유명한 아파트 이야기, 30대 중반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감각으로 집을 여러 채 사서 여유가 넘치는 선임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그렇게 주니어와 그 이상의 선배들이 섞여 이야기를 하다 보면,

 "20대가 뭐 벌써 집을 사려고 해?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월세 살면 되지. 욕심부리면 안 돼."

 라는 부장님의 말씀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성실하게 돈이나 모으라는 말, 젊은 애들이 벌써부터 집을 사려고 하니까 문제라는 말도 따라붙습니다. 안타깝기도 하고 아무 생각이 없기도 합니다. 기성세대가 청년의 경제적인 자유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적인 자립은 응원해줬으면 하기에 안타깝고, 주변에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흔들릴 생각은 없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내 집을 갖고 싶어 하는 것에
자격을 둘 수는 없습니다



 20대가 벌써부터 집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사치나 허영이 아닙니다. 인간은 누구나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인간에 관한 모든 수업에 등장하는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을 보면 생리적 욕구 다음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 안전의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입니다. 존중의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는 그다음이지요.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 출처: 위키피디아

 집은 지붕과 벽으로 둘러싸인 나만의 공간이자, 외부로부터 안전하려는 욕구가 반영되는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에' 있으면 안전의 욕구가 충족됩니다. 한편,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 집'이' 있다면 남의 의지에 따라 2년마다 거취를 옮기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얻고 애정과 소속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매슬로우가 말하는 소속이라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집단에 대한 소속(Social needs)이지만, 저는 집에서 비롯되는 소속의 욕구 역시 그와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강 다리를 지나면서, 남산에 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아파트가 많은데, 서울에 내 집 하나 없다니'라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몰려드는 허탈감, 세상과 동 떨어진 기분을 생각하면 그것 역시 소속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의 아쉬움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안전, 애정과 소속은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합쳐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안정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내 집을 갖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자격을 둘 수는 없습니다.



나는 나 알아서 잘 살면 돼!



 여기저기에서 20대가 집을 사려고 하는 것은 마치 과욕이라고 여기는 듯한 말을 듣게 되고, 실질적인 경제적 조건이나 환경도 20대는커녕 30대에도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니 '진짜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인 걸까?' 싶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렇게 시작하는 거라며 응원을 해주십니다.

 "나는 스물일곱, 여덟 때 뭐했냐? 진짜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 허허허."

 제가 존경하는 친한 부장님 중 한 분은 원래 서울, 부산에 집을 세 채나 갖고 있으셨고,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해주셨습니다. 제가 고향에 아파트를 사서 월세를 받고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비밀스럽게 알린 부장님이기도 합니다. 대패삼겹살에 소주를 나눠마시면서 부동산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 게 엊그제 같습니다. 부장님과 부산에 있는 같은 팀에서 근무하다가 서울에 오게 되었는데, 업무 때문에 전화하다가 부동산 근황 토크를 했습니다.

 "부장님, 세 채 다 잘 있어요?"

 "부산에 있는 집 한 채 팔았어."

 "다주택자 종부세랑 양도세 때문에요?"

 "응. 조정대상지역 됐잖아."

 "부장님, 저는 인천에 집 또 샀어요."

 "어이구~ 쉽게쉽게 사네, 잘 나가네 아주?"

 "서울에는 언제 살 수 있을까요?"

 "곧 사겠구먼 뭘. 파이팅!"

 저는 부장님의 영혼 없는 응원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러니 가끔 부정적인 말을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내 집을 갖고 싶고, 내 집에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이상, 포기하듯 그런 말들 속에 내 자신을 방치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합니다. 방법을 찾고 실행하면서 '나는 나 알아서 잘 살아야지' 생각합니다. 참, 20대는 월세에 살라고 하는 부장님도 집이 세 채나 있으시답니다. 저도 열심히 살아서 부장님처럼 되고 싶은 걸요(찡끗)!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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