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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di Mar 27. 2016

아가들의 투쟁 11

때리지 마세요

레지던트, 그리고 동네 의사로도 일을 했지만 아직도 가끔씩 나쁜 꿈을 꾼다.

레지던트 때보다 횟수는 확연히 줄었지만, 아직도 보호자에게 둘러싸여 시달리는 꿈, 불 속에서 아가를 구하러 뛰어다니거나, 아이의 피가 빠져나가고 있는데  부둥켜안고 우는 꿈이나, 수영장에서 익사하는 아기를 구하려고 허둥대는 꿈(아기가 결국 속절없이 죽자,나는 아기의 엄마한테 아가의 선천성 척추갈림증때문에 시한부였기에 어쩌면 이렇게 간게 덜 고통스러웠을거라고 위로까지한다), 새끼 다이노 사우르스를  괴롭히는 사람들로부터 숨겨서 탈출시킨다던지 하는 등의 꿈이다.


요전번에는  레지던트 때의 꿈을 꾸었다.

- 나는 다시 응급실 당직을 서는 레지던트 때로 돌아가 있었는데,  인턴 "tibia와 fibula, humerus fracture(정강이뼈, 종아리뼈, 위팔뼈 골절)가 함께 있는 6개월 아기가 있습니다 " 하며 내게 노티 했다.

 꿈속에서도 겁이 더럭 나서

 "6개월짜리 아기가  아무 이벤트 없이 그렇게 사지가 부러질 일이 뭐가 있겠냐, child abuse(아동학대) 가능성이 있으니 머리 CT까지 찍자 , SDH(subdural hemorrhage, 지주막하 출혈-뇌내 출혈) 있을지도 모른다" 하자 인턴이 "아니, 부러진 건 팔다리인 데 머리까지 찍나?"  하고 툴툴거리는 꿈을 꿨다. 노티를 여기저기 하고 푸시를 하는 일이 늘어나니 싫은가 보다.(응급실에서 MRI며 CT, 초음파 등의 검사나 다른과 의사를 함께 봐야 하면 봐달라고 전화하고 재촉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진다.)


" 내가 아동 학대당한  아가들을 봐와서 그런다. whole body MRI (전신 MRI) 찍을래도 찍어야 한다. 단지 애기가 MRI 찍는 동안 바이탈을 안정적으로 봐야 하는데 그게 좀 걱정이라 그렇지 "  하며 인턴 선생에게 설명까지 하다가 그 와중에 꿈인걸 깨달았다.

벌떡.

꿈이 뭐 이렇게 현실 같을까...?

꿈마저도 스트레스다. 요새 뉴스에 나오는 아동학대 뉴스들로 인해 마음이 뒤숭숭 해서였나 보다.


*

  그때, 6년 전에 아이는 세 살, 그러니까 한국 나이로 네 살이었고, 여자아이였다. 내 레지던트 시작 전 달부터 입원한 상태로 , 내 동료가 주치의였다. 주치의인 동료 말로는, 아이는 깨지 않고 잠만 잔다고 하여 병원에 왔었다고 한다. 경련을 했다고 했고, 돌봐 주고 있다는 할머니 말로는 욕실에서 넘어졌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데다, 아빠는 배달일을 해서 작은 할머니가 돌봐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이는 6개월 전의 기록에 비해 3kg가량 빠져 네 살인데도 12kg밖에 되지 않아 몸무게도, 키도 나이 때에서 3% 에 불과했다.   피부에 황달끼가 있는데다가 여러 군데 멍과 찰과상이 있었다. 눈 주변에 점상 출혈이 있었으며 망막 출혈과 부종도 있었다. 심장도 느리게 뛰었다.

 빈혈이 있었고 급성 스트레스로 인해 당이 많이 올라가 있었고 약간의 탈수 증세를 보였다.


CT에서는 뇌부종이 보였고 지주막하에 소량의 액체가 고여있는 것이 보였고 척수 천자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아이에게 항경련제와 뇌부종을 완화시키는 약제들이 투여되었고, 조금 상태가 좋아져 가끔 깨는 적도 있었다. 깨어있을 때 주치의가 아이에게, 이렇게 멍들도록 누가 때렸다고 물어보면 할머니가 때렸다고 하였다. 가슴, 배에 손톱으로 꼬집은 자국과 할퀸 자국,손발톱 아래쪽에 무언가 뾰족한 것에 찔린 자국도 보였다.  계속 누워만 있으려고 해서, 아이를 일으켜 세우려 하자 아이는 아프다고 계속 울면서, 일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단순히 겁이 나서가 아니었다.  골반뼈 x-ray에서는 양쪽 치골뼈 위아래로 모두 금이 가 있던 것이다.


다음은 주치의가 작성했던 PGR presentation 중 사회사업팀 및 정신과 면담 결과  일부를 발췌한다.(pediatric grand round- 주제를 정해 학술 발표, 논의하는 방식의 회의.)


* 금번 의료적인 상황과 보호자와의 상담내용을 고려하였을 때, 친척집에서의 신체, 감정적 학대와 외면 상황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사료됨.    

* 보호자가 아동 학대 대한 인식이 미약한 가운데 가족 관계의 와해를 우하여

     "일부러 그럴 분들은 아니다. 삼촌에게는 이런 얘기 하지 말아 달라." 등의 가해자 옹호 입장임.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부적절한 양육 행위들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교육할 필요성이 있음을 설명.

*  환아가 분리되어야 함을 주지.

*퇴원 후 어린이집에 맡겨 부모가 직접 양육할 계획임을 의사 표명하였으며, 이에 퇴원 전 적절한 양육기술 및 부모 교육 시행할 예정.

*금번 입원치료비에 대한 자력 준비 능력 미약할 것으로 사료되어 대내외 후원금 지원방안 모색하고, 퇴원 후 환아의 심리평가 및 놀이치료 등의 지역사회자원 연계 여부에 대해 탐색.


*심리 상태 평가

 면담 시도하자마자 놀란  소리 지르며 우는 모습   울음 그친 후에도 말을 주저하고, 불안한 듯 떠는 모습.  10분 이상 비밀 보장과 병원의 안전한 환경을 이야기해주며 달랜후에 면담 가능.

           "집이 싫어요. 여기가 더 좋아요.(병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누구니?

           - 작은엄마 무섭다면서 한참 동안 울음 지속

          "작은 엄마가 때렸어요. 무서워요. 가기 싫어요. “



*

     내가 인턴일 적  응급실을 돌던 때였다. 동거남로부터 도망 나왔다고 살려달라고, 응급실에서 내게 매달리던 여자였다. 그녀는 찢어지고.. 구타당해서  온몸에 멍이 시퍼렇게 들어 응급실에 찢어진 눈을 꿰매기 위해 응급실로 들어왔다.  그녀가 내 가운 한 자락을 부여잡고 있는 동안 쫓아온  그 동거남은 눈을 희번득 거리며 비웃음을 흘리며 여자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너.. 네가 도망가 봐야 내 손바닥 안이야. 소용없어 이 X아. 또 도망가면 아주 죽여버린다."

      "당신 저리 가세요, 환자 안정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경찰 부르겠어요!"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다 짜내서 남자를 째려보면서 말하는데... 내 뒤에서 벌벌 떨던 여자..."저 사람 자기 엄마도 막 때리는 사람이에요..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가지 말아요. 제발. 선생님이 가면 절 죽일 거예요.!" 한다.


   나는 고작  인턴이고, 다른 환자들도 봐야 하는데... 그런데 너무 절박해서. 내 가운을 붙잡던 여자의 손이 너무 떨려서. 계속해서 그녀 곁에 있었다. 따라온 미친 것 같은 눈빛의 날 노려보던 남자.."너 세상 끝까지 따라가서 도망가면 죽여버린다!"  남자가 소리 지르고, 여자는 공포에 사로잡혀 무너지듯 흐느꼈다.

     "나가세요! 나가시라고요!"

결국 남자는 겨우 나갔지만 투명 문 뒤에서 계속 비죽이 웃으면서 한참을 맴돌았다. 경찰은.. 당연히 그런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가장 약한 것들, 도움이 필요한 것들은 누가 도와줄 수 있는 건지?     

오버랩되는 기억의  잔상. 폭력의 기억들.



*

입원 20여 일이 지나면서, 아이의 의식은 또렷해졌고 병동의 책을 갖다 읽기도 하고 그림 그리고, 자주 웃는 모습을 보였다., 망막 출혈과 부종도 호전되었다.

   아이는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나 퇴원 후 시립 아동 쉼터로 인계되었고 보름 외래에 내원하였을 때  병원을 내내 돌아다니며 의료진에게 아는 척하며 명랑하게 웃었다고 했다.  키와 몸무게도 부쩍 늘어(92cm(10%) 15kg(50%)) 평균 몸무게를 회복하였다.


 아이들의 계절. 그 계절은 가능성이 무한하며 아름다운 시기이지만 가장 취약한 시기이기도 하다. 약하다는 이면에는 동화책으로 가릴 수 없는 검고 추한 그림자가  존재한다. 그 어둠을 노출시키는 조사를 정부에서 하기 시작했는데, 장기 결석 아이들의 전수 조사라는 것이다. 또 예방접종 미비에 대해서도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 조처로 인해 아이들은  진료 기관을 들르게 되어 그 과정에서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의 발견  가능성도 높아진다.

  아동 성폭력및 폭력에 대한 형도 매우 미온적이었으나,최근에 들어 처벌이 강화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모든 시도는  아직 미약하긴 하지만 조금씩이나마 아동 학대에 대한 각성의 의식이 깨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동 학대뿐 아니라 폭력에 노출된  장애인들, 여성들, 노인들도 남아있지만, 이렇게 조금씩 짙은 어둠이 사라지면 ..... 언젠가 나도 악몽을 꾸지 않게 되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    

I believe in a spirit taking care of all living things.

Protect them,God. They are fragile-we are frag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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