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님

by 흰머리 짐승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서쪽 하늘에 오랜만에 해가 났어요.

“얘들아, 오늘 아니면

또 언제 해가 나올지 모르니까……”

“그러니까 숲에 걸으러 가자고?”

“어떻게 알았어?”

“싫어! 안 가.”

아들의 몽니에 딸이 나섰습니다.

“아빠, 나는 햇님이 필요해.”

“그렇지, 사람에게 햇빛은 꼭 필요해.”

딸은 아빠 편이었을까요?

“그게 아니라 아빠,

내 꿈에 햇님이 필요하다고.”

다섯 살 딸이 품은 꿈은 뭘까요?

“우리 딸 벌써 꿈이 생겼어?

뭔데뭔데? 왜 햇님이 필요해?”

“오늘 밤 내 꿈에 햇님이 나뭇잎을

초록색으로 만들어줄 거야.

그러니까 햇님이 필요하지.”

“꿈? 쿨쿨 잘 때 꾸는 꿈?”

“아, 맞다. 갈색 나뭇잎도 주워야겠네.

햇님이 내 갈색 나뭇잎을

초록색으로 만들어줄 거야.”


딸의 오늘 밤 꿈엔

햇님과 갈색 나뭇잎이 필요하답니다.

아빠의 오늘 밤 꿈엔

무엇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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