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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람

by 흰머리 짐승

저도 모르는 사이 제 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하기야 사십 년을 살았는데 그럴 만도 하지요. 그 가운데 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절반을 될 테고, 저를 좋아하긴 해도 제게 친밀감까지는 갖지 못하는 사람이 나머지의 절반쯤 될 거에요. 저를 좋아하고 제게 친밀감도 있지만 제가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그 가운데 절반쯤 되겠죠? 이런 방법으로 빼고 빼면 대강 백에 다섯 쯤 남습니다. 결국 저와 시간과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백 명 가운데 다섯 명뿐이라는 생각에 다다릅니다.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 사람, 저 사람 눈치 볼 필요 없겠구나.’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열면 첫 문장 쓰기 다음으로 어려운 것이 입장을 정하는 일입니다. 어렵게 어느 편에 서고 나면 걱정이 됩니다. 내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공감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시대라는 생각에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갈까 싶다가도 유명한 작가가 아닌 탓에 이 사람, 저 사람 눈치보다 두루뭉술한 글만 쓰지 않을까 싶어 다시 공책을 펴 계산에 들어갑니다.


'내 글을 읽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글을 읽지 않는 사람 절반 빼고, 나머지 절반 가운데 둘에 하나는 내 생각과 반대편에 있는 사람일 겁니다. 글을 읽으며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 가운데 비판만이 미덕이다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요. 이러한 부류도 나머지 25%의 절반이라 치고 12.5%를 뺍니다. 나와 생각이 비슷하고 비판과 수용 사이 균형감을 갖추고 있지만 왠지 나의 프로필에 반감이 생기는 사람 또한 분명히 있을 겁니다. 이렇게 각각의 단계에서 제 글의 독자가 아닐 사람을 빼고 또 빼고 나면 6.25%가 남습니다. 고민을 거듭해 쓴 뒤 치열하게 고치고 또 고쳐 세상에 내 놓더라도 제 글을 끝까지 읽을 사람의 최대치는 6.25%라는 말입니다. 마음이 더 편해졌어요. ‘백 명 가운데 아흔 다섯은 내가 아무리 기막힌 글을 써도 아무 관심 없겠구나.’


키보드를 누르는 손놀림이 가벼워집니다. 마흔의 얽히고 설킨 인간 관계도 가벼워질까요?


사진출처 : http://wowhongik.hongik.ac.kr/news/articleView.html?idxno=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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