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으로부터 간을 이식 받은 환자가 의사에게 그럽니다. 바람 난 남편에게 받은 간으로는 살기 싫다고. 젊은 여자와 정분 난 남편이 죄책감 덜자고 옜다 떼어 준 걸 달고 어찌 살겠냐고. 의사는 환자를 다시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얼마 전에 바람 난 아내와 이혼했다고. 그 때야 환자는 활짝 웃으며 옆 환자가 건네는 망고 한 조각을 집어 뭅니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한 장면입니다.
찰리 채플린이 그랬다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보면 비극이다(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이 말이 저글링하기 참 편리해요. 이런 식으로요. “인생은, 비극 속 희극 찾기다” 이렇게 쓸 수도 있어요. “인생, 희극은 짧고 비극은 길다”, “언뜻 본 남의 인생은 희극이지만 만날 보는 내 인생은 비극이다” 좀 더 비틀어볼까요? “남의 인생이 비극일 때 내 인생은 잠깐 희극이다”, “내 인생 비극은 남의 인생 또한 비극일 때 견딜 만하다” “내 인생이 비극일 때 남의 인생도 비극이면 견딜 수 없는 비극은 아니다”, “내 인생이 희극일 때 남의 인생도 희극이면 내 인생이 반드시 희극은 아니다”
각양의 행복론이 넘쳐납니다. 이 곳 브런치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들엔 행복한 삶을 누리는 방법들이 열 개 포스팅에 한두 개는 꼭 걸려요. 모양은 다르지만 알맹이는 하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의 행복을 찾으……” 그게 되나요, 어디.
간 이식 환자를 다시 찾은 의사는 덧붙입니다. “처음에는 막 화 나고 내 인생 왜 이렇게 꼬이나 했는데 좀 지나니까 그래요. 시간이 아깝다. 내가 왜 화내고 있어야 하지? 시간이, 아깝더라고요”1) 약조차 입에 대지 않던 환자가 혀와 입천장으로 망고를 으깨며 웃은 건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일까요, 위로를 건넨 사람이, 바람 난 배우자와 이혼했기 때문일까요?
아, 하나 더 떠올랐어요. '인생은, 연극을 관람하며 하는 연극이다’
1) 정확히 옮기기 위해 다시보기 하기는 귀찮아 의미만 대략 맞췄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