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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수 Oct 01. 2020

우리의 엔딩은 여기인가 보다.

Regent's Park, Bruno Major



Ost - Regent's Park, Bruno Major

Regent's Park

https://www.youtube.com/watch?v=hfGcqETUZwI&list=RDMMhfGcqETUZwI&start_radio=1&ab_channel=It%27sme.Hello.






드디어 알았다. 라고 y는 생각했다. 

이제야 모든 퍼즐들이 조각조각 이어지는,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마에 손을 올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는 조금은 허무하게 웃었다. 

흐느끼듯 터져 나온 웃음이 점점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헬륨으로 가득 찬 색색의 풍선들 사이의 사람들의 시끄러운 웃음 속에서 함께 웃었다.


눈물이 흘렀다. 마스카라가 번지겠는데. 뭐 어때. 어차피 너를 위한 화장인걸. 

y는 계속 계속 웃었다. 이제 알았어. 나는 더 이상 너를 볼 수 없을 거야. 

너의 세계는 나의 세계와 다른 곳이구나.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우리는 다른 곳에 존재하는 피조물이구나. 


가슴이 먹먹하지만 슬픔과는 다른 감정이 흘러넘쳤다. 이상하게 상쾌했다. 그래, 참 영화 같은 이야기야. 아니 이미 우리는 영화 속에 있는 건지도 모르지. 소설 속일까, 아니면 패럴렐 월드인 걸까? 무엇이건, 깨달아 버린 이상, 더 이상 너는 ‘이 세계’에서는 보지 못할 거다. 그래, 이곳에서 우리는 엔딩을 맞는다. 


사르르, 기억이 하나씩 사라진다. 바스러져간다. 마음에 담에 둘 틈 없이 조금씩 조금씩. 너의 갈색머리, 조금 쳐진 바보같이 착해 보이는 눈, 나를 훔쳐보며 수줍게 웃더 미소. 세탁소, 세탁소. 희미해진다. 아직 너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100가지는 더, 너에게 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100개가 넘게 있는데. 


눈물이 다시금 눈을 가득 메우고, 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행복 하렴. 우리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썼다가 사라지는 거야. 당신이 원하던 영화 같은 이별이지. 안녕 내 사랑. 미리 작별인사를 할게. 안타깝게도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나도 당신도,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만약 신이 있다면, 아니 작가일까? 누구든 상관없이 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누군가가 있다면. 부탁할게.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어느 날 문득 우연과 필연이 딱 마주쳐 너와 나의 세계를 연결해 주기를. 그리고 우리가 서로 모르게 지나칠 수 있기를. 그렇게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기를. 바랄게. 


y의 눈에 그득히 맺혔던 눈물이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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