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삐약 캠핑 일기 #0
언제 같이 캠핑 가자!
우리가 캠핑을 시작하기 일 년 전, 그러니까 2021년 봄! 동네 친구의 "언제 같이 캠핑 가자!"라는 한마디에 덜컥 텐트를 사버렸다. 불편한 곳에서 잠자는 것, 바깥의 화장실을 써야 하는 것, 벌레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 등등이 싫어서 제주에 살면서도 단 한 번도 캠핑할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귀찮게 텐트를 치지 않아도 카라반을 빌려 묵거나 모든 것이 세팅되어 있는 글램핑을 해도 편하게 캠핑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별생각 없었던 캠핑인데 어찌 된 것인지 동친의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다.
캠핑을 갈바엔 호텔을 가지!!!!
나는 침대도 푹신하고 욕조와 비데가 있는 화장실에 부대시설을 즐길 수 있는 호텔파! 늘 호텔을 고집하던 난 어째서 캠핑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인가?? 그건 동친의 권유도 있었지만 캠핑을 가서 좋아하는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던 아들이 결정적이었다. 엄마 닮아 호텔 좋아하는 아들이지만 캠핑이 궁금했는지 인스타에 올라오는 주변 가족들의 캠핑 사진을 보며 "히잉~ 나도 가보고 싶다!"라는 말을 하곤 했었다. 들었지만 못 들은 체하곤 했던 말. 누군가가 끌어 준다 할 때 한 번을 가고 접든 캠핑에 푹 빠지든 일단 해보기나 하자!
근데 무얼 사야 하지?
캠핑을 권한 동친은 벌써 10년째 캠핑을 즐기고 있다. 홀라인(캠핑용품점)에서 텐트를 산 이야기, 금능해수욕장 근처 어딘가로 캠핑을 다녀온 이야기 등등 가끔씩 듣는 캠핑 이야기가 재밌긴 하지만 살 것도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아 보이는 그걸 '나는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었다. 의문은 머릿속의 물음표일 뿐이고 하겠다 마음먹은 이상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평생 텐트는 쳐보지 못할 것 같았다. 우선 텐트를 사야 하는데.... 검색해보니 텐트는 왜 때문에 이렇게 종류가 많은 건지 돔텐트, 리빙쉘 텐트, 티피 텐트, 쉘터... 이게 다 뭐지? 처음부터 막히는 캠핑으로의 입문. 일단 치기 편해 보이는 걸로 사자! 우린 3 식구이니 3인용 텐트를 사면 되는가 했는데 얼마 전 우리와 가족 구성원이 같은 동친이 아이가 커가니 3인용은 작다며 다시 구입하던 게 생각나 4인용쯤 되는 걸로 결정했다. 밝은 색과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사게 된 우리의 첫 텐트는 "노스피크 나르시스 돔 플러스" 소이 밀크 색상인데 사진 상으로는 일단 예뻐 보였다.
그다음은?
가장 큰 건 해결을 했고 그 다음은 뭘 사야 하는지 막막했다. 캠핑에 관한 블로그 글도 읽어보고 유튜브로 이런저런 영상들도 찾아보았다. 감사하게도 초보 캠퍼들에게 필요한 물품 리스트를 포스팅한 블로그들이 많다. 캠핑 연차가 오래된 동친의 조언과 블로그에 올라온 리스트를 보면서 필요한 물품을 하나씩 구매했다. 일단 텐트를 칠 때 딱딱한 바닥을 평평하고 푹신하게 해 줄 바닥공사라는 걸 해야 한단다. '공사'라는 단어를 쓰고 있으니 왠지 모를 위압감이 들었다. 뭔가 크고 대단한 걸 하나 싶었다. 초봄이라 추울까 발포매트 위에 자충 매트 그리고 요를 깔 생각을 하고 침낭을 준비했다. 텐트 쪽은 이 정도로 하고 주방 쪽 물건들을 구매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홀라인으로 출동! 캠핑을 제안한 동친을 따라 이전에 갔을 때는 보는 둥 마는 둥이었는데 이번엔 이 물건 저 물건 열심히 보게 되었다. 첫 캠핑은 어차피 뭐든 있을 것만 같은 동친과 함께 할 거니 기본적인 것만 챙겨보자 생각했다. 다른 건 집에 있는 걸로 일단 챙겨가 뭐가 필요할지 체크해보고 우리끼리 캠핑을 가게 되면 필요한 것들을 사자 마음을 먹고 테이블, 램프, 접시 그리고 팝업텐트를 샀다.
응? 팝업텐트??
집에 일단 캠핑 체어는 있으니 테이블은 사야겠다 싶었다. 세일하길래 덜컥 산 히타치 롤 테이블, 동친네 집에 들렀다 본 베어본즈 램프, 그리고 AMG 티타늄 접시를 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른 건.... 첨스의 팝업텐트.
알록달록 귀여운 팝업텐트가 사야 할 것들은 제쳐두고 내 눈을 사로잡았다. 집 앞 해변에서도 잔디 공원에서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이제 점점 좋아질 날씨에 정말 찰떡일 요 텐트에 눈을 뺏겨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꽤나 맘에 드는 거 하나는 샀으니 그날의 쇼핑은 매우 성공적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캠핑 언제 가?
인터넷으로 '구이바다'라는 집에서도 요긴하게 쓸 물건을 구입하고 동친의 캠핑 권유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봄을 넘기고 여름 내내 바다에서 지내다 가을을 맞이하고 바닷바람 매서운 겨울이 지나도록 우리는 캠핑이란 걸 하지 못했다. 동친은 작년 내내 일이 바빴고 초반엔 내심 언제쯤 같이 가자할까 기대했지만 여름이 되어 늘상 바다에만 있다보니 이미 캠핑에 대한 마음이 한풀 꺾였다. 하지만 미리 사놓은 용품들은 잘 사용하고 있다. 램프는 책장 위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티타늄 접시들은 가벼워 매일 식탁에 오르고 가끔은 구이바다에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한다. 많은 용품들은 아니지만 집에서 써도 꽤 괜찮은 아이템들이었다. 1년 동안 제일 유용하게 쓴 건 얻어걸린 팝업텐트였다. 이러나저러나 묵혀두지 않고 잘 쓰고 있으니 아깝지는 않다..... 가 아니라 텐트와 매트들은 언제 깰지 모를 잠을 자고 있구나!!!! 그래서 우리는 도대체 캠핑이란 걸 언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