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삐약 캠핑 일기 #1-1
당근에 내놓아야 하나?
작년 3월부터 준비만 해오던 우리의 첫 캠핑은 일 년을 지나오면서 서서히 잊혀가고 쓰지 않는 물건들은 당근에 내놓아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 찰나에 서울에 사는 남편의 작은 누나에게서 같이 캠핑을 가자고 연락이 왔다. 작년 추석 즈음 막 캠핑을 시작하던 언니는 요 몇 달간 캠핑에 빠져 틈만 나면 캠핑을 나가는 듯했다. 솔로인 데다 난지캠핑장 근처에 살고 있으니 맘만 먹으면 집 가까운 캠핑장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언니는 캠핑을 가고 싶어 하는 조카를 위해 바쁜 와중에도 제주도에 장비를 챙겨 내려올 테니 2박 3일 오토 캠핑장을 예약해 가보자고 했다.
이번엔 드디어 가는 건가?
길고 척박한 제주 겨울바람 시즌을 지나 조금씩 파릇해지는 봄이 다가오니 "캠핑"이란 단어에 마음이 또다시 설레었다. 이번엔 드디어 가는 건가? 2월에서 3월 넘어가는 즈음에 동네에서 제일 가까운 오토캠핑장을 예약했다. 오토캠핑이 뭔지, 노지 캠핑이 뭔지 모르지만 시키는 대로 일단 캠핑장을 예약하고 작년에 구비해둔 물품 외에 필요한 물품 목록을 받아 다시 쇼핑 시작! 자잘하게 살 것들이 꽤 많다. 서울에서 오는 언니는 자신의 백패킹 용품을 챙겨 온다지만 짐 싸는데 한계가 있으니 조명도 더 있어야 하고 전기장판에 히터까지 아직은 꽤 추울 때니 필요한 용품들이 적지 않다. 그래도 몇몇가지는 브랜드까지 정해서 알려주니 이전에 물품들 구매할 때보단 훨씬 수월하다. 그렇게 준비를 끝내 놓고 날짜가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늘 코로나가 문제다!
헉! 가기 며칠 전에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 확진이란다. 1월 아들 겨울 방학에 계획해 둔 육지여행도 코로나 때문에 무산됐는데 역시 늘 코로나가 문제다! 그래도 맘 놓고 어디를 다닐 수 없는 시기이니 그나마 야외에서 활동하는 캠핑은 괜찮을 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또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다. 음... 그럼 이참에 우리끼리 가야 하나 싶었는데 캠핑에 진심인 언니는 열흘만 미루자고 했다. 열흘 뒤 날짜에는 이미 예약한 캠핑장에는 자리가 없었고 결국 저 멀리 서쪽 애월에 있는 캠핑장으로 다시 예약을 했다. 1년을 미뤄온 건데 열흘 더 밀리는 게 큰 일도 아니고 제발 가는 날 날씨나 좋아라 하고 기다렸다. 날짜가 가까워 올수록 설렘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