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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북오름 Dec 11. 2022

우리의 첫 번째 캠핑장
"에코그린 캠핑장"

삐약삐약 캠핑 일기 #1-2

캠핑 신생아 

2022년 3월 어느 날 가게 된 생애 첫 캠핑을 위해 며칠 전부터 가서 무얼 먹을지 유튜브를 보며 메뉴를 고르고 또 골랐다. 몇 차례 캠핑을 다녀온 지금 생각하면 참 먹는 것에 열심이었구나 싶다. 캠핑장 주변 식당에 가서 사 먹어도 되고 포장을 해도 됐을 것을 캠핑을 가면 무조건 해 먹어야 되는 줄 알았던 캠핑 신생아였다. 성격상 되는 대로가 되지 않으므로 아침, 점심, 저녁, 간식에 판매하는 밀키트와 집에서 준비해 가는 밀키트까지 중복되지 않게끔 메뉴를 준비한다. 가서 재료 준비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쓴 시간은 더 많음! 먹는 것뿐만 아니라 혹시나 놓고 가는 것은 없는지 함께 갈 언니가 미리 얘기해준 준비물을 챙기느라 신경이 곤두서서 가기 전부터 지치고 지쳤다. 아직 출발을 하지도 않았는데 진이 빠진 데다 예약해 둔 캠핑장은 집에서 멀게만 느껴지는 애월. 캠핑이란 원래 가기 전부터 이렇게 힘든 건가??

'식사준비' 밀키트로 후다닥 만든 감바스


역사적인 첫 캠핑이니 애월까지 납셔준다

내가 사는 함덕에서 애월까지, 정확히 얘기하자면 예약한 캠핑장까지는 40Km 가까이 되는 거리이다. 차로 가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여행을 와서는 하루에 몇 킬로가 되든 해안도로로 제주 한 바퀴를 돌든 별생각 없이 다녔었는데 제주살이 8년 차가 되고 나니 동쪽에서 서쪽을 간다는 건 정말 큰 맘을 먹어야 하는 일이다. 이상하게도 비행기를 타고 육지를 가는 것보다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는... 첫 캠핑이니 체감상 멀고도 먼 애월까지 너그러이 납셔주겠다! 일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애월은 역시나 멀고도 멀었다. 그래도 이런 기회 아니면 잘 오지 않는 곳이기에 미리부터 지친 몸뚱이를 이끌고 열심히 운전해 애월 에코그린 캠핑장으로 출발했다.



 에코그린 캠핑장

에코그린 캠핑장은 오토 캠핑장이다. 캠핑을 자주 다니는 남편의 누나이자 아들의 고모는 나무데크나 잔디보다는 파쇄석을 선호해 파쇄석으로 되어 있는 사이트를 예약했었다. 이곳은 세 가지 사이트 형태가 다 있고 부지 자체가 꽤 넓었다. 수영장과 산책로도 있고 화장실과 취사장도 꽤 깨끗했다. 어딜 가나 화장실 청결도가 중요한 아들도 괜찮다고 할 정도면 합격! 우리가 선택한 자리는 화장실, 취사장과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문제는 담 넘어 바로 옆에 있는 비닐하우스였다. 어찌나 크게 라디오를 틀어놓던지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원치 않은 디제이 멘트에 노래까지 듣자니 곤욕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비행기가 지나는 길인지 비행기 소음도 가끔씩 있었다. 캠핑장 안에서의 소음이 아니니 뭐라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담에 또 온다면 비닐하우스 옆자리는 꼭 피해야겠다 싶었다.

에코그린 캠핑장 홈페이지 (캡처)



첫 텐트 피칭

언니는 백패킹으로 자신의 짐을 따로 싸들고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 남편은 차로 오는 길에 언니를 픽업해왔고 나는 내차로 아들과 우리 짐을 싣고 캠핑장으로 왔다. 오토 캠핑장이니 사이트에 차를 세우고 나와 남편은 뭘 해야 하나 싶어 멍하니 자리만 보고 서있었다. 언니는 대충의 자리를 보더니 우리 텐트의 위치와 자신의 1인용 텐트 위치를 잡고 거실은 요기에 하면 되겠다고 했다. 응? 거실? 그냥 텐트 두 개 치는 게 끝이 아니었어?? 언니는 커다란 배낭 외에도 바퀴 달린 캐리어를 가지고 왔는데 그 캐리어에서 뭔가 커다란 텐트 같은걸 꺼냈다. 그러고는 뚝딱뚝딱 능숙하게 혼자서 여기저기 팩을 박고 하더니 커다란 돔 형태의 리빙쉘 텐트를 금세 쳤다. 우리도 첫 텐트 피칭! 우리의 첫 텐트는 노스피크의 나르시스돔이다. 폴대를 3개로 피칭이 끝나는 텐트를 펼치면서 '음 텐트 치는 거 별거 아니네!!' 했다. 오기 전엔 제대로 칠 수 있을까 유튜브에서 피칭 장면을 보며 숙지한 덕분인지 아님 원래 텐트 치는 게 어렵지 않은 건지 어쨌든 처음치고 짧은 시간에 얼추 잘 칠 수 있었다. 텐트를 다 쳤으니 이제 좀 쉬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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