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면 알 수 있는 이상한 징조들

by JMK


서로의 위치에서 평범하게 큰일 없이 세월은 흘러가고 있었다.


뭔가 이상함이 감지된 건 2019년이었다.


아버지가 자꾸 했던 말을 또 하셨고 자주 넘어지셨다.


전화 통화를 할 때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셨다. "어제 병원에 갔는데..." 하시면서 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 하셨다. 같은 검사결과를, 같은 의사말을 처음인 듯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이 드시면서 깜박깜박하시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점점 심해졌다. 집 비밀번호를 여러 번 잘못 눌러 도어록 비밀번호를 다시 설정하게 되고, 넘어지는 횟수도 더 잦아졌다.


나는 치매라고만 생각했다. 나이 들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며,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그 무지가 결국 아버지와 나, 우리 부녀의 시간을 빼앗았다.


2020년 1월, 평소와 같이 산책을 하시던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추운 겨울 저녁식사 후 운동을 가신다고 하셨다. 오늘은 너무 추우니까 쉬시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습관대로 나가셨고 넘어지시고 말았다.


집 근처 요양병원에서 다행히 의식은 돌아오셨지만, 몸 곳곳에 상처가 있었다. 무엇보다 충격이 컸던 것 같았다. 안정을 위해 안정제를 맞으셨다.


4인 간병실에 입원하셨고, 나는 집과 병원을 오가며 간병했다. 그때가 첫 간병이었다.


안정제 때문인지 아버지는 계속 주무셨다. 하루 종일 잠만 주무시고, 깨어나셔도 멍한 상태였다.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늦고 뭔가 이상했다.


"선생님, 안정제를 좀 줄여주실 수 없나요? 너무 많이 주무시는 것 같은데요."


담당의에게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처음 해보는 간병이라 의사에게 뭔가를 요청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안정제를 줄이니 아버지는 점점 기력을 회복하셨다. 하지만 두 달을 누워계셨기에 거동이 불편해지셨다. 걷기도 어려워하셨고, 혼자서 일어나시기도 힘들어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매일 병원에 갔다. 하루 세 번 식사 때마다 식사를 도와드리고, 걷는 연습도 시켰다.


"민경아 너도 이거 같이 먹자"

"아니 나 먹고 왔어 아빠 빨리 드세요"

식사 때마다 아버지는 물으셨고 나는 또 똑같이 대답했다.


병원에선 불안정하시니 걷지 못하게 했지만 내가 보호자로 있을 때는 허락해 주셨다.

양치질도 본인 스스로 하셨다.

걷게 해 드려야지 아버지 스스로 편안하시겠다 싶어 걷기 운동을 열심히 시켰다.


아버지가 하기 싫다며 복도에 주저앉으면

기다리고 본인 스스로 일어나서 걸을 수 있게 다그치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며 도와드렸다.


아버지는 하루가 다르게 회복하셨다. 걸음걸이도 안정되고, 식사도 잘하시고, 표정도 밝아지셨다. '이제 괜찮아지시는구나' 싶었다.


분명 그때의 아버지에겐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때의 나는 안일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깜박하는 거 넘어졌던 거에 대한 원인을 찾기보다 그냥 나이가 들면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보내며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자라고 생각했다.


일이 이렇게 되려고 이랬나 싶게 바이러스 코로나가 온 세계를 집어삼켰다 병원들은 면회객들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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