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아는 사람만 두로와>
탁.
아침에 잠에서 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컵에 물을 담고, 작은 통의 뚜껑을 열어 알약 하나를 꺼냅니다. 바로 갑상선/부갑상선 호르몬제죠.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이 알약 하나가 내 몸의 모든 호르몬을 조절하고 제어한다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2년 전에 갑상선샘 암을 선고받고 전절제 수술을 했습니다.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고, 누군가는 '로또 맞았다'(그런 거라면 네가 한번 맞아봐라, 쏴 붙이고 싶었던)라고도 하는 수술입니다.
친정 엄마는 약 20년 전쯤 갑상선 암수술을 시작으로 심장, 대장암, 그리고 최근에 완치판결을 받은 폐암 수술을 했습니다.
갑상선샘 암을 선고받고 수술날짜도 잡았는데 엄마께 쉽사리 알리지 못한 것은 엄마가 자책하실까 봐였습니다.
그런데 부모라는 존재는 참 신비롭고 대단합니다.
수술을 2주 앞둔 어느 날 이른 새벽, 엄마께 전화가 온 겁니다.
"너 요즘 무슨 일 있냐?"
며칠째 자꾸 제가 꿈에 보이는데 근심이 가득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엄마께 암 수술 소식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거듭 '암껏도 아니다' '괜찮다' 하셨지만 전화를 끊으시면서는 끝내 "꼭 그런 걸 닮아가지고는..." 하셨습니다. 하필 엄마와 똑같은 병이라고 하니, 유전 탓 엄마 탓이라고 여기신 거겠지요.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처음 병원서 결과를 들었을 때 이제 막 자라고 있는 두 딸의 모습이 아른거렸으니 말입니다.
엄마와 나는 이러한 청승마저도 닮았나 봅니다.
20대일 때 엄마의 수술에 대해서는 입원과 수술 때만 신경 썼습니다. 퇴원하면 곧바로 싹 다 낫는 것처럼 병원 가는 일정 외에는 그다지 기억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랬던 내가 (코로나19는 끝났지만 병원에선 여전히 그에 준하는 격리수칙을 지키는 여파로) 홀로 수술실 침대에 오르고 그것에 실려 이동하며 바라본 천장에는 내내 엄마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갑상선 수술할 때
심장 수술하실 때
대장암 수술하러 가실 때
그리고 숨쉬기가 몹시도 고통스러웠던 폐암 수술 때.
그렇게 여러 번 수술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옮겨가시면서 엄마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침대 위에 납작하게 누운 엄마의 모습에 자꾸만 내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20년이나 흐른 지금에야 자식이 이런 생각을 하다니,
우리 엄마 참 외로웠겠다.
수술을 잘 마치고 일상에 복귀하고 나니 또 스리슬쩍 엄마에 대한 감정도 예전으로 돌아왔습니다. 애잔함보다는 짜증과 잔소리 가득.
그런 와중에도 하루에 한 번,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물과 함께 먹는 이 작은 한 알의 약에 엄마를 떠올려 보곤 합니다.
사람은 다 당해봐야 그 심정을 안다는 말이, 십분 이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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