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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꿈을 응원해

내 마음 아는 사람만 두로와

by 땅꼼땅꼼



오래전 큰아이가 써둔 글귀를 발견했습니다.


큰 애가 2학년 때였나. 저런 걸 책상 위에 써서 두었습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입에서 나온 말이 내 미래를 좌우한다고 믿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부정적인 말들은 삼켰고, 나에게 힘을 북돋는 말을 하려고 애쎴지요.

큰애도 그런 생각을 한 걸까요.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요, 소방관."


이번 겨울 방학, 큰 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너무나 고귀하고 감사한,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직업이라고 하지만, 내 가족 내 자녀가 선택한 것에 마냥 박수를 쳐줄 수만은 없을 만큼 위험한 일인 것도 사실이지요.

영화 <소방관>을 함께 봤습니다.

현실을 직시하라는 의미였죠.


"엄마, 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중에는 여자가 없어요?"


아이의 눈에는 그게 보였나 봅니다.

화재 현장에서 요구조자를 업거나 안거나, 들쳐 메서라도 구조해야 하는 게 소방관인데요. 아무래도 여자는 체력적인 면에서 힘든 게 아닐까 하고 대답해 주였습니다. (저의 추측일 뿐입니다)


영화 <소방관>


영화를 본 다음 날부터 배워오던 주짓수에 더 열심입니다.

방학이라 깨우는 이 없고 아침잠도 많아 평소 10시까지 늘어지게 자던 아이는, 아침에만 참여할 수 있는 수업에 가기 위해 8시 30분이면 눈을 뜨고 밥을 차려 먹는다고 합니다. 아직은 구체적이진 않지만 차곡차곡 꿈을 만들어가고 있나 봅니다.


남들이 대단하다 여기지 않는 꿈일지라도, 그 꿈을 찾고 응원해 주는 이가 있다면 얼마나 힘이 날까요.


저는 초등학생 시절, 나름 그림 좀 그린다고 거들먹거리며 화가를 꿈꿨습니다. 그러나 미술학원에 다녀본 적도 없고 그림을 계속 그려나갈 동기도 없었던 와중에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월등히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를 보고는 후다닥 붓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품었던 꿈, 글을 쓰는 작가였죠.

"굶어 죽으려고 어디..."

고3 수능이 끝나고 원서에 도장을 받으러 담임선생님께 갔을 때 들었던 말입니다. 실은 내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더 좋은 대학에 많이 진학시켰다는 결과를 위한 꼬임이었고 빈정댐이었습니다.

늦은 사춘기였던지라 그 말에 발끈해서 다른(문학) 선생님께 도장을 받아 원서를 접수하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그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때 도장을 찍어준 문학 선생님과는 여전히 안부를 묻고, 여전히 작가가 될 저를 응원해 주십니다.

그리고 찬찬히, 잊지 않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스토리 글쓰기도 그 일환)


아이가 꿈꾸는 미래,

조금은 걱정이 되지만 크게 응원하려 합니다.


아이의 행동이, 아이의 다짐이

바로 그 아이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거기에 엄마의 응원도 한 스푼 얹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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