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홍보 사피엔스
1. 책의 근황
많은 분들이 읽어주신 덕분에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은 3주 만에 2쇄에 들어갔습니다.
(네, 근엄한 얼굴로 내적 삼바를 추는 중입니다.)
한 온라인 서점에서 예술/대중문화 부문 5위까지 가는 게 언뜻 보이길래 1위 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역시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첫 책은 왠지 부끄러워서 나대지를 못했는데 이번 책을 쓰면서는 마음을 좀 바꿨어요. 정성스럽게 쓴 책인데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면 좋겠고, 그렇게 제 책을 사이에 두고 많은 분들과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이번엔 홍보 사피엔스를 모토로 낯부끄러운 줄 모르고 페이스북이며 인스타에서 많이 팔랑거리고 다닙니다.
그러나 안 하던 짓을 하려니 남사스러워서 역시 오래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지금 브런치에 종합적으로 올리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서 받은 응원도 어마어마하죠. 사실 세상은 철학자들만 좀 다정하면 되는 거였나 싶게 세상에는 다정한 분들이 많음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2. 한국 방문
8월 말에 한국에 갔다가 9월 말에 안전히 다시 독일로 돌아왔어요. 엄마 1주기, 출간, 각종 미팅들, 거기에다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아서 겸사겸사 다녀왔습니다. 가자마자 냉면 한 그릇 쭈욱 들이켜고 일정 시작.
난생처음 유튜브 촬영이란 것도 해 보고요.
성수동 생활책방에서 <온전히 나답게>의 한수희 작가님과 소다미술관의 장동선 관장님과 함께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의 쓸모, 일과 육아, 엄마와 언니 등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왔어요. 아직 영상은 공개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후 저는 그 영상을 못 볼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 책이 나와서 드디어 9월 7일에 입고. 출판사에 들러서 증정본 사인이라는 것도 해 보고, 서점에 내 책 잘 있나 확인도 해 보고요.
아,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에 낭만의 춘천행 기차를 타고 나묭님의 첫서재에도 들렀다 왔습니다. 상상했던 것 이상의 고움과 예쁨과 마음과 아이디어가 쌓여있던 곳이었어요. 열지 않는 날인데 저를 위해 특별히 열어 주셔서 진정 성은이 망극했고요. 나묭님은 알고 보니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분이어서 더욱 반가웠답니다. 특기가 첫인상이라는, 그래서 그 특기로 저의 마음도 흔들어 놓은 짝꿍님도 세트로 으어어어 +_+ 하는 마음으로 뵙고 왔습니다.
다시 가고 싶네요.
틈틈이 민화 레슨도 다시 받았습니다.
몇 년 전에 한국 방문했을 때, 한국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민화에 생각이 닿았거든요. 원데이 클래스로도 배울 수 있다기에 몇 번 배우고 왔는데, 코로나 시국에 애들 옆에서 그림판을 펼칠 수 없어 2년을 쉬었더니 재료 준비하는 법 같은 걸 홀랑 까먹어버려서요. 투병 중인 선배에게 주고 싶은 그림을 가져가서 완성하고, 두 점을 더 그리고 돌아왔습니다.
그림 보시는 여러분들께서도 편안하시라고 편안할 강(康) 자 그린 문자도 하나 전합니다.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니 아프다는 사람들이 많아 속상하더라고요.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그럴 때마다 겁이 덜컥 납니다. 부디 모두들 몸도 마음도 튼튼하고 편안하시기를.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작년에 첫 책을 내고 나서, 그 이후로 제 관계의 반경이 훅 넓어졌다는 걸 느껴요. 그간은 가까운 사람들의 버블 속에서 살았었다면, 책을 내고 나니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분들과 가상의 세계에서 손을 턱턱 잡게 되는 그런 느낌. 그래서 책이란 건 사람을 이어주는 물건이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낯가림쟁이가 정말 용기 있게 만나고 돌아다녔는데 모든 만남이 참 좋았습니다. 정말로요.
특히 브런치를 통해 만나게 된 분들 일일이 적으려다가 참습니다. 분명 덜렁거리며 누군가를 빼먹고 으어어어어어 벽을 칠 것 같아서요.
편집자님들과의 대화도 즐거웠어요.
작가와 편집자와의 관계란 참 오묘할 수도 있는 것인데 저는 인복이 좋은 것 같습니다. 사랑스러우시고, 안 보면 보고 싶고, 초면에 막 편안하시고 아 나 거 참.
이번 책, 다음 책(내년 상반기 목표로 작업 중인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지금껏 선보인 책들과 비교하면 가장 자유롭게, 가장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있어요.), 이전 책, 각각의 편집자님들을 즐겁게 만났습니다. 살짝 욕심나는 책 기획도 여러 개 제안받았고요. 지금 벌여놓은 것들을 조금 추스르는 대로 또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겠습니다.
가족과 지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나머지, 한 달만에 3킬로가 짱짱하게 쪄서 몸무게 앞자리가 바뀐 채 돌아왔습니다. (오늘 다시 재 봤는데 내려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은 두 팔과 두 다리를 사용해서 마치 집게핀처럼 저를 챡- 안아주더군요. 아이고 내 새끼들.
아이들이 자석처럼 제 몸에 붙어있는 행복한 오후를 보냈습니다. 밥 먹다 말고 의자에서 내려와 격하게 안아주고, 레고 조립하다가 뛰어와서 안아주고, 2-3분에 한 번씩 꼬옥 안아주러 오더라고요. 덕분에 사르르 피로도 풀고 에너지 잘 충전했습니다 :-)
3. 리뷰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리뷰들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습니다. 내가 쓴 책의 리뷰를 읽는 것은 굉장한 용기와 이너 피스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학창 시절에 성적표 받을 때의 딱 그 느낌이에요. 다행히 좋은 말씀 해주시는 독자님들이 많아서 감사의 마음을 눌러 담으며 읽고 있습니다.
저에게로 직접 온 리뷰 둘과, 편집자님이 물어다 주신 서평 둘을 물어다 놓습니다. 간직하고 싶어서요.
1) 먼저, 저의 지인이 수줍어하며 댓글 사이에 쑤셔 넣어 둔 감상.
나 따위가 글 쓰고 책을 내는 게 과연 잘하고 있는 일일까 싶은 마음이 안 든다면 거짓말인데, 이런 이야기를 전해주실 때 안도감과 함께 엉엉 울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2) <일본의 굴레> 번역자이신 윤영수 님은 제 책들을 각각 수프와 현미밥에 비유해 주심으로써 따뜻한 수프에 밥 말아먹고 싶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들게 해 주셨습니다. 이런 다정한 비유라니. (수프에 밥 말아먹으면 맛있다는 당황스러운 제보를 처음 주신 만화가 천계영 님 생각나네요.)
3) 다음은 편집자님께서 엄청난 리뷰를 만났다며 보내주신 서평.
왠지 꿈보다 해몽이 아름다운 것 같지만 그냥 조용히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해몽 맛집 서평입니다. 특히 성경에 쓰인 어린아이라는 단어를 대조시킨 부분에서는 (불교신자인 저는 사실 성경을 잘 모릅니다. 실은 불경도 잘 모른다고 합니다.) 진심으로 감탄했어요. 개인적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어디다 어떻게 드려야 할지 몰라서 일단 여기에 남깁니다. 석미화 에디터님, 과분한 서평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너무 기뻐서 여러 번 읽었습니다.
https://www.artinsight.co.kr/m/page/view.php?no=56104#link_guide_20160413124404_9759
4) 마지막으로, 편집자님께서 오늘 계 탔다며 보내주신 서평.
페이스북 서평계의 아이유랄까 김혜수랄까, 서평만으로 엄청난 팬덤을 갖고 계시는 듯한데 서평을 올리시는 속도와 깊이가 아찔해서 요즘 입을 떡 벌리고 주섬주섬 글을 따라 읽고 있는 김미옥 선생님의 서평.
마지막 문장에서 정말 빵 터졌다는.
네. 저는 아쉽게도 여자입니다.
글을 브런치에 걸어도 되나요, 여쭤보았더니 그럼요, 이건 샘을 위한 글인 걸요, 이 책 정말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다정한 말씀을 건네주셨습니다.
https://www.facebook.com/100001767445995/posts/4343485645720307/?d=n
4. 강의 소식
책의 한 챕터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온라인 특강이 있을 예정입니다. 기회를 주신 곳이 대학이긴 하지만 듣고 싶은 일반 대중들에게도 열어주신다고 하시니 궁금하신 분들은 놀러 오세요. 일단은 10월 27일, 한국 시간으로 오후 5시로 잡혀있습니다. 구체화되는 대로 다시 공지를 올리도록 할게요.
5. 안부 인사
다녀오니 여기는 가을이 한창이네요.
독일의 가을 사진 몇 장 보냅니다.
모두들 찬란한 가을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