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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Jul 05. 2022

어떻게 나눌까?

(feat. 좋은 펀딩 자리 있습니다만)

취약 계층 아이들을 위한 잉쿱의 창작동화 프로젝트에 기부하기 위해 쓴 동화입니다. 아이들이 동화 속의 행복한 가정이나 친밀한 가족의 모습에서 불편함을 느끼거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처 없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리딩북을 만들어서 읽히고 싶다는 말씀에, 제가 쓴 동화를 세 편 기부하기로 했어요. 두 편은 기존에 썼던 것을 드리고, 한 편은 새로 썼습니다.


영어 공부에 적절한 내용으로 반복적인 구성이면 좋겠다고 하셔서, 아이들이 나눔과 분수, 계절 표현 같은 것을 골고루 익힐 수 있도록 구성해 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들을 대거 포섭한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인연이 있는 브런치 동화작가님들께 손을 내밀었는데 흔쾌히 잡아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사랑스럽고 근사한 그림을 그리는 그림작가님들도 많이 참여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나눌까?


멧돼지 이지와 다람쥐 포리는 둘도 없는 친구예요. 이지는 산책을 좋아하는 수줍은 멧돼지고, 포리는 요리를 좋아하는 낭만적인 다람쥐예요.

 
이지와 포리는 봄을 좋아해요.

언덕에 포근한 잔디 이불이 깔리면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들판에서 색색의 꽃을 따모으기도 해요. 이지와 포리가 '꿀단지 꽃'이라고 이름 붙인 빨간 살비아가 저만치 한 무더기 피어있는 것을 발견하면, 둘은 신나게 달려가요. 나비의 춤을 구경하면서 양손 가득 꽃을 따서 꿀을 빨아먹을 수 있는 따뜻한 봄은 정말 좋아요.

 

이지와 포리는 여름을 좋아해요.

이지는 파랑새의 노래를 들으며 숲을 산책해요. 포리는 매미의 연주를 들으며 맛있는 버섯요리를 해요. 태양이 지글거리는 한낮이면 이지와 포리는 냇가에 달려가 풍덩! 퐁당! 몸을 담가요. 이지가 잡은 물고기를 포리가 나뭇가지에 끼워 구우면, 그 냄새가 얼마나 기가 막힌지! 물놀이를 하고 생선구이를 먹을 수 있는 시원한 여름은 정말 좋아요.
 
이지와 포리는 가을을 좋아해요.

가을에는 이지가 좋아하는 사과와 포리가 좋아하는 밤이 잔뜩 열려요. 나무들이 알록달록한 옷으로 갈아입으면, 이지와 포리는 둘만의 비밀장소인 참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봐요. 이지는 포리의 머리에 예쁜 은행잎을, 포리는 이지의 꼬리에 예쁜 단풍잎을 꽂아줘요. 세상이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배는 잔뜩 부른 가을은 정말 좋아요.
 
이지와 포리는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사이좋은 두 친구가 떨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포리는 토실토실한 밤이며 고소한 호두, 동글동글한 도토리를 잔뜩 먹고 깊은 잠에 빠지지만 이지는 겨울잠을 자지 않고 눈 내린 세상에서 포리를 기다려요. 이지는 포리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눈돼지와 눈다람쥐를 만들지만, 포리는 항상 그게 다 녹은 다음에야 일어나요.      

 

포리가 겨울잠에 들기 직전의 초겨울.
이지와 포리는 낙엽이 뒹구는 쓸쓸한 숲 속을 산책하다가 아직 사과를 세 알이나 달고 있는 사과나무를 발견했어요.

"우와, 아직 사과가 남아있었네?"

 

이지가 말했어요.
"내가 한 개 먹고, 네가 한 개 먹고, 그리고 남은 건 내가 먹을게. 나는 너보다 몸집이 크니까 더 많이 먹어야 한다구."

포리가 말했어요.

"내가 한 개 먹고, 네가 한 개 먹고, 그리고 남은 건 내가 먹을게. 나는 너보다 키가 작으니까 많이 먹고 키가 커야지!”

 

이지가 말했어요.

"아니지! 내가 한 개 먹고, 네가 한 개 먹고, 그리고 남은 건 내 거야. 이건 내가 먼저 발견했잖아. 그리고 나는 사과를 정말 좋아한다구!"

포리가 말했어요.

"무슨 소리야. 내가 한 개 먹고, 네가 한 개 먹고, 그리고 남은 건 내 거지! 나무에 올라가서 따온 건 나잖아! 그리고 나는 겨울잠을 자야 하니까 든든히 먹어둬야 한다구!"

 

이지와 포리가 옥신각신 다투고 있는데 너구리 할머니가 웃으며 다가왔어요.

"요놈들, 사과로 파이를 만들면 어떻겠니? 그러면 둥그런 파이를 반으로 뚝 잘라서 나눠 먹을 수 있잖니."

"우와, 할머니는 천재예요!"

 

이지와 포리는 당장 집으로 돌아왔어요. 이지가 사과를 씻고, 포리는 밀가루와 버터와 설탕을 꺼냈어요. 이지가 사과 껍질을 벗기고, 포리가 사과를 조각조각 잘랐어요. 이지는 음악을 틀고, 포리는 오븐에 둥그런 파이를 구웠어요. 음, 좋은 냄새!


이지와 포리는 사과파이를 반으로 뚝 잘랐어요.

"이제 둘이 똑같이 나눠 먹을 수 있겠어!"

이지가 꼬리를 흔들며 꿀꿀, 파이를 입에 넣으려고 할 때 포리가 소리쳤어요.

 

"잠깐!"

 

이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린 채 얼음이 되었어요.

"이지야, 우리 이거 너구리 할머니께도 갖다 드리자."

"우와, 좋은 생각이야. 너는 정말 사과파이처럼 달콤한 다람쥐야."

 

그러면 음... 이걸 다시 한번 더 잘라볼까. 이지와 포리는 파이를 네 조각으로 잘랐어요.

 

이지가 말했어요.

"자 그럼.. 내가 1/4쪽, 네가 1/4쪽, 할머니가 1/4쪽, 그리고 남은 건 내가 먹을게. 내가 사과를 씻고 껍질도 다 벗겼으니까."

포리가 말했어요.

"무슨 소리야. 내가 1/4쪽, 네가 1/4쪽, 할머니가 1/4쪽, 그리고 남은 건 내 거지. 내 요리 노트를 보고 구웠어. 반죽을 만들고 오븐에 넣어서 구운 건 나라구!"

 

이지와 포리는 또다시 다투기 시작했어요.

"너 정말 이럴 거야? 나는 너 없는 겨울을 보내야 한다구! 외로운 나를 위해서 사과파이 한 조각도 양보하지 못하는 거야? 너는 달콤한 다람쥐가 아니야. 엄청 쓰고, 차갑고, 못된 다람쥐야!"

"뭐라고! 나는 눈도 못 보고, 오로라도 못 보고, 길고 긴 겨울잠을 자야 한다구. 그런 나를 위해서 사과파이 한 조각도 양보하지 못하는 거야? 그러니까 너보고 돼지라고 하는 거라구, 이 돼지야!"

 

이지와 포리는 엉엉 울면서 파이 네 조각을 들고 너구리 할머니를 찾아갔어요.

"할머니, 또다시 지혜를 나눠 주세요. 저희는 이러다가 절교할 것 같아요!"

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이지와 포리를 테이블에 앉히고 개암나무 열매로 향긋한 차를 끓여왔어요.

"나까지 생각해 줘서 참 고맙구나. 우리 일단 한 조각씩 먹어볼까?"

따뜻한 차 한 모금에 달콤한 파이 한 조각. 냠냠, 호로록.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어요.

 

"자 이제 한 조각이 남았구나.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지가 말했어요.

"할머니, 저는 잘 자고 깨어나라고 이걸 포리한테 선물로 주고 싶어요."  

포리가 말했어요.

"아니에요 할머니, 저는 이걸 혼자 외로워할 이지가 먹었으면 좋겠어요."


둘은 또 다투기 시작했어요.

"내 선물을 안 받겠다는 거야? 이 고집쟁이 꼬맹아!"

"아니 내 마음도 몰라주고! 네가 먹으라고 이 돼지야!"


"얘들아, 다투지 말고 여기 보렴."

어? 할머니가 어느새 남은 파이 조각을 셋으로 예쁘게 잘라놓으셨어요.

"자 1/3쪽은 이지 것, 또 1/3쪽은 포리 것, 나머지 1/3쪽은 내 것. 어떠냐? 차 한 잔 더 마시련?"


"에헤헤, 할머니가 역시 최고예요."

"할머니는 천재예요."

 

다투느라 다시 살짝 배가 고파진 이지와 포리는 너구리 할머니와 함께 사과파이를 한 조각씩 더 먹었답니다.

음, 정말 맛있었어요.  


<어떻게 나눌까?>의 삽화를 맡아주신 김파카 님의 그림입니다. ©kimpaca




이 동화와 함께 사용권을 드린 동화는 다음 두 편입니다.
교실에서 사용된다니 어쩔 수 없이 선생님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고 조금 교훈적인 내용으로 골랐네요 :-)


https://brunch.co.kr/@jinmin111/21


https://brunch.co.kr/@jinmin111/14

<뱃속 무지개> 삽화를 맡아주신 백하리 님의 그림입니다.

©백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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