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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Aug 01. 2024

<독일에서 전하는 단어들> 브런치북을 줄입니다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라는 제목으로 9월에 출간됩니다

   더운 여름 무탈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벌써 8월이네요.

   저는 꽥 소리가 절로 나오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자판을 두드리면서 소나기 소리와 초록빛 가득한 계절을 지나고 있고요. 이웃 분이 이사 가시면서 주고 간 화분이 늘어서, 매일마다 그 아이들의 안위를 살피는 재미가 늘었습니다. 새로 이사 온 집 마당에는 선물처럼 블랙베리가 자라고 있더라고요. 곧 터질 것처럼 말랑말랑한 녀석들 따먹으면 신선하고 달콤해서, 아침마다 골라서 따 오는 재미도 생겼습니다.   

집에 들르는 이웃에게 열심히 나눠 드립니다. 놀러 오세요 :)

   조금 더위가 꺾일 때쯤 책 두 권이 나올 것 같아요. 하나는 공저이고, 다른 하나는 <독일에서 전하는 단어들>이라는 제목으로 이곳에 연재했던 글들인데요. 당시에 열심히 쌓아둔 원고를 초안으로 삼아서 많이 다듬고 새로 썼습니다. 생각해 보니 작년 이맘때쯤 파일럿 연재 제안을 받고 만들었던 브런치북이군요.

   주간 연재라는 약속이 만만치 않아 같이 연재하는 작가님들과 서로 푸념도 늘어놓고 응원도 하며 꾸역꾸역 그 시간을 견뎌 온 것이 벌써 1년이네요.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또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힘들어도 감사의 마음으로 즐겁게 썼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조금 더 부지런히 써서 더 많이 쌓아둘 걸, 조금 더 잘 쓸 걸, 늘 후회는 생기지만 당시에도 현재에도 그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넘기려고 합니다.


   원래는 아래 사진의 책들과 시리즈로 계약한 책이라서 (영어와 일어는 상반기에 이미 출간됐고, 독일어와 프랑스어는 하반기에 차례로 나옵니다.) 제 책은 '색깔 있는 인생을 위한 작은 독어책' 정도로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제목을 붙이게 됐어요.

저는 동일한 디자인으로 맥주잔에 초록, 혹은 소시지에 노랑 정도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표지도 완전히 달라질 것 같아요.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라는 제목입니다.

아직 책 표지가 정해지지는 않았고, 아래 사진은 챕터마다 첫머리에 들어가는 속지인데 너무 예뻐서 자랑삼아 들고 왔습니다. 후후.  

아이 예뻐

   출간이 다가오면 그동안 올렸던 글들을 거둬들여야 하는데요. 보통은 글 몇 편을 남겨두고 나머지 글을 숨기는 편인데, 브런치북은 그게 안 되는 시스템이라 글마다 들어가서 분량을 줄일 예정입니다. ... (이하 생략)을 붙여야 하는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널리 양해 부탁드려요.


   브런치북과 종이책은 느낌이 많이 다를 거예요.
   브런치북은 일단 교정과 퇴고가 들어가지 않았던 초안의 좀 더 거친 느낌이 살아있을 예정이고요. 제가 붙여 둔 이미지나 영상(...이라고 쓰고 짤이라고 읽습니다)이 붙어 있어서 한결 가볍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들이 중요하게 보셨으면 하는 부분을 가끔 강조해 두기도 했고요. 그대로의 기록으로 놔두고 싶어서 가능하면 손대지 않았고 프롤로그 같은 것도 오히려 초안을 실어 두었습니다.


   반면에 종이책은 아무래도 한결 정돈된 책만의 느낌이 있겠죠. 일단은 퇴고 성애자인 저의 광기 어린 퇴고가 들어가 있을 예정이고요(가끔 더블 스페이스를 잡아내는 제 눈알의 능력에 놀랄 때가 있습니다). 새로 쓴 부분도 꽤 있고, 연재하면서 이 부분은 고치거나 다시 써야겠다 하고 마음먹었던 부분을 꼼꼼히 반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이 달아주신 댓글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 외국어 표기법에 맞추느라 단어들의 모양이 꽤 달라진 것도 재미있는 차이겠습니다. 루드비히는 루트비히가 되었고, 제어부스는 제르부스가, 합질리히카이튼은 합젤리히카이튼이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존내(die Sonne, 해)가 조네가 되어버렸습니다. 아아 아쉬워라. 해가 존내 비쳐야 하는데 조금 얌전하게 '조네 비치게' 되었다는... (시무룩)


   아무튼 책을 보시면 편집자님과 디자이너님께서 저의 누추한 원고를 얼마나 어여쁘게 매만져 주셨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디자이너님 감각에도 크게 빚졌지만, 편집자님의 섬세함에 십이지장 깊이 감탄하곤 했답니다. 실은 골라 놓은 단어들도 아직 많고 해서 더 많이 새로 쓰고 싶었는데, 출간 일정이 많이 앞당겨진 터라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표지 디자인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 골라 놓은 단어들이 궁금하시다고요? (아니, 안 궁금한데.)


Sinn - 감각과 생각 사이의 단어인 것 같아요.

Torschulsspanik - 이미 지나가버린 어떤 특정 연령대에서 인생의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해서 생기는 불안과 두려움

Sehnsucht - 그리움이나 동경으로 번역되지만 그렇게 납작하지 않고 설명하기가 무척 까다롭고 아름다운 단어입니다.

Hochzeit - 영어로 직역하면 high time: 결혼

Fernweh - 떠나고 싶은 마음. 향수병에 반대되는 개념.

Eselsbrücke - 영어로 직역하면 donkey bridge: 사실이나 정보를 기억하는 데 사용되는 문구나 기억을 위한 장치

Doch! - "진짜야!" 하고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반박할 때 쓰는 말

그 밖에도 모든 단어를 하나로 이어 붙이는 독일인들의 습성(Eierschalensollbruchstellenverursacher 같은 단어를 보면 어지럽죠? :D) 등, 좀 더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들이 제법 많은데요. 저의 다른 책들에 조금씩 풀어놓든지, 내키면 나중에 또 연재를 시작하든지 하겠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시고 이야기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책 만들어지면 또 인사하러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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