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민 Dec 16. 2019

<철학하는 엄마> 서평이 나왔습니다

뭐 이렇게 고맙고 참 나 어허허

https://www.rglg.co.kr/


리딩리딩 (Reading Leading)이라는 북 큐레이션 사이트의 큐레이터 중 한 분인 Domino Min님께서 저의 브런치북 서평을 올려 주셨네요. 생애 첫 서평을 읽어보는 느낌은 부끄러움 반 고마움 반이 후라이드 반 양념 반처럼 알맞게 바삭바삭 버무려진 느낌입니다. 고소하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하네요. 불혹 넘은 아줌마에게도 이리 산타가 찾아오나 봅니다.

유료 서비스라서 서평을 전문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 하셔서, 제가 읽으면서 가장 고마웠던 부분을 살짝 발췌해 사이트 주소와 함께 올려 둡니다.  

(그나저나 정치철학을 연구하는 학자로 소개되어 있는데 어서 연구를 해야겠다. 흠흠.)



‘엄마로 살기’의 무거움, 그리고 철학적 고민들

 

브런치북 <철학하는 엄마>는 독일에서 정치철학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a little teapot)가 쓴 에세이집이다. 임신과 출산을 거쳐 아이를 키우면서 마주친 소소한 자극들을 모아 철학자의 언어로 정성스럽게 담아냈다.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바꾸는 작업’에 늘 관심이 많았다는 저자의 소개처럼, 모든 글은 구석구석 쫀득하다. 심지어 글에서 인용한 사진의 캡션까지.

 

...


책은 임산부의 몸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로 강요된 모성애가 구축한 허상에 돌직구를 날리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도구로서의) 노예’에 여성의 현실을 비춰낸 글은 아빠로서 마음이 아팠고, 아무리 곱씹어도 무리한 비유 같지가 않아 슬펐다. 시민들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면서 잘 살 수(living well)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노예와  가족들이 모두 잘 살 수 있도록 자신의 시간을 갈아 넣는 엄마. 엄마는 사유할 시간이 없는 것인가, 능력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시간이 없어 능력이 없어지는 것인가라는 자조 섞인 질문은 사상 초유의 저출산 시대를 맞이한 한국사회를 향한 비수다.  너무 극단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할 수 있겠지만 출산과 육아를 둘러싼 현실은 이미 극단에 머문 지 꽤 오래됐다.


...


책이 제시한 ‘따뜻한 사람들의 연대’는 어찌 보면 해법보다는 위로에 가까웠다.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잘 견디는 수밖에. 다만 누군가는 댓글 한 줄과 공감의 한마디에서 위로를 받고 현실을 비켜서겠지만 뒤따라오는 누군가에겐 여전히 출산과 육아는 기쁨뿐만 아니라  두려운 칼바람이기도 하다. 이건 쉽게 위로받을 수 없고 두 눈으로 직시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 책의 철학적 성찰이 사회적인 편견과 현실적 난제로 뒤죽박죽 엉켜있는 출산 육아 문제에 당장 획기적인 해결책을 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공감의 마중물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실효성 논란에도 여전히 지원금만을 앞세우고 있는 작금의 저출산 대책에선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바로 그 공감.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정책적인 고민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철학하는 엄마> 브런치 북을 발간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