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풍루에 가마를 짓다
안녕하세요.
무주에 서식하는 한풍루입니다.
저에게는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 있어요.
그 갈망이 채워지는 순간은
그리 길지 않지요.
찰나의 희열이 지나고 나면
다시 새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되어요.
두부를 만드는 그녀는
그 목마름을 채워 주었어요.
두부를 만드는 그녀는
힘겨워하지 않았고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았어요.
그녀가 해야 할 몫을
가감 없이 조용히 감당했어요.
그녀의 모습에는
온기와 정다움이 가득 담겨 있어요.
그녀가 만든 두부를
김치에 싸서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에요.
즉석에서 만든 두부이니
얼마나 고소하고 따끈따끈하던지요.
저는 그릇을 빚는 도예가의 아내예요.
그래서 그릇 사진을 찍을 일이 많지요.
그릇을 빚는 그는
그릇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니
아름다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세상 밖으로 툭~ 내어진
그릇.
그 그릇의 수수께끼 같은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건
아내인 제 몫이지요.
그릇을 보자마자
그 포인트를 찾아낼 때도 있고
한 달 이상을 고민하다가
진묵에게 물어볼 때도 있어요.
제법 영리하게 찾아낼 때도 있지만
그릇을 빚은 이에게
의견을 구할 때도 간혹 있지요.
그 때마다
그는 명쾌하게 대답을 해주곤 해요.
저는 고민하던 수학 문제를
답안지를 보고 해결한 듯해서
썩 유쾌해하지는 않지요.
아래 보시는 그릇은
조언을 구할 필요가 없는 그릇이에요.
도시락 같이 보이기도 하고
쌀의 양을 재던
나무 그릇 같이 보이기도 하니
쉽게 접근할 수 있지요.
아래 그릇은
조금은 더 어렵게 다가와요.
비정형의 원판이 있고
울퉁불퉁한 띠를 가장자리에 두르고 있어요.
음식을 낮게 담아도 괜찮고
수북하게 올려 담아도
어여쁘지요.
국화도 많고
단풍도 많은 계절,
충분히 맛있는 음식을
노란 꽃 앞에서 찍으니
그 빛이 사라져 보이며
아름다움이 반감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지요.
아름다움은 완성되기 어렵고
제 미적 감각은 모호하기만 해요.
아름다운 사진은
제 삶을 윤택하게 해 주고
기쁨을 느끼게 해주어요.
그러나 그런 사진을 못 찍는
저에게
갈망과 괴로움을 선사하기도 하지요.
사진이 못나면
그릇을 받는 이가 반가워할 수도 있어요.
이 그릇이 이렇게 예쁜 거였어~~
이러실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위안을 삼으며
이 갈망을 꿀떡 삼켜 보아요.
이런 글 자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식 담는 한풍루
그릇 빚는 진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