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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알 Sep 10. 2021

<프롤로그>

어른이 되어 읽는 국어 교과서


학창 시절 외웠던 시들은 제법 머릿속에 남아있어 나도 모르게 중얼거릴 때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시험을 대비한  읽기가 아닌, 누구도 시킨  없는 자발적인 낭송이었다.


처음으로 노래를 부르듯 시를 외웠던 때보다 몇 배의 나이를 먹은 지금, 오래전에 읽은 작품을 접할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행간에 숨어 있는 의미들이 가슴이 와닿고, 그때도 지금도 나의 깜냥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기막힌 어휘와 문장, 문인들의 섬세한 관찰력과 통찰에 감탄한다. 마침내는 그것들을 세상에 내놓은 '펜을 쥔 손'에 또 한 번 고개를 숙이게 된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데엔 다 이유가 있지!




생각지도 않았던 장소와 상황에서 시를 떠올리곤 하는데, 그때의 감정과 얽힌 이야기를 소셜미디어(SNS)에 몇 번 올린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올린 조지훈 님의 시 <승무>를 주제로 한 소식을 보고, 글벗 읽는 인간(@ishigaki.j)님이 나를 부채질했다.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틈 날 때마다 올려달라고.

제목까지 근사하게 만들어 제안했다.

<어른이 되어 읽는 국어 교과서>


생각해보니 나의 일상, 부모님, 그리고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내 글감의 대부분의 영감이 되어 준 '할머니'의 삶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위 '명작'이라는 많은 시와 닮아 있다.


시를 보면 그들과의 추억이 떠오르고, 그들과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어딘가에 묻혀 있던 시가 '번뜩' 머릿속을 떠다닌다. 의도하지 않았던 복잡한 감정은 특정한 공간과 시간을 만나 자꾸 나에게 '시'를 중얼거리게 한다.


우리 삶이 바로 시고 소설이며, 또 역사가 아니던가.


틈 나는 대로, 마음과 생각이 흐르는 대로 적어볼까 한다. 부디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붙임]

중고등 학교를 졸업한 지 20년이 더 된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시절에 배웠던 시들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건은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 덕분이다. 진짜 국어 수업이 뭔지, 문학을 어떻게 접해야 하는지, 참고서의 '해석'과 '정의' 따윈 멀리하라며, 입시를 위한 국어 교육을 대놓고 거부하였던 그분.


내 생애 그렇게 신나고 즐거웠던 수업시간은 그 시절의 '국어 시간'이 단연 최고였다. 우리는 돌아가며 시를 읽고 시에 운율을 붙여 노래로 불렀다. 시를 통해 느끼는 감정을 반 친구들과 과감 없이 솔직하게 나누면서, 열다섯의 우리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짧은 커트 머리에 청바지를 즐겨 입었던 나의 국어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 국어 교과서의 시는 지금도 생생한데 과연 이 많은 책의 내용은 얼마나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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