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으로 시작한 유학생활
계획보다 서너 주 늦게 시작했던 봄학기가 마무리되고 방학도 끝나간다. 4월 1일 입학을 예정했던 학사일정은 코로나로 인해 4월 26일로 한 번 연기되었다가, 다시 5월 11일 개강으로 확정되었다. 학부, 대학원 새내기들의 입학식도 학위를 수여하는 졸업식도 물론 취소되었다.
봄 학기 수업은 전면 온라인 방식! 학교에서 개발한 자체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과 줌(zoom) 등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매일 수업시간에 맞춰 컴퓨터 앞에 앉아 카메라를 쳐다보며, 화면 속 사람들에게 말을 건넸다. 지도교수, 같은 연구실 소속의 연구생들과도 화면으로 어색한 첫인사를 나눴다.
조금만 지나면 이 생활도 곧 끝날 거야.
작은 화면을 바라보며, 수업에 집중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한 시간 반의 강의 하나가 끝나면 온 몸이 뻐근했다.
나름 스마트 기기 사용에 익숙하고 새로 나온 애플리케이션도 자주 활용하는 나였기에, 온라인을 통한 소통방식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영상회의 시스템을 자주 사용했고, 그 옛날 외국인 친구들과 연락하기 위해 스카이프에 빠진 때도 있었다. 남들보다 앞서가는 'early adaptor'는 아니더라도, 변해가는 세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해왔다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오만이었을까! 나는 생각보다 사람들 앞에서 주목되는 일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특히 수강생이 몇 되지 않은 수업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내 표정과 목소리가 작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온라인 화상 소통 시스템이 점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마다 어서 수업이 끝나고 이 모니터 바깥으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네 달이 지났다. 온라인 세상을 뛰쳐나가고 싶었던 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 한 채, 봄 학기가 끝이 났다. 낯선 이들에게 화면 가득 나의 얼굴이 비치고 나의 순간순간을 관찰당하는 듯한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경험의 시작이었지만, 어느덧 zoom에 익숙해져 있다. 아니 어떨 땐 편하기도 하다. 수업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유난히 몸이 무겁고 게으른 날에는 pc를 켜고 책상 앞에 앉기만 해도 좋다.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구를 위한 현지에서의 학업과 생활을 경험할 수 없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이 세계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됨을 알고 있다. 누군가는 빠르면 올해 말이라고 하고, 늦으면 내년 초에는 일본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 한다. 또 누군가는 아무리 늦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일본 입국이 가능할 것이라고도 한다.
입국 가능 여부와는 별개로, 당분간 비대면 수업(온라인)은 계속될 듯하다. 그렇게 zoom을 가까이해야 함을 잘 알기에,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을 학기 첫 세미나를 앞두고 괜히 zoom의 프로필을 연다. 사진은 이대로 괜찮은지, 이름은 한자가 좋을까, 영어가 좋을까. 버튼만 하나씩 누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