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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알 Sep 28. 2021

이토록 간사한 마음에게

'동병상련'이어야만 알 수 있는 건 아니잖아.

現在の入国制限状況および検疫強化について
현재의 입국 제한 상황 및 검역 강화에 관하여


메일 알림이다. 가을학기 시작을 며칠 앞두고 유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보낸 것이다. 지난해 별안간 찾아온 코로나 팬더믹 이후로 행정실에서 보내는 메일의 양은 엄청나다. 하루가 머다 않고 메일 수신 알림이 뜬다.

코로나 확산세에 따른 학사일정 연기, 학교 전면 출입금지 결정, 입학식/졸업식 취소, 학교 부대시설 이용 금지, 온라인 수업 방식 안내, 긴급사태 선언에 따른 학교의 대응, 온라인 입학식 계획 및 참가 안내, 증강현실을 이용한 학교 둘러보기, 납부금 감액요청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 수천만 엔을 들여 설비한 캠퍼스 내 환기시설, PCR 무료 검사 안내, 백신 단체 접종 신청 안내, 모더나 백신 이물질 포함 기사와 관련한 학교 측의 대응 등등…….

그동안 받은 공지사항 중 대부분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것이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메일함은 대체 얼마나 고요했을까!


본문을 읽어 내려간다. 아직 일본에 들어오지 못한 유학생들이 제법 많은 듯하다. '올해는 대면 수업이  진행되었었는데,  학생들은 수업에 어떻게 참여한 거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수업만 수강신청을  걸까?' 가만나도 지난해에는 온라인 유학생   명이었는데까맣게 잊고 있었다.


▲ 입국제한 상황 및 검역강화에 대한 학교측의 안내 메일(2021.9.10)
2. '신규 입국'에서의 일본 입국에 대하여
현재는 신규 입국·비자 발급이 정지되어 있어 당분간 이 조치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입국 제한의 해제 시기나, 그 후의 입국 룰에 대해서는 계속해, 정부·재외 공관 발표의 정보나 대학으로부터의 소식을 확인해 주세요.
다음은 신규 입국이 가능했던 2020년 12월까지의 정보를 정리한 입국 안내문서를 알려드립니다(일부 검역정보 등은 현재의 규칙에 맞추어 기재하였습니다).
주의: 신규 입국이 다시 가능해진 경우 기존과는 절차 및 필요서류, 검역조치 내용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정보는 '참고'로 훑어보고 실제 입국이 가능해진 경우 그 시점에서의 최신 정보를 확인해 주십시오(대학에서도 이 문서의 갱신 또는 메일 통지로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메일 내용은 그동안의 공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 와중에도 학생들을 안심시키려는 듯한 학교의 입장은 매번 빠뜨리지 않는다. "우리 학교는 모든 학생의 공평하고 안전한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생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어디에서든지 양질의 학습이 이루어질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블라블라)... "




일본은 올해  외국인에 대한 전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이래, 신규 비자 발급은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락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유학생' 우선하여 입국 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이라는 반가운 뉴스가 들린다. 뉴스의 흐름을 보니, 일본의 입국 완화 움직임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순이다.


일본은 2020년 3월 외국으로부터의 일본 도항(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기존에 발급한 모든 비자의 효력을 정지했다. 강력한 조치 이후 몇 달 후인 하반기부터 유학생에 대한 입국 허가를 시작으로 서서히 입국조치를 완화했다. '비즈니스 트랙(Business Track)', '레지던스 트랙(Residence Track)'이라는 장기 체류자에 대한 비자도 제한적으로 허가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유학 비자 역시 쓸모없게 되었고, 레지던스 트랙을 이용해 다시 새로운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다. 꽤 복잡하고 불편한 절차를 거쳐 11월에야 겨우 이곳에 왔다.


"이렇게까지 해서 정말 가야 하는 겁니까! 일본이 뭐라고 아..."
"일본 회사에서 6개월 내에 입국하지 않으면 합격을 취소할 거래요."
"우리나라 정부는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예요. 답답합니다."
"가족 비자는 안된다고 합니다. 직접 당사자가 들어가서 비자발급 절차를 밟아야 한다네요."
“가족과 생이별한 지 4개월째입니다. 다 그만두고 돌아가고 싶네요.”
"드디어 들어갈 수 있게 됐어요. 오늘 비자 발급받았습니다."
"혹시, 일본에서 자가 격리하고 있는 분 있으신가요?"
"너무 부럽습니다. 입국하시는 건가요?"


일본 입국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가 많았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사연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읽으며 위안을 얻었다. 나 보다 더 딱한 상황에 놓인 이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불안한 한국에서의 날들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 순간. 떠나는 나에게 “부럽네요. 먼저 잘 가세요.”라며 인사하는 이도 있었다. 몇 달만에 공항에 앉아 있는데 그동안 맘고생한 일들이 떠올랐다. ‘훌쩍훌쩍’ 서럽게 눈물이 났다. “이게 뭐라고. 참…….” 많은 낮과 밤,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서 더욱 소중했던 일본 입국.


나리타공항에 도착해 각종 서류를 검사하는 관계자들을 만나는데도 반가웠다. 평소 같으면 자국 정부(후생성)에서 개발한 어플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몇 번이나 사무실로 뛰어갔다 오는 여직원의 대응에 짜증이 날만도 했다. 하지만, 난 어느 때보다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유학이시네요? 힘들게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입국심사대의 여직원이 말했다. 형식적인 인사였을지 모르는 말에 나는 또 울컥했다.


“네, 8개월을 기다렸어요.”


이 땅을 밟으려고 마음 졸였던 그동안의 고충을 알아주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대답했다. 이제까지 만난 입국심사대 직원 중 그렇게 가장 예쁜 사람처럼 보였다. 짧은 단발머리에 하고 있는 작은 진주 장식이 달린 머리띠가 그녀에게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일본에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했다. “고생했다”라는 말 한마디에 가슴 벅찬 날들이 내게도 있었다.




'일본 입국'은 수개월 동안 나에게 가장 큰 이슈였다. 다른 일에는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했다. 매일 출석 확인 도장을 누르듯 드나들던 주한 일본대사관, 주일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는 즐겨찾기를 해 놓을 정도였다. 덩달아 가족들 역시 일본 뉴스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중요했던 문제였는데, 일본에 들어온 후로 그 일은 나의 삶의 메인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더 이상 일본 입국과 관련한 뉴스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다. 당연히 비자 발급 문제나 자가격리, PCR 음성 검사서를 소지한 입국 등 세세한 입국 관련 사항들에 대해서도 무관심한 게 사실이다. 아직도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도 민감하게 느끼지 못했다.


내 삶에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였던 '일본 입국'이 이제는 남의 일이 되어버렸다.


한국에 있는 동안, 예민해진 때가 있었다. 나는 이렇게 불안한데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여전히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심지어 "왜 아직도 안 갔어?” 라며 일본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라고 반응한다든지, “온라인으로 수업해도 되니까 굳이 갈 필요 없잖아?"라며 내 속을 긁어놓는 이들과 대면하는 순간의 씁쓸함이란!


그렇다고 그들을 탓할 수도 없었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삶이 있는 것이 아니던가. 내가 목매고 애간장을 졸이는 문제가 그들에게는 1년 내내 쳐다보지도 않는 관심 밖의 영역일 수도 있는 걸 모르는 바 아니었다. 나 역시 그렇지 않은가!

 

그럼에도 상대를 대할 때, 그가 처한 상황을 좀 더 세심하게 살피는 사람이 있다. 상대가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작은 관심은 상대에게 건네는 '말'부터 달라지게 한다. 이를테면 지난해 10월의 어느 저녁 퇴근을 하는 지하철 안에서 그분이 보내주신 메시지 같은 것이다.


"벌써 두 계절이 지났네요. 잘 지내고 있죠? 아픈 데는 없고요? 일본 입국 관련해서 좋은 소식 없나요? 질문이 너무 많아요 제가..."


그 몇 줄의 메시지를 받고 난 또 울었다. 누가 어깨만 꾸욱 쥐어도 '엉엉' 울어버릴 만큼 약해진 상태였다. 그런 나에게 보낸 그분의 안부 인사는 따뜻했다. "그 나이에 다시 공부도 하고 부럽다. 참 팔자 좋다."라고 배 아픈 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내 상황은 그저 '행복한 고민'에 지나지 않았다. 누적되는 경제적 손실, 불확실한 남편의 일, 학사일정은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나의 고민을 말할 수 없었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앓았던 마음을 몇 문장의 안부 인사로 '쓰담쓰담' 위로받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정하게 돌아보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돌아보니 난 너무도 간사한 마음을 가졌다.


여전히 마음을 졸이며 오늘도 대사관 홈페이지를 드나들고, 뉴스에 귀 기울이고 있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한 때 나의 마음이 아니던가.


'동병상련'이어야만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는 마음을 갖자고, 간사한 나를 따끔하게 꾸짖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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