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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ie Feb 16. 2023

태평양을 건너듯 섬진강을 지나서

경상도 아지메의 전라도 정착기 ㅣ 진심으로 네 삶을 대하라

 

30여 년 전의 오늘은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태평양 상공을 건너 SF공항에 도착한 날이다.

결혼이민으로 SF공항에 들어서게 된 첫날의 이미지는 빼곡히 들어서 있는 빌딩숲, 해안가에 떠다니는 여유 있는 요트들과 맑은 하늘에 활기차게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 반겨주는 예쁜 꽃들의 모습이었다.


대게의 교민들은 미국에 처음 발 디딜 날을 쉽게 잊지 못하는 듯하다. 맞아주는 풍경과는 달리 내면 속으로 차오르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역한 기대감과 불안감의 기억 때문일까.


팬데믹 전까지만 해도 이 무렵이 되면 나의 미국 첫날을 기념해 주기 위해 남편은  SF극장으로 <The Sound of Music> 뮤지컬공연을 함께 보러 가곤 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이국땅에서의 채워지지 않는 정신적 허기를 채우며 초심을 다지는 일종의 의식(?) 같은 거였다. 이민생활기를 되돌아볼 때마다  늘 울 엄마, 경상도 아지메가 생각이 났다.


경상도 아지메가 섬진강을 지나서 전라도 땅을 처음 밟게 된 것은 어머니의 독실한 기독교 신앙 때문이었다. 한국전쟁 후 폐허된 호남지역에 신앙부흥회를 가시는 목사님의 조력자로 따라나섰다가 정착하게 되었다. 말씨, 풍습, 음식등 모든 것이 다르고 더구나 남도의 지역갈등이 심했던 시대에 그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며 확신하고, 정착하여 사업하고 4남매를 성장시켰다. 사고무친 (四顧無親) 전라도 땅에서 47년을 살아내느라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까. 그 많은 시간을 견뎌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경상도 아지메의 사업적 기질은 강한 추진력, 고객에 대한 집중력, 강한 설득력, 빠른 두뇌회전, 제품에 대한 전문성 등등이었지만 그래도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진심으로 대하는 정직함이 늘 앞서 있었다.    


아무리 말이 통하지 않고 생각이 열리지 않는다 해도 무슨 일이든 진심으로 대하면 길이 열리더라는 경험담이 울 엄마의 목소리로 가슴에 다가온다. 


 때로는 시간이 걸릴 뿐이지. 타지(경상도)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사업가의 세계에서는 서로 먹히고 먹히며 때로는 사기도 당하고 치이기도 하고 상처도 받고 넘어지기도 한단다. 그러나 진심으로 네 스스로를 대하고, 너 자신에 대해서 정직하면 자신감도 상승하고 자존감의 회복탄력성도 높아져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단다. 


누구든지 무슨 일이든지 새로움을 추진할 때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에 압도되기도 한다. 그러나 주어지는 상황을 당황하지 않고 포용하며 나 자신에게 정직함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면 길은 반드시 열린다고 인플루언서들도 말한다.


오늘의 매출액이 어제보다 저조하다 해도 실망치 않고 나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에 정직하며 나의 자그마한 가게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열려 있는 세상이다. 진가를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동반되어야겠지만 각 분야의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이젠 아날로그시대를 지나서 풍성한 디지털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지만 끝까지 변하지 않는 것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마음일 것이다.

나는 오늘 나 자신을 진심으로 대했는가?

나는 오늘 내 시간에 정직함으로 최선을 다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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