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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an 02. 2021

2. 프렌치토스트와 스크램블

기름이 뚝뚝 떨어져서 느끼했던

새해 댓바람부터 동생은 방에서 엄마, 엄마 하며 자고 있는 엄마를 불러댔다. 본인이 일어났다고 어리광을 부리려고 그랬다. 하지만 새벽 5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든 엄마는 아들이 부르는 소리에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참 전에 일어난 나는 동생이 있는 방의 문을 벌컥 열고 엄마가 자고 있으니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타박을 하고 부엌으로 갔다. 오늘부터 따뜻한 물 한 컵을 마시고 하루를 시작하겠다는, 그런 새해 다짐 때문이었다. 주전자에 수돗물을 넣고 끓이고 있을 때 동생이 방에서 나왔다. 그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슬쩍 보고서 냉장고를 열었다. 그리고 내게 "누나, 프렌치토스트 해줄까?"라고 물었다. 할 줄 아는 요리라곤 간장계란밥이 전부인 나는 동생의 말을, 다른 사람이 해준다는 음식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좋다고 하자 동생은 아빠가 코스트코에서 사 온 베이글을 꺼내며 자신이 토스트를 만드는 동안 내게 커피를 끓여달라고 했다. 어차피 주전자에 끓여놓은 물이 있었고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어느 마트에서나 파는 인스턴트커피였다.

동생은 국수 그릇에 달걀 다섯 개를 풀고 우유를 넣고 소금과 설탕을 넣으면서, 이것이 요즘 자신이 보는 에드워드 권의 유튜브에 나온 레시피라고 자랑을 했다. 나는 그런 말에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누나였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은 나의 무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분이 아주 좋다는 듯이 두 개의 베이글을 가로로 잘라 총 네 개를 만들었다. 두 개의 프라이팬에 기름을 잔뜩 둘렀다. 자른 베이글을 계란물에 넣고 적셨다. 그 베이글을 지글지글거리는 기름 위에 올렸다. 나는 그 옆에 서서 기름을 빨아들이는 베이글을 보며 너무 기름이 많은 거 아닌가, 살찌겠다 같은 생각을 했다.

 나는 식탁에 앉아 동생이 가져다준 프렌치토스트를 보았다. 한눈에 봐도 기름이 번들번들했다. 그래도 핸드폰 카메라를 켜서 사진을 찍었다. 그냥 찍었다.


동생은 남은 달걀로 스크램블까지 만들고 나서야 식탁에 앉았다. 우리는 토스트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굳이 따지자면 동생이 이야기를 하고 나는 먹는 데에 집중했다. 한쪽의 베이글을 다 먹었을 때 동생이 말했다. 자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게 좋다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고. 나는 동생이 중3 때 특성화고를 가겠다고 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요리를 하고 싶다고, 요리 쪽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아빠는 동생이 특성화고를 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아빠가 아는 고등학교는 그저 인문계 아니면 특목고가 전부였다. 네가 정말 요리를 하고 싶으면 고등학교도 가지 말고 중국집에서 배달부터 하라고, 평소에 집에서 요리라고는 해 본 적도 없으면서 뭘 하겠냐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결국 동생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고, 적성에 맞지 않는 기계과에 갔다가 지금은 홀로 인천에서 자취를 하며 캐드를 공부하고 있었다.


나는 가끔 동생을 볼 때마다 그 애를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우리 가족이 한 식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좋아하는지, 그때마다 즐거워서 시끄럽게 굴다가 결국 나나 아빠에게 꼭 타박을 맞고야 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토스트를 마저 먹는 나를 보며 동생이 말했다. 이따 저녁엔 돼지고기 동파육을 만들어 주겠다고. 내일 자신이 인천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먹고 싶은 걸 말하면 해주겠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취업을 하면 요리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동생이 꼭 그랬으면 좋겠다고 언젠가 그가 꼭 요리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여전히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프렌치토스트를 입에 욱여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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