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베이스는 슬픔일까
MBTI 검사를 할 때마다 N과 T의 수치가 지붕을 뚫고 날아가는 나에게 사람들은 잘 안 울 것처럼 생겼다고 말했다.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말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내가 어마어마한 울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이 우는 걸 보고 따라 우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우는 사람에게 완전히 공감을 했다거나 그 사람이 안쓰럽다거나 하는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냥 어? 하면 자동으로 눈물이 후두둑하고 떨어졌다. 그렇게 떨어진 눈물은 잘 멈추지도 않았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당황할 정도로 오열을 하고 원래 울던 사람이 나에게 휴지를 챙겨주기도 했다. 눈물이 그친 후엔, 대체 난 왜 운 거지 하는 당황스러움으로 가득했다. 남이 울 때 따라 우는 게 싫었다. 남들 앞에서 우는 것도 싫었다. 그때부터 다른 사람이 울면 허공을 바라보았다.
책과 드라마를 보고 우는 건 물론이고 피카츄를 보면서 눈물이 고이기도 했지만 이건 전부 나의 일로 운 것이 아니었다. 내게 발생한 일로 울 때는 오직 분할 때뿐이었다. 특히나 정말 잘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해도 해도 안될 때, 남과 비교될 때 더욱 그랬다. 속이 갑갑해지면서, 짜증이 솟구치면서. 욕심에 못 이겨서 울었다.
모든 눈물의 베이스는 슬픔일까. 정말 슬플 때는 오히려 무덤덤한 나는, 왜 울지 말아야 할 땐 눈물이 나고 울어야 할 땐 눈물이 나지 않는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