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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녹 Jun 15. 2024

[굿 윌 헌팅] What do you want?

[굿 윌 헌팅] 구스 반 산트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꼽히는 <굿 윌 헌팅>을 마침내 보았다. 숀이 윌에게 자신의 아내와의 일화를 이야기하는 장면을 이미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작품을 이제야 보았지만, 기대한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였기에 지금이라도 내 삶에 이 이야기가 들어왔음에 감사하며 글을 시작한다.


어떤 영화는 모든 컷을 하나씩 분석하고 싶을 정도로 연출적으로 뛰어나거나, 아름다운 미술과 은유로 가득 차 있다. 반면 각본이 좋아서, 이야기가 아름다워서 울림을 주는 영화도 있다. 그런 영화는 영화 자체보다는 ‘나’를 돌아보게 해 준다는 장점을 갖는다.

<굿 윌 헌팅>은 후자에 속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연출이나 촬영, 미술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어떻게 줄거리가 흘러갈지, 인물들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해지는 쪽이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그들의 감정과 삶을 나에게 대입하게 만들었다. 상처받기 전 상대에게 먼저 상처를 주거나 도망가는 회피 본능부터 열등감과 비관주의까지. 그러면서도 이 모든 것을 감내하게 하는 사랑과 우정을 아우르며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윌과 비슷한 나이대라 그런지, 아니면 성향이 비슷하여 그런 건지 그의 마음에 특히 공감하며 영화를 보았다. 그처럼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하거나 천재로 타고난 사람은 아니지만 사랑받는 것이 두렵고, 소중해질수록 밀어내고 싶어 하는 마음만큼은 그와 닮지 않았나 싶다. 사랑받는 것이 두렵다고 썼지만 사실은 영원하지 않을 사랑이 끝나는 것이 두렵다. 언젠가 끝나버릴, 혹은 잠시 주춤하며 멈춰서 버릴 무언가에 상처받기 전에 방어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기대가 클수록 작은 일에도 크게 반응하며 마음의 문을 닫고 돌아서게 된다.



나는 왜 그렇게 방어적이고 회피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지금껏 수도 없이 생각하고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싶다. 과거에 어떤 사건이나 감정을 겪으며, 거기에 나의 타고난 성향이 더해지며 지금의 내가 되었을 것이다. 백날 ’왜 그럴까‘만 생각한들 달라지지 않는다. 윌이 숀에게 마음을 열고 그의 마음을 따르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은 그의 과거를 곱씹어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담이라는 과정에서는 과거의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초점을 두고, 대부분의 시간을 그 상처를 들여다보는 데 투자하곤 한다. 하지만 숀은 윌의 상처를 파고들지 않았다. ‘네가 과거에 그런 일을 겪어서 그렇게 된거야‘ 라고 말하며 과거의 파편 하나로 그의 모든 것을 판단하려 하지 않았다. 단지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온 마음으로 알려주었기에 윌이 마음을 열게 된 거 아닐까.


살면서 숀과 같은 어른을, 나를 이끌어줄 스승을 만나기는 영혼의 짝을 만나는 일만큼 어렵다. 나도 지금껏 다양한 스승을 만났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숀과 같이 나를 이끌어줄 수 있더라도 함께 성장해야 하는 부족한 부분들도 있었다. 물론 숀도 그럴 것이다. 그가 말했듯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인간은 서로의 불완전한 세계로 서로를 끌어들인다. 그러니 스승에게도 완벽함을 바라기보다 서로에게 성장할 기회를 주며 영감을 주는 관계로 나아가고자 나의 관계를 돌아본다. 부모님, 사수, 선생님과 말이다. 그리고 나 스스로와.



끝으로 나에게 묻는다.

진짜 네가 원하는 것은 뭐야?

내가 바라는 건 무엇인지 매 순간 고민한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두려워 외면하고 있지 않은지, 그냥 익숙한 것에 묶여 만족한다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 두렵지만 시도하고 싶은 기대가 있는,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 싶다. 비겁하게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투명한 선택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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